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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탐구> 제3부 -'성공한 기업가'인가, '논란의 경영자'인가

하태웅 기자 ktshtw@hanmail.net 입력 2026/07/06 09:57 수정 2026.07.06 15:09
- '한국의 카길'은 아직 진행형이다.
- 기업의 역사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기업인의 역사는 평가로 남는다.

서울 하림그룹 사옥 전경(사진_하림)
<기업가 탐구> 제3부 - 성공한 기업가인가, 논란의 경영자인가

 

 김홍국, '한국의 카길'은 아직 진행형이다.

 "기업의 역사는 숫자로 기록되지만, 기업인의 역사는 평가로 남는다."

대한민국 축산업의 산업화를 이끈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기업 총수로서 지배구조와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경영자.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이 두 문장을 동시에 안고 있는 기업인이다.

병아리 열 마리에서 시작한 그의 성공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업이 커질수록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도 함께 커졌다. 오늘의 김홍국을 평가하려면 '성공'만이 아니라 '과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산업을 바꾼 기업가
1980년대 이전 우리나라 양계산업은 영세성과 가격 불안정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김홍국은 생산과 가공, 유통을 하나로 연결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구축하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계약사육 시스템과 위생적인 도계·가공 체계를 확대하고, 브랜드 닭고기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 결과 하림은 단순한 양계회사를 넘어 사료, 축산, 식품, 물류, 해운을 연결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김홍국을 "국내 축산업의 산업화를 앞당긴 기업인"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산 하림 본사 사옥(사진_하림)

지역을 떠나지 않은 기업
대기업가 상당수가 수도권 중심으로 경영 기반을 옮기는 것과 달리, 하림은 오랫동안 전북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왔다.
익산을 중심으로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물류 인프라를 확충했고, 계약농가와 협력업체를 통해 지역 농업과의 연계도 강화했다.
하림의 성장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 농가 소득 안정, 지방세수 확대 등 전북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 장학사업, 사회공헌 활동 역시 기업의 지역 정착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전북에서는 하림을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향토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성공이 커질수록 커진 사회적 책임
기업이 성장할수록 사회는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하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와 지배구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문제 등은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제도 개선 요구도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는 하림만의 특수한 사례라기보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다만 하림처럼 농업과 식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일수록 농가와 소비자, 협력업체의 신뢰가 핵심 자산인 만큼,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ESG 시대, 새로운 시험대
오늘날 기업의 경쟁력은 매출과 이익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경영은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새로운 기준이 됐다.

하림도 동물복지, 식품안전, 친환경 생산, 탄소배출 저감, 지역사회 공헌 등을 강화하며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ESG는 선언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협력농가와의 상생,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소비자 신뢰 확보는 앞으로 하림이 꾸준히 증명해야 할 과제다.

'한국의 카길'은 가능한가
김홍국 회장이 자주 언급하는 기업은 미국의 카길이다.
카길은 곡물, 사료, 축산, 식품가공, 물류, 금융까지 연결한 세계 최대의 식량기업이다.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하고, 곡물사업을 확대하며, 가정간편식과 브랜드 식품에 투자한 이유도 결국 이와 같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계 식량시장은 카길, ADM, 번지, 루이드레퓌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랜 기간 구축한 공급망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무대다. 국제 곡물가격 변동, 지정학적 리스크, 해운 경기의 불확실성, 기후변화까지 복합적인 변수가 존재한다.

하림이 '한국의 카길'로 도약하려면 해외 생산기지 확대와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첨단 식품기술 투자, 지속가능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김홍국 회장(사진_하림)

후계 구도와 미래
모든 창업기업이 결국 마주하는 질문은 '창업자 이후'다. 하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은 기업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앞으로는 전문경영 체제와 투명한 지배구조, 안정적인 승계 시스템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다. 세계적인 장수기업 대부분이 창업자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조직 중심의 경영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은 하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김홍국 리더십, 무엇을 남겼는가
김홍국 회장의 리더십은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장이다. 그는 생산 현장을 가장 중요한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둘째, 도전이다. 가격 폭락의 실패를 산업 혁신의 계기로 바꾸고, 팬오션 인수와 같은 과감한 결단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만들었다.
셋째, 통합이다. 사료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축하며 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줬다.
넷째, 비전이다. '닭고기 회사'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식량기업이라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다섯째, 지역성이다. 세계를 향한 전략을 추진하면서도 전북을 핵심 기반으로 삼아 지역과 함께 성장하려는 모습을 유지해 왔다.

 

기자의 시선
김홍국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누군가는 그를 대한민국 축산업의 역사를 바꾼 혁신가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대기업 총수에게 요구되는 투명성과 공정성의 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두 평가는 모두 의미가 있다.
기업가의 평가는 찬사만으로도, 비판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떤 산업을 만들었고, 어떤 책임을 다했으며, 앞으로 어떤 미래를 준비하느냐다.

김홍국은 병아리 열 마리에서 시작해 국내 식품산업의 한 축을 세운 기업인이다.
그의 성공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우리나라 축산업의 현대화와 식품산업의 구조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카길'이라는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며,그 꿈이 현실이 될지는 앞으로의 경영 성과와 사회적 신뢰가 함께 결정할 것이다. 언젠가 한국 식품산업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때, 김홍국이라는 이름은 '닭을 키운 기업인'이 아니라 '식량산업의 지평을 넓히려 했던 전략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마지막 평가는 숫자가 아니라, 시대가 내릴 것이다.

 

에필로그
기업은 제품을 만들고, 기업가는 시대를 만든다.
김홍국 회장의 삶은 한 사람의 성공담을 넘어, 전북의 작은 농장에서 출발한 기업이 세계 식량산업에 도전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
그 길에는 혁신도 있었고,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그는 한국 축산업이 걸어온 길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기업인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카길.'
그 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김홍국의 평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태웅 기자 ktsht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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