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3부작] 지방의회, 감시자인가 이해당사자인가 2부
겸직·이해충돌·지역 토착권력의 민낯
1. 선수와 심판이 같은 경기장
불이 꺼지지 않은 전북 지역의 한 기초의회 본회의장. 수십, 수백억 원 규모의 지역 맞춤형 예산안과 조례안이 심사대에 오른다. 서류를 뒤적이는 의원들의 눈빛은 날카롭지만, 이 장면은 단순한 정책 심의가 아니다. 때로는 사익과 공익,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현장’이 된다.
지방의원의 겸직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전북지역 지방의회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비판이 매년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사례 1: 농업법인 대표 의원의 '셀프 보조금' 심의
도내 한 시의회에서는 수십만 평의 영농조합법인을 직접 운영하거나 농업 관련 단체 임원을 맡고 있는 A 의원이 농산물 유통 조례안 개정과 농가 보조금 증액 사업 심의에 앞장섰다. 질의자로 나선 그는 목소리를 높여 관련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법적인 '제척' 대상은 피해 갔지만, 사실상 자신이 소속된 단체나 법인이 혜택을 볼 것이 자명한 구조였다.
당시 심사를 지켜본 한 공무원의 토로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가니 서류상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누가 봐도 자기 사업방향이랑 똑같은데 이해관계가 너무 명확한 것 아니냐'는 쓴소리가 무성했죠."
사례 2: 건설업자 의원과 '토목 예산'의 함수관계
또 다른 군의회에서는 지역 중소 건설업체 대표를 겸직하거나 가족 명의로 위장 등록해 둔 B 의원이 건설·토목 관련 상임위원회에 배치됐다. B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 특정 도로 개설과 수해 복구 공사의 시급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얼마 후, 해당 사업의 하도급 물량 중 상당수가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지역 업체들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의 지적은 "자기가 입찰 경쟁에 참여하는 시장의 판을 스스로 짜는 격입니다. 사실상 이해당사자가 심판 옷을 입고 휘슬을 부는 꼴이죠."
2. 거미줄처럼 얽힌 지역 사회의 카르텔
이러한 논란은 전북의 중심 도시인 전주시의회와 정읍시의회 등에서도 형태만 바뀐 채 반복적으로 불거져 왔다.
[전주시의회, 허울뿐인 회피 원칙] 도시개발 사업과 대규모 시설 위탁 공모가 진행될 때마다 일부 의원들의 '전직' 혹은 '가족 법인'이 도마 위에 오른다. 관련 업종에 종사했거나 여전히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들이 심의 과정에서 "전문성이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칼자루를 쥐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이해충돌 회피 원칙이 현장에서 사실상 마비됐다"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이유다.
[정읍시의회: 보조금 뒤에 숨은 이해관계] 지역 사회복지시설과 민간위탁 보조금 사업 역시 이해충돌의 사각지대다. 복지법인이나 시설의 대표, 혹은 이사 출신 인사가 의회에 진입한 뒤,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민간위탁 재지정 고시나 보조금 정산 검사 노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책 결정의 주체와 수혜자가 분리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다.이 같은 사례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사법기관에 적발되어 당장 구속되거나 처벌받지 않는, 이른바 ‘합법의 탈을 쓴 회색지대(Gray Zone)’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3. "규정은 위반 안 했는데, 왜 찝찝할까요"
현장의 공무원들은 이 모순된 상황 속에서 매일 냉가슴을 앓는다.
공무원 C씨 (7급, 익명 요구), "규정 위반은 아니라고 하죠. 그런데 심사할 때 의원님 눈빛이나 뉘앙스를 보면 다 느껴집니다.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공무원이 나서서 '의원님, 자격 없으니 나가 계십시오'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피로감이 엄청납니다.
"또 다른 관계자 D씨는 "의원들은 '내가 그 바닥을 잘 아니까 송곳 검증을 하려는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전문성을 핑계 대면 참여를 막을 명분이 약해지죠.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악순환입니다."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선 ‘구조적 이해충돌’로 규정한다.
전북지역 대학 행정학 교수 B싸는 "지방의회는 태생적으로 지역 기반의 토착 인사, 자영업자, 사업가들이 유입되는 구조입니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묶인 좁은 지역 사회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은 상시적입니다. 문제는 시스템이 이들을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권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4. 주민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
이러한 ‘그들만의 리그’가 거듭될수록 주민들의 불신은 깊은 흉터로 남는다.전주시 완산구 주민 김모(45) 씨는 "동네 사정 조금만 알면 저 사람이 무슨 사업 하는지, 누구랑 친한지 다 압니다. ‘누가 봐도 법인이랑 관련 있어 보이는데 서류상 문제없다’고 발표하면, 주민들 눈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걸로밖에 안 보이죠. 그러니까 의회를 불신하는 겁니다.
"결국 본질적인 질문은 단순해진다."법적으로만 문제가 없으면 면죄부를 줄 것인가, 아니면 주민이 상식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인가." 지방자치제도의 존립 근거는 명백히 후자를 요구하고 있다.특히 전북은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 속에서 한정된 재정(보조금)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좁은 지역사회 안에서 사업과 정치, 행정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보니,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마비되기 쉽다. 이 구조 속에서 이해충돌은 ‘어쩌다 발생하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을 갉아먹는 상시적 위험’이다.
5. 지방자치 최대 과제 '처벌'이 아닌 '설계'로 이제 필요한 것은 "청렴하겠다"는 공허한 윤리 선언이 아니다. 의심의 여지조차 차단하는 정밀한 제도적 설계다.핵심 개혁 과제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이해관계 사전 등록 의무화의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사업체 및 계약 현황을 투명하게 상시 공개,
블록체인 기반 자동 회피 시스템안건 키워드와 의원의 자산·경력 데이터를 대조해 이해충돌 안건 발생 시 자동으로 심의 배제, 외부 전문가 중심의 윤리심사제 식구 감싸기로 전락한 윤리특별위원회를 전원 외부 시민단체 및 법조인으로 구성 변경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이해충돌 의무 위반 적발 시 의정비 반환 및 다음 선거 공천 배제 등 실질적 징계 조치
지방자치 전문가의 제언, "지방의회는 사후에 사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구조'가 되어서는 늦습니다. 애초에 주민들이 의구심을 가질 만한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차단벽을 설계해야 합니다."
"당신은 감시자인가, 이해당사자인가.
"지방의회가 이 무거운 질문에 행동으로 답하지 못하게 되면, 그들이 앉아 있는 의원석은 시민의 대변창구가 아닌, 사익을 챙기는 '토착 권력의 복덕방'으로 전락할 것이다.
굿모닝전북신문 ,기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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