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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급락을 장담하듯 말한 LH 사장, 근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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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급락을 장담하듯 말한 LH 사장, 근거부터 내놔라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10/14 17:13 수정 2026.10.14 17:22

 

이성훈 LH사장 발언(사진_AI이미지 편집)

사 설

집값 급락을 장담하듯 말한 LH 사장, 근거부터 내놔라

집값이 오르면 “영끌해서라도 지금 사라”고 부추기는 말이 위험하듯, 공공기관장이 “집값이 급락할 수 있으니 지금 사지 않아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일도 가볍지 않다. 주택 매수는 한 가정의 전 재산과 대출, 거주 계획이 걸린 결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이끄는 이성훈 사장의 말은 개인의 감상이 아니라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발언이다.

이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택 공급 확대와 높은 금리를 이유로 집값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집값이 안정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근거를 묻는 의원에게는 관련 자료를 “필요하면 작성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전망을 먼저 내놓고 근거는 나중에 내겠다는 모양새다. 정작 그는 하락 시점과 폭을 제시하지 않았고, ‘급락 가능성’이 어느 지역과 주택 유형을 가리키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물론 집값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 높은 금리와 대출 규제는 매수 수요를 누르는 요인이고, 공급이 실제로 늘면 가격 안정에 힘을 보탤 수 있다. 그러나 공급 계획이 곧바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은 아니다. 국감에서도 LH의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 실적이 목표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 사장은 연말에 착공이 집중되는 문제를 인정했다.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단기간의 가격 급락을 말할 수는 없다.

당시 공개된 시장 지표도 일방적인 하락 전망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의 10월 첫째 주 주간 통계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7%, 서울은 0.12%, 수도권은 0.14% 올랐다. 지방은 보합이었다. 이는 한 주간의 흐름일 뿐 향후 가격을 확정하는 자료는 아니다. 다만 적어도 전국 주택시장이 한 방향으로 급락하고 있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며, 수도권과 지방·지역별로 흐름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토연구원의 2026년 주택가격 전망 조사도 급락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2025년 12월 일반가구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곳을 조사했더니, 일반가구는 ‘다소 상승’ 43.2%, ‘변화 없음’ 43.0% 순으로 답했다. 중개업소는 ‘변화 없음’ 45.3%, ‘다소 상승’ 36.4% 순이었다. 물론 이 조사는 최신 시장 상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할 수 있고, 조사 시점도 국감 발언보다 앞선다. 그러나 여러 전망이 엇갈리는 시장에서 ‘급락 가능성이 크다’는 단정적 표현을 쓰려면 그에 걸맞은 별도의 자료와 분석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 보도와 정치권 반응도 발언의 취약한 지점을 짚었다. 연합뉴스는 국감 질의와 답변을 중심으로 전달했고, 경향신문은 여야 의원들의 비판을 함께 보도했다. 특히 여당의 정일영 의원은 청년·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은 수요 억제가 아니라 공급을 앞당기는 일이라며 LH 사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은 ‘어떤 통계와 근거냐’는 질문에 이 사장이 자료를 내겠다고 답한 대목을 전했다. 확인된 보도에서 두드러진 반응은 전망의 근거와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대책을 묻는 비판이었다. 다만 이를 전체 시민의 여론이라고 단정할 만한 대표성 있는 여론조사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데 있다. 집값이 정체하거나 하락하더라도 무주택자는 그동안 월세나 전세 비용을 부담한다. 거주 안정, 통근, 자녀 교육, 가족의 변화도 매수 시점을 결정한다. 집을 사지 않는 선택이 모든 사람에게 손해 없는 선택일 수는 없다. 반대로 대출을 무리하게 끌어다 집을 사라고 권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공공기관장이 해야 할 말은 매수와 관망 중 하나를 대신 골라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 공급 일정과 금융 부담, 가격 전망의 불확실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이다.

국감에서 이 사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 금융을 담당하는 부서의 업무에 대해 언급한 것을 사과하면서 “정부 기조가 아니라 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발언의 책임과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책 책임자의 개인 의견이라 해도 LH 사장의 입에서 나온 순간 시장은 이를 공공기관의 판단이나 정부 정책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청년·신혼부부의 대출 문턱을 높이자는 주장과 “집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이 함께 나오면, 정작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에게는 대안 없이 기다리라는 말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집값 급등도, 급락도 국민에게 고통이다. LH 사장이 해야 할 일은 어느 쪽의 공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실제로 해내는 것이다. “급락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면 어느 지역의 어떤 주택을, 어떤 기간과 지표로 전망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발언은 검증된 전망이 아니라 개인적 판단에 머문다. “지금 안 사도 손해 없다”는 식의 안심성 발언도 마찬가지다. 서민의 주거 결정은 낙관이나 비관을 던져 해결할 일이 아니다.

집값 전망은 희망이나 경고가 아니라 자료로 말해야 한다. LH 사장은 ‘기다려도 된다’는 말에 앞서, 국민이 기다릴 수 있도록 공급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실현할지부터 입증해야 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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