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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평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왜 현장의 죽음은 반복되는가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6/14 16:05 수정 2026.06.14 16:34
- 법적 실효성 제고를 위한 한계 분석 및 입법·정책적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필요(사진_AI이미지)

[기획평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 왜 현장의 죽음은 반복되는가

 

 굿모닝전북신문에서는 "사람이 죽어야 움직이는 나라, 중대재해처벌법은 왜 절반의 성공에 그쳤나"에 문제의식을 갖고,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사고, GTX-A 부실공사 논란, 삼표산업 사례 중 하나를 들어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한 대한민국의 민낯"이라는 방향을 잡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기획했습니다. <편집자 주>

 

Ⅰ. 서론
2022년 1월 27일 본격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명시하고, 경영책임자의 전향적인 안전 투자를 유도하여 “산업재해 예방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엄중한 입법 취지 아래 제정됐다. 그러나 법 시행 4년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산업현장의 치명적 재해(Fatality) 추세는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고 있다. 

 

건설공사 현장의 구조물 붕괴, 제조업체의 폭발 및 대형 화재, 물류창고 재해 및 유해·위험기구에 의한 끼임 사고 등 전형적인 재래형 중대재해가 반복되면서, 사법 기제(Judicial Mechanism)로서의 법적 실효성에 대한 엄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의 문제는 단순히 입법의 유무가 아니라, 현행 법령의 구조적 결함과 집행력(Enforcement)의 공백에 있다.

Ⅱ. 대표사례 분석: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
본 법 시행 초기 가장 대표적인 리딩 케이스(Leading Case)는 2022년 1월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발생한 토사 사면 붕괴로 인한 근로자 3명 매몰 사망 사고이다. 위반 사항의 고착화 문제는 고용노동부 및 검찰 수사 결과,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는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 부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 소홀, 재해 발생 우려 시 작업중지(Stop-work authority) 및 대피조치 미실시 등 전형적인 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책임 추궁 역시 기소 및 재판 과정에서 법리적 한계가 명백히 드러났다. 최고경영자(CEO)가 본 법령상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실질적으로 위반했는지, 그리고 그 의무 위반과 근로자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Causal Relationship)가 존재하는지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시일과 행정력이 소모됐다.


시사점으로는 하부 실무자(공장장, 현장소장 등)에게 책임을 전가해 온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벌 관행을 극복하고, 최고경영층의 팽창된 책임(Expanded Liability)을 묻고자 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조적·증명 원칙상 한계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이다.

Ⅲ. 현행 법령 및 사법적 통제의 문제점

1. 경영책임자 정의의 모호성과 책임 회피 구조
현행법 제2조 제9호는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법인이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별도 임명한 경우, 대표이사(CEO)가 실질적 경영권 행사를 하면서도 형사책임 유예를 위한 면책 방패막이로 CSO를 활용하는 꼼수가 지속되고 있다. 공판 과정에서 "실질적·최종적 권한의 귀속 주체"를 두고 지난한 법리 공방이 반복되는 이유다.

2. 사후 사법 처리 중심 체계의 한계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ct)」이나 독일의 전방위적 행정·노동감독 체계와 달리, 한국의 시스템은 사후적 처벌(Ex-post Punishment)에 비대하게 경도되어 있다. 예방적 감독(Ex-ante Regulation)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사법적 수사가 개시되는 구조는 현장의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데 명백한 한계를 지닌다.

3. 원·하청 다층 구조하에서의 도급인 책임 입증 곤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중대재해의 다수가 수급인(하청) 소속 근로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현행법 제5조는 도급인(원청)에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 내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부과하지만, 원청은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법리로 위험의 지배 여부를 부인한다. 반면 하청은 적정 공기(工期) 미확보와 공사비 단가 압박 등 구조적 예산 부족을 호소한다. 결과적으로 원청 최고경영진까지 책임의 연쇄고리가 이어지지 못하고 중도 차단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4. 사법부의 온정주의적 양형 기준 및 집행유예 남발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을 선고할 때, 여전히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의 양형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근로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자백 및 반성, △동종 전과 여부, △유가족과의 합의(처벌불원의사 표시) 등을 이유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사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온정주의적 양형은 법적 경각심(Deterrence Effect)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Ⅳ. 단속·수사 기구의 전문성 및 역량 한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 예방적 특별감독 인력 부족 및 사후 수사 전문성 한계
[사법경찰관 (일반경찰)] ──> 공학적 사고 원인 규명 및 산업재해 특수성 이해 부족
[검찰청 (공판 검사)] ──> 복잡한 기업 거버넌스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 입증 역량 미흡

