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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제 황호진 시인(사진_굿모닝전북) |
[굿모닝전북=오운석기자] 시인 득제 황호진은 국가공무원 출신이다. 교육부에서 교육행정에 평생을 헌신하다, 고향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부교육감 봉사를 끝으로 정년 퇴직한 사람이다.
그렇게 소쩍새가 울고, 천둥 번개가 치는 동안 묵묵히 걸어온 길을 접고, 지금은 고향 완주에서 새로운 마음의 밭을 갈고 있다.
심경, 마음을 경작하는 수단으로 교육발전 연구와 시 창작에 정진하고 있다.
선뜻 눈 앞에 부딪히는 봄이 선득한 싯점에서 독자들에게 '때늦은 세배'를 드리는 득제의 시 한편 소개한다. 제목은 "갑진년 설맞이"다.
갑진년 설맞이
까치의 까악까악 반가운 소식에
갑진년 새해가 밝아오고
시골집 굽이진 고샅길
오랜만에 북적이며 시끌벅적
집집마다 떡국 위로 그리움 피어오르고
담장위로 넘실대는 웃음소리
마주하지 못한 자식마다
떡국 대신 그리움 한 그릇씩 담아서
먼 산에게 눈물 탓하는 어머니
얼음장 밑의 피라미처럼
서릿발 아래 민들레처럼
새해에는 견뎌내고 꿈을 꾸리라
올해도 힘겹기는 여전하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꽃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새해에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향기에 물들지 않는 바람처럼
비우고 내려놓으리라
작품속 어머니의 먼산 바라기는 설쇠러 오지 못한 자식들을 염려하시는 애달픈 모정이다. 또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은 효심이다. 염려와 효심의 부딪힘이 설날의 전형적 풍경이다.
작가는 '올해도 나라 살림이 어려울 것' 예상하며 걱정한다. 그야말로 초야에 묻혀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의 시각이다. 하지만 절망은 없다. 그것은 '꽃소식을 기다리'는 희망을 갖기 때문이다.
잘라말하자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다보면 꽃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작가는 고향 땅, 시냇가의 산 그림자 속에서 크게 드러내지 않고 겸손하게 살겠다고 한다.
또 "향기에 물들지 않는 바람처럼 비우겠다"고 한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허허로운 가슴으로 생을 살겠다는 그만의 '쉼터, 숨터 공간'을 찾은 것 같다.
득제 황호진 시인의 "비우고 내려 놓으리라"는 구절은 새해 갑진년을 살아가며, 그를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위안과 행복을 주는 그런 마음 같다.
궁금한 것은 '비우고 살리라'와 '올해도 어렵겠다'는 마음이 충돌하는 그 즈음은 어디일까?
오운석 기자 im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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