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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李, 외교를 경제로, 동맹을 자주국방으로 바꾼 북중미 순방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10/02 16:05 수정 2026.10.02 16:15
- 주목할 성과는 한미 관계의 주요 현안을 정상 차원에서 다시 협상 궤도에 올려
- 멕시코 국빈방문은 이번 순방의 또 다른 축

이대통령, 북중미 순방 성과(사진_AI이미지 제작)

[기자수첩] 李, 외교를 경제로, 동맹을 자주국방으로 바꾼 북중미 순방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북중미 순방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참석과 멕시코 국빈방문으로 이어진 5박 7일간의 일정이었다. 겉으로는 유엔 연설과 정상회담이 중심이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경제·안보·방위산업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가장 주목할 성과는 한미 관계의 주요 현안을 정상 차원에서 다시 협상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30분간 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략투자 사업이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했다. 특히 군함 건조를 포함한 조선 협력, 핵추진잠수함 연료,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까지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의제 나열이 아니다. 한국의 제조업과 국방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 사안들이다.

핵추진잠수함 연료와 농축·재처리 협의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해양 억제력은 크게 강화된다. 전작권 전환 논의 역시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고 미국이 이를 뒷받침하는 보다 성숙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이번 순방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의존의 동맹’에서 ‘산업과 기술을 공유하는 호혜적 동맹’으로 넓혀 놓았다. 미국의 자본·원천기술과 한국의 제조·사업화 능력을 결합해 조선·반도체·AI·원전·방산 분야에서 공동 이익을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뉴욕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2026’도 의미가 작지 않다. 블랙록, 씨티그룹, 핌코, 프랭클린템플턴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 수장들을 상대로 한국의 반도체·AI 육성 전략과 SMR·핵융합·재생에너지 정책, 자본·외환시장 개혁을 직접 설명했다. 정상외교가 해외 자본의 신뢰를 높이고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고 세일즈맨’ 역할을 맡은 것이다.

멕시코 국빈방문은 이번 순방의 또 다른 축이었다. 멕시코는 중남미 최대권 경제권이면서 미국·캐나다 시장으로 진입하는 생산기지다. 한국 기업에는 단순한 수출시장이 아니라 북미와 중남미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교두보다.

한·멕시코 정상은 ‘2026∼2030 공동행동계획’을 채택하고, 7년 동안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타결했다. 분쟁 해결 절차를 개선하고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투자금 이전을 보장하며, 과도한 조세조치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국가가 울타리를 세운 셈이다.

양국은 AI 협력 선언과 16건의 양해각서를 채택하고 핵심광물·에너지·우주항공·농업·치안·문화 분야로 협력을 확대했다. 특히 멕시코의 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은 K-방산에 새로운 기회다. 전차·장갑차·자주포 같은 기존 수출품을 넘어 함정, 항공, 감시정찰, 군 통신체계와 유지·보수 분야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계약이 아니라 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단계인 만큼 후속 협상과 기업 수주로 증명해야 한다.

이번 순방은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도 균형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축소 단계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현실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압박만으로도, 낙관적인 대화만으로도 풀기 어려운 북핵 문제에서 억제력은 유지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실용적 선택이다.

물론 정상회담의 합의가 곧바로 공장과 일자리, 방산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양해각서는 계약서가 아니며, 핵잠수함 연료와 농축·재처리, 전작권 전환도 미국 의회와 행정부, 군사당국 간의 복잡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정부가 성과를 부풀리기보다 분야별 이행표를 만들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순방의 방향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은 외교를 의전이나 선언에 머물게 하지 않고 투자와 수출, 공급망과 국방력으로 연결하려 했다. 미국과는 첨단산업·조선·원자력 동맹을 강화하고, 멕시코에서는 우리 기업과 K-방산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외교의 성패는 박수의 크기가 아니라 국익으로 판가름 난다. 이번 북중미 순방이 뿌린 씨앗을 정부가 치밀하게 관리한다면, 대한민국은 미국에 안보를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국가를 넘어 동맹의 방위와 산업을 함께 책임지는 핵심 파트너로 올라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이제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다음 과제는 그 문을 통해 투자와 일자리, 수출과 자주국방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국민 앞에 가져오는 일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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