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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
[굿모닝전북신문=오운석기자]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감소했지만 전 애인과 지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4일 논평을 통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하며 "성폭력 범죄 양상이 낯선 사람 중심에서 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범죄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전 애인에 의한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피해 비율은 2022년 13.8%에서 올해 42.5%로 급증했다. 성추행 피해 역시 같은 기간 5.6%에서 14.6%로 늘어났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현 교제 상대, 전 연인,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신고와 피해 회복이 더욱 어렵다"며 "보복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자가 침묵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2차 피해 방지 정책'이 45.7%를 차지한 점에 주목했다. 이는 피해자들이 사건 자체뿐 아니라 수사·재판 과정과 사회적 비난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단체는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긴급 보호명령 및 접근금지 제도 실효성 강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체계 확대 ▲수사·재판 과정의 2차 피해 방지 ▲피해자 지원제도 홍보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는 7월 시행되는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이 언론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도 촉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친밀한 관계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는 폭력은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와 국회는 변화하는 성폭력 범죄 양상에 맞춰 피해자 보호 중심의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논평전문]
성폭력 피해율 감소에도 '친밀한 관계 및 지인'에 의한 가해는 증가,
친밀한 관계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6월 23일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5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 성폭력 범죄의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로, 지난해 만 19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 남녀 1만 151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결과 전체적인 성폭력 피해 경험률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는 성폭력 예방교육 확대, 디지털 성범죄 대응 강화, 사회적 인식 개선 등 다양한 정책과 시민사회의 노력에 따른 긍정적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지표에서는 우려스러운 변화가 확인됐다. 특히 전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성폭력 피해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3년 간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로도 체감할 수 있다.
여성 응답자 기준 전 애인에 의한 불법촬영물·허위영상물 피해 비율은 2022년 13.8%에서 2025년 42.5%로 증가했고, 성추행 피해 비율 역시 5.6%에서 14.6%로 늘어났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실제 범죄 발생 증가만을 의미하는지, 피해 인식과 신고 의향의 변화가 일부 반영된 결과인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친밀한 관계를 이용한 성범죄가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은 단순히 전 연인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 교제 상대, 배우자, 사실혼 관계, 데이트 상대 등 신뢰와 친밀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피해자의 저항과 신고를 어렵게 만들고, 심리적·사회적 후유증을 더욱 심화시키는 특징을 갖는다. 가해자가 낯선 사람이 아니라 가까운 관계의 사람일수록 피해자는 보복과 비난,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침묵을 강요받기 쉽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 가운데 ‘2차 피해 방지 정책’이 45.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2022년 조사에서 가해자 처벌 강화와 안전한 환경 조성이 주요 요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이후 수사·재판 과정과 사회적 시선 속에서 겪는 추가적 피해를 막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피해자 중심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정부가 교제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디지털 성범죄 통합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은 필요한 조치이다. 또한 성폭력 사건 발생 시 불이익 조치 금지 대상에 조력자를 포함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 역시 피해자의 고립을 막고 신고를 활성화하는 데 의미 있는 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은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제도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과 교제폭력 피해자에 대한 긴급 보호명령과 접근금지 제도를 실효성 있게 도입해야 한다. 피해자가 범죄 발생 직후 신속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불법촬영물과 허위영상물 삭제 지원의 신속성을 높이고, 피해자에게 법률·심리·의료 지원을 통합 제공하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반복 진술 요구를 줄이고, 피해자 국선변호 지원 확대와 비공개 조사 원칙 강화 등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넷째, 피해자 보호 제도에 대한 인지도 제고가 시급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 행위 처벌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79~88% 수준으로 높았지만, 친고죄 폐지(59.4%)와 불법촬영물·신상정보 삭제 지원 제도(57.2%) 등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부는 가해자 처벌 중심의 홍보를 넘어 피해자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현장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7월 시행을 앞둔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이 언론 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성폭력 사건 보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자 신상 노출과 선정적 보도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밀한 관계라는 이름 아래 은폐되는 폭력은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와 조력자가 모두 안전하게 보호받고, 누구나 두려움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정부와 국회는 변화하는 성폭력 범죄 양상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하며, 피해자 보호 중심의 정책을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모든 시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입법과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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