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전북신문 9.15 창간 특별기획] 1부 조작사회(Manipulated Society)- 조작은 문명의 시작이었다
― 인간은 언제부터 진실보다 이야기를 선택했는가
"권력은 힘으로 사람을 지배하지만, 조작은 믿음으로 사람을 지배한다.“
프롤로그
2026.9.15.이면 굿모닝전북신문 창간 5주년이다. 창간 기념일 맞이하면서 무언가 의미있는 주제를 선정하고자 편집회의를 수차에 걸쳐 하면서 결국 현대는 조작사회라는 화두를 결론으로 해 10부작을 내기로 했다. 창간기념일까지 조작학에 대한 기획시리즈 10부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주-편집부]
조작은 거짓말이 아니다. 조작은 상대방이 스스로 거짓을 진실이라고 믿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누군가 총을 겨누면 사람은 복종할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실을 바꾸고, 기억을 바꾸고, 역사를 바꾸면 사람은 스스로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권력은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칼과 총보다 먼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오늘날 AI와 딥페이크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했지만, 그것은 새로운 기술일 뿐이다.
조작이라는 기술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간 문명과 함께 발전해 왔다. 역사는 사실이 아니라 '기록'이었다. 우리는 역사를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라고 배운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한 가지를 경고한다. 역사는 과거 그 자체가 아니라 과거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기록은 언제나 누군가가 남긴다. 남기지 못한 사람은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 권력은 오래전부터 기록을 독점했고, 기록을 독점한 사람은 진실을 정의했다.
플라톤의 '고귀한 거짓말'
조작의 철학은 현대 정치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통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고귀한 거짓말(Noble Li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플라톤은 '이상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공통의 신화를 믿는 것이 공동체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오늘날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많은 비판을 받는 사상이지만, 이 논의는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거짓말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이후 정치철학의 오래된 논쟁이 되었다.
마키아벨리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기만과 속임수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논했다. 그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문장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오랫동안 그렇게 요약되어 이해되어 왔다.
여기서 조작은 개인의 도덕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기술로 등장한다. 권력은 진실보다 안정을 먼저 선택하기 시작했다.
나폴레옹
승리보다 강한 것은 '이미지'였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전쟁의 천재인 동시에 이미지 정치의 선구자였다. 그는 자신의 승전을 과장한 공보를 배포했고, 화가들에게 자신을 영웅으로 묘사하도록 의뢰했다. 대표적인 예가 '자크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초상이다. 실제로는 험난한 산길을 노새를 타고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림 속 그는 거대한 말을 타고 당당히 산을 오르는 영웅으로 표현된다. 그는 말했다. "상상력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 말은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정치의 전략이었다.
히틀러와 괴벨스
거짓말은 반복될수록 힘을 얻는다. 20세기에 들어 조작은 산업화된다. '아돌프 히틀러'와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라디오, 신문, 영화, 교육을 하나의 선전 체계로 묶었다.
괴벨스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국민이 무엇을 믿는가였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처럼 믿게 된다"는 문구는 괴벨스의 사상을 요약한 표현으로 자주 인용되지만, 정확히 그가 남긴 문장인지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반복과 감정 자극을 결합한 선전 전략이 나치 체제의 핵심이었던 것은 역사적으로 확인된다.
스탈린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기억을 지웠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사진 속 인물까지 지웠다. 정적은 숙청되었고 그들의 이름은 교과서에서 삭제되었다. 혁명의 영웅도 국가의 공신도 권력에서 밀려나는 순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었다.
오늘날 역사학에서는 이를 단순한 검열이 아니라 기억의 조작으로 평가한다.
마오쩌둥
혁명은 현실보다 서사를 먼저 만들었다. '마오쩌둥' 시대 중국에서는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과정에서 과장된 생산량 보고와 충성 경쟁이 확산되었다. 현장의 허위 보고는 상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대규모 기근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 다수의 역사 연구에서 제시된다. 이 사례는 조작이 단순한 선전을 넘어 정책 실패와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나 아렌트
전체주의는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 것을 만든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연구하면서 중요한 통찰을 남겼다. 그녀는 문제는 단순히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능력을 잃어버리는 상태가 더 위험하다고 보았다.
그녀는 이렇게 경고했다. "전체주의의 이상적인 신민은 확신에 찬 신봉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의 구별이 사라진 사람이다." 이 통찰은 AI와 딥페이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AI는 새로운 조작자인가
AI는 거짓말을 발명하지 않았다. AI는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발전시켜 온 조작기술을 초고속으로 자동화했을 뿐이다. 과거에는 사진 한 장을 조작하는 데 며칠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초면 가능하다. 과거에는 수백 명의 선전조직이 필요했지만, 오늘날에는 알고리즘 하나가 수억 명에게 서로 다른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 도구는 바뀌었다. 그러나 목적은 바뀌지 않았다.
조작이 가능했던 것은 권력은 언제나 사실을 지배하려 했고,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에 끌렸다. 그렇기에 조작을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의 판단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다음 회 예고
제2부 – 『정치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민심은 과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설계될 수도 있는가?"를 묻고 있다.
굿모닝전북신문 편집부, 창간사업부



홈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