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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시론] 곡간을 지키던 사람, 이제는 곡간을 채우는 사람..
오피니언

[시론] 곡간을 지키던 사람, 이제는 곡간을 채우는 사람으로… 최원석의 선택이 던지는 의미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7/10 16:29 수정 2026.07.10 17:04
- 공직의 완성은 퇴임이 아니라, 사회에 경험과 지혜를 돌려주는 데 있어
- 퇴직 후 열린 마음, 높고 낮음은 중요하지 않아, 시민에 대한 봉사가 먼저

최원석 실장(사진_굿모닝전북신문)

[시론] 곡간을 지키던 사람, 이제는 곡간을 채우는 사람으로… 최원석의 선택이 던지는 의미

 공직의 가치는 직급에 있는가, 아니면 국민과 시민을 위한 봉사에 있는가.
최근 군산시에서 이례적인 인사가 있었다. 경찰청 경무관으로 35년간의 공직을 마친 최원석 전 전북경찰청 공공안전부장이 퇴임 직후 군산시 계약직 6급 직소민원실장으로 새로운 공직을 시작했다.

경무관은 일반직으로 환산하면 부이사관(3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이다. 직급만 놓고 보면 세 단계 이상 낮은 자리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왜 굳이 6급이냐"는 의문도 제기했고, 일각에서는 경찰 조직의 위상과 자존심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직의 가치는 계급이 아니라 역할에서 나온다. 최원석 실장은 주변에 "35년 동안 경찰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 즉 시민의 곡간을 지키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시민의 곡간을 채우는 행정에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말이지만 공직 철학이 담겨 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조직이다. 지방행정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조직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결국 모두 시민을 위한 봉사라는 하나의 가치로 귀결된다. 김재준 군산시장 역시 평소 "행정의 본질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는 철학을 강조해 왔다.

김 시장은 국회와 청와대에서 오랜 기간 정책과 국정을 경험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을 거쳐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 청와대 제1부속실 수석행정관, 춘추관장 등을 역임하며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 구조와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았다.


김재준 군산시장(사진_자료백업)

반면 최 실장은 전북 곳곳에서 치안과 조직관리, 갈등 조정, 공공안전 업무를 수행하며 현장 행정의 전문가로 성장했다. 정책을 설계하고 중앙과 연결하는 정치 행정, 현장을 이해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실무 행정. 지역사회에서는 이러한 조합이 군산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부에서는 전직 경찰 고위간부가 시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향후 군산시와 관련된 사법적 사안에서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최 실장은 "35년 경찰생활 동안 수사 부서 근무는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수사 라인과의 직접적인 업무 인연도 거의 없었다"며 "그런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는 취지로 주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경무관 출신이 6급으로 가는 것은 경찰의 위상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서 다른 장면을 수없이 보아 왔다. 조선시대 수많은 명재상과 대학자들은 벼슬을 마친 뒤 고향으로 내려가 후학을 양성하고, 향약을 만들고, 서원을 세우며 지역사회를 일으켰다.

퇴계 이황은 관직보다 학문과 후학 양성을 택했고, 율곡 이이는 지방행정과 교육을 통해 나라의 기초를 다지는 데 힘썼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도 백성을 위한 실학과 행정개혁을 연구했다. 조광조와 이언적을 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은 벼슬보다 지역과 사람을 키우는 일을 더 큰 공직으로 여겼다.

전북에서도 은퇴한 판사, 검사, 교수, 장성, 고위공무원들이 대학 강단과 공공기관, 지역사회에서 후배를 양성하고 정책을 자문하며 지역 발전에 기여해 온 사례는 적지 않다. 이는 결코 '격하'가 아니라 경험을 지역에 환원하는 공직문화의 아름다운 전통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중앙에 집중된 인재와 경험을 어떻게 지역으로 돌려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수십 년간 국가를 위해 일한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지역에서 행정과 교육, 정책 자문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도 소중한 자산이다.

군산 역시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새만금 개발, 신항만, 재생에너지(RE100), 첨단산업 유치, 조선산업 회복,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정치력과 시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는 행정력이 함께 필요하다. 더욱이 지역 정치권의 경쟁 구도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모두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리더십 또한 요구된다.

공직은 높은 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이 성공이 아니다. 국민과 시민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복의 길이다. 최원석 실장의 선택은 단순한 '3단계 직급 하향'이 아니라, 공직의 무게는 계급이 아니라 책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곡간을 지키던 사람이 이제는 곡간을 채우는 일에 나섰다. 그 선택의 가치는 직급이 아니라, 앞으로 군산 시민들에게 어떤 결실을 안겨줄 것인지에 의해 평가받게 될 것이다.


군산시청(사진_군산시)

에필로그
공직은 임명장에서 시작되지만, 그 가치는 퇴임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진정한 공직의 완성은 직위를 내려놓는 순간이 아니라,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다시 사회와 지역, 그리고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데 있다.

조선시대 명재상과 대학자들이 벼슬을 마친 뒤 고향으로 돌아가 후학을 기르고 향촌을 일으키며 백성과 함께했던 전통도 바로 이러한 공직 정신의 연장선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수도권 집중과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와 사회를 위해 평생을 바친 고위 공직자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 발전의 자산으로 활용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최원석 전 경무관의 선택 역시 그 연장선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높은 직급을 내려놓고 시민 곁에서 다시 시작한 그의 결정은 직급의 높고 낮음보다 공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있다.

공직의 완성은 퇴임이 아니라, 사회에 경험과 지혜를 돌려주는 데 있다. 직급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시민을 위한 봉사와 공동체를 위한 헌신은 오래도록 기억된다.

그것이 공직자의 마지막 계급이며, 가장 아름다운 훈장 아닐까?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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