경찰 (일반 사법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 수사를 담당하나, 산업현장의 정밀한 공학적 메커니즘, 구조물 역학 분석, 유해·위험기구 고유의 메커니즘 분석 역량이 부족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검찰은 기업의 복잡한 경영 지배구조(Governance), 이사회 보고 체계, 예산 편성 및 집행 프로세스를 추적하여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과의 '인과관계'를 구성할 전문 검사인력 및 전문 수사기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용노동부(특별사법경찰관)는 중대재해 발생 후 실시하는 '특별감독'은 행정 처분과 임시 조치에 치중되어 있으며, 전국 수십만 개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모니터링할 정기 감독 인력의 물리적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Ⅴ. 법·제도적 실효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

1. 상습·반복 재해 기업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 신설
동일 사업장 또는 동일 법인 내에서 일정 기간(예: 5년) 이내에 2회 이상 중대산업재해가 반복 발생한 경우, 형법상 누범 고지 또는 특별법상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하여 법정형의 하한을 상향(예: 징역 2년 이상)하거나 형량을 2배까지 가중하는 '상습 중대재해 가중처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2. 전향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Punitive Damages) 강화
현행법 제15조에 규정된 중대재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손해액의 5배 이내)은 법원의 인용 금액 보수성으로 인해 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배상 배율의 하한선을 설정하거나, 기업의 직전 연도 매출액과 연동된 '매출액 대비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하여, "안전 비용 지출이 사고 예방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경제적 공식을 타파해야 한다.

3. (가칭) '산업안전특별수사청' 등 전문 융합 수사 기구 신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특사경), 경찰의 수사 전문가, 그리고 과학수사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전문가(건축·토목·기계·화공 기술사 및 공학 박사), 기업회계 분석 전문가를 전면 배치한 독립적 수사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융합 수사를 통해 초기 초동수사 역량을 높이고 고도화된 대기업의 면책 논리를 타파해야 한다.

4. 감독기관 공무원의 직무유기 형사책임 명문화
인허가 및 상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공공기관 및 자치단체 공무원이 중대한 부실 감독을 저질렀거나 위험 징후 보고를 묵살한 사정이 입증될 경우, 영국 등 선진국 사례처럼 공공부문 책임(Public Sector Accountability)을 엄격히 물을 수 있도록 공무원 처벌 및 직무유기 적용 범위에 대한 특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5. 공공조달시장 입찰참가자격 제한(Negative System)의 실질화
중대재해 유발 기업에 대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부당업자 제재)를 현행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은 최소 3~5년간 정부 및 공공기관 발주 사업 참여를 전면 배제하고, ESG 평가 항목 내 감점 배점을 획기적으로 높여 확실한 시장 도태(Market Exclusion) 기제를 작동시켜야 한다.

Ⅵ. 결론
산업재해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이나 근로자 개인의 단순한 부주의로 발생하는 우연적 사고가 아니다. 이는 기업 내부의 조직적 관리 실패(Organizational Failure), 정부 감독 기구의 행정적 불비, 그리고 노동 가치를 경시하는 기업 윤리의 부재가 결합하여 나타나는 구조적 사회 범죄(Social Crime)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은 한국 산업안전 역사의 진일보였으나, 현행법은 여전히 사후 처벌의 딜레마와 법리적 구멍을 노출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이 죽어야만 사법 기제가 작동하는 법'에서 벗어나, 예측 가능한 위험을 사전 통제(Risk Control)하는 예방 중심의 거버넌스로 변모해야 한다.

기업은 안전 보건을 재무제표상의 손실 비용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필수 자산'으로 인식해야 하며, 사법 체계는 산업재해를 단순 과실이 아닌 타인의 생명을 침해한 중대 범죄로 다루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선진국 도약 여부는 거시경제 지표(GDP)가 아니라, 현장의 모든 노동자가 일과를 마치고 온전하게 가족의 품으로 귀가할 수 있는 일터의 안전성에 의해 담보될 것이다.

 

 

 

굿모닝전북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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