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굿모닝전북신문

[기자수첩] 괴편지는 누가 보냈나 — 전북대 총장선거, ..
홈 교육

[기자수첩] 괴편지는 누가 보냈나 — 전북대 총장선거, 이래서야 되겠는가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10/07 10:35 수정 2026.10.07 10:50
-괴편지가 캠퍼스를 흔들고 있다
-총장선거는 권력 다툼이 아니다.
-경찰은 발신자를 찾고, 대학은 선거를 지켜야 한다

전북대 총장 후보에 대한 괴편지 사건, 실체적 진실 밝혀야(사진_AI이미지 제작)

[기자수첩] 괴편지는 누가 보냈나 — 전북대 총장선거, 이래서야 되겠는가

 괴편지가 캠퍼스를 흔들고 있다
전북대학교 제20대 총장선거가 심상치 않다.
총장 후보자 가운데 복수의 후보에게 음주운전 전력 등을 거론하며 도덕성과 자격을 문제 삼는 익명의 편지가 전달됐다는 이야기가 학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재 학내에서는 4명의 후보가 유사한 편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관계와 편지의 정확한 내용, 발신자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최종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그다음이다.
"누가 보냈느냐"보다 먼저 "누가 배후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편지를 받은 후보 가운데 이호 교수가 경찰에 단독으로 신고하면서 사건이 수사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자신에 대한 익명의 의혹 제기나 협박성 행위가 있었다면 수사기관에 사실관계를 밝혀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후보자의 정당한 권리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아직 발신자도 특정되지 않았고,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나 후보 측을 "배후"로 의심하거나 몰아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향해 근거 없이 "배후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는 순간, 익명의 괴편지가 만들어낸 혼탁함이 또 다른 방식으로 재생산된다. 특정 후보를 배후로 몰아가는 행위는 또 다른 흉기다

학내에서는 L 교수와 A 교수가 이른바 '2강'으로 분류돼 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후보자 4명에게 유사한 편지가 전달되고, 그 가운데 한 후보가 수사를 의뢰한 뒤 다른 후보 측을 향한 미묘한 의심의 시선이 감지된다면 선거판은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원칙이 있다.
경쟁은 증거로 해야 한다. 비판은 사실로 해야 한다. 배후 지목은 수사 결과로 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은 칼이 되고, 근거 없는 배후설은 또 다른 흉기가 된다. 괴편지를 보낸 사람도 문제지만, 괴편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문제다. 의혹 제기와 허위사실 유포는 다르다. 사실 검증과 음해는 다르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지 못하면 선거는 검증이 아니라 상호 파괴의 악순환에 빠진다.

A 교수 측이 자신들을 배후로 몰아가는 허위사실 유포가 현실화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이다. 누구든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는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역시 같은 기준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특정 후보를 배후로 지목하는 행위에 강력히 경고한다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하고 싶다. 아직 발신자가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정 후보를 "배후"로 지목하거나 암시하는 행위는, 괴편지 그 자체보다 더 위험한 선거 범죄가 될 수 있다. 근거 없는 배후설은 상대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또 하나의 흑색선전이다.

이는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행위다. 후보자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주변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를 배후로 몰아가는 발언을 한다면 그 책임은 결국 후보자에게 돌아간다. 선거가 치열할수록 후보자는 지지자들의 말과 행동까지 관리해야 한다. "배후"라는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명예를 짓밟고, 대학 구성원의 판단을 흐린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특정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즉각 멈춰야 한다.

후보 4명이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정말 4명의 후보가 같은 유형의 편지를 받았다면, 왜 후보들이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는가. 4명이 각자 침묵하고 각자 신고하고 각자 상대 후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사건은 점점 정치화된다. 반대로 4명의 후보가 편지의 원본과 전달 경위를 각자 보존하고, 필요한 부분은 수사기관에 제출하며, 선거관리기구에도 사실관계를 알린다면 오히려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할 수 있다.

총장후보자들이 공동으로 다음 원칙을 선언하는 것도 방법이다. 후보자 누구에 대해서도 익명의 허위사실 유포를 용납하지 않는다. 발신자와 배후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확인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상대 후보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이 세 문장만 합의해도 지금의 불필요한 소모전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총장선거는 권력 다툼이 아니다. 

전북대학교 총장은 수많은 학생과 교직원, 연구자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다. 그런 대학의 수장을 뽑는 선거에서 괴편지 → 의혹 → 배후설 → 반박 → 또 다른 의혹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처만 남는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구성원들은 같은 공간에서 만나야 한다. 교수는 교수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대학을 위해 일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를 적으로 규정하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익명의 편지와 배후설이 후보자를 공격하는 도구가 된다면 총장선거의 승패와 관계없이 대학 공동체 전체가 피해자가 된다.

경찰은 발신자를 찾고, 대학은 선거를 지켜야 한다
경찰의 역할은 명확하다. 누가 편지를 작성했는지, 어디서 발송했는지, 편지 내용에 허위사실이나 협박이 포함됐는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유포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된다.
대학 역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총장선거가 혼탁해지지 않도록 후보자 간 허위사실 유포, 익명 비방, 배후설 유포 등을 자제하도록 하고, 선거관리기구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전투구로 대학의 미래를 결정할 것인가
이번 사건은 오히려 전북대학교 총장선거의 품격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누가 편지를 보냈는지 밝혀내면 된다.
허위라면 책임을 물으면 된다.
사실이라면 검증하면 된다.
배후가 있다면 수사로 밝혀내면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필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후보들끼리의 이전투구가 아니다. 증거와 사실이다. 전북대학교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립대학 가운데 하나라면 총장선거 역시 그에 걸맞은 수준이어야 한다. 총장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 아니라 대학의 미래를 놓고 벌이는 정책 경쟁이어야 한다.

학생에게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교직원에게는 공정을 이야기하고, 국민에게는 국립대학의 책임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후보자들끼리는 익명의 편지와 배후설로 싸운다면 대학 구성원들이 무엇을 믿겠는가.

괴편지를 보낸 사람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근거 없이 누군가를 배후로 몰아가는 행위 역시 멈춰야 한다. 경쟁은 치열하게 하되, 선거의 선은 넘지 말아야 한다.

전북대 제20대 총장선거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승리가 아니라 대학의 명예다. 그리고 지금 그 명예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지역을 기록하는 사람은 결국 시대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이번 총장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싸웠느냐를 대학 구성원들이 오래 기억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AI 시대를 선도하는 굿모닝전북신문

저작권자 © 굿모닝전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