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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대학교(사진_전북대) |
[기자수첩] 논문 표절 의혹, 소명서 두 장이 말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전북대학교 총장 예비후보 송양호 교수를 둘러싼 논문 표절 의혹이 대학 안팎으로 확산하고 있다. 총장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불거진 사안인 만큼 연구윤리 검증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과 표절이 최종적으로 확인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굿모닝전북신문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김병기 전주대 교수의 의견서(2026년 8월 6일)와 김영 변호사의 소명서를 살펴봤다. 두 문서를 대조해 보면 지금까지 알려진 단순한 표절 의혹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동연구의 경위와 논문 발표 과정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8년, 세 사람의 연구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김영 변호사의 소명서에 따르면 사건의 출발은 2008년 3월경이다.
당시 김영 변호사는 박사과정을 수료했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도교수의 퇴직으로 학위 취득에 어려움을 겪던 중 송양호 교수를 찾아가 박사학위 취득에 필요한 절차와 연구 방향에 대해 상담했다. 이후 2008년 5월경 송 교수는 당시 상법 개정의 주요 쟁점이었던 '집행임원제도'를 연구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집행임원의 책임과 책임완화 방안, 국내 기업의 도입 현황, 미국과 일본의 제도 비교 등 구체적인 연구주제와 방향도 제시했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변호사 업무를 병행하던 김 변호사는 자료 수집과 분석에 시간적 제약이 있었다. 이에 당시 전북대 법과대학 시간강사였던 김병기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렇게 세 사람의 연구 인연이 시작됐다.
김병기 교수와 김영 변호사의 공동연구
김영 변호사와 김병기 교수는 2008년 5월경부터 국회도서관과 중앙도서관 등을 오가며 국내외 자료를 수집했다. 집행임원의 개념과 법적 책임, 책임완화 방안, 국내 기업의 도입 현황 등을 함께 조사하고 관련 자료와 파일을 주고받으며 연구를 진행했다.
두 사람의 소명 내용에서 공통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공동연구가 실제로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다만 연구를 중단한 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김병기 교수는 의견서에서 건강이 좋지 않아 2008년 8월경 공동연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영 변호사는 소명서에서 김병기 박사가 2008년 9월경 건강 문제로 더 이상 연구를 도와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한 달 정도의 시점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당시 공동연구가 진행됐고 건강 문제로 연구가 중단됐다는 사실에는 대체로 일치하는 설명을 하고 있다.
공동연구가 중단된 뒤 각자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김영 변호사의 소명에 따르면 김병기 박사는 공동연구를 중단하면서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논문 파일을 전달했다. 김영 변호사는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연구와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집행임원의 책임에 관한 연구」를 완성해 2009년 5월 말경 전북대 법학연구에 투고했고, 같은 해 7월 법학연구 제28집에 게재했다.
이어 두 번째 논문인 「집행임원의 책임완화에 대한 고찰-2008년 상법개정안의 집행임원제도를 중심으로」도 자료를 보충하고 수정해 2009년 12월 법학연구 제29집에 게재했다. 그런데 김병기 교수의 의견서에는 또 다른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공동연구를 중단한 뒤 건강을 회복하면서 기존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논문을 발표했다.
첫째, 「집행임원의 책임에 관한 연구」(한국법학회 법학연구 제33집, 2009년, 267~288쪽).
둘째, 「집행임원의 책임완화에 관한 연구」(원광법학 제25권, 2009년, 67~89쪽).
김 교수는 당시 건강 문제와 바쁜 일상 때문에 자신이 발표한 논문에 관해 김영 변호사에게 알린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영 변호사는 김병기 박사가 같은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다. 결국 두 사람의 소명은 공동연구 중단 이후 각자 연구를 이어갔고, 상대방의 논문 발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논란은 단순히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의 논문을 베꼈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동연구 과정에서 공유된 자료와 아이디어가 어떻게 각자의 논문에 반영됐는지, 선행논문의 발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인용과 참고문헌 표시는 적절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송양호 교수의 역할과 공동저자 표시는?
그렇다면 송양호 교수는 논문 작성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김영 변호사의 소명서에 따르면 송 교수는 연구주제를 제안하고 구체적인 연구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 논문이 완성된 뒤 김 변호사는 원고를 송 교수에게 가져갔으며, 며칠 후 몇 가지 수정사항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2009년 5월 첫 번째 논문을 제출하면서 지도교수인 송 교수를 제1저자로, 자신을 제2저자로 표시했다.
논문을 처음 작성하는 과정에서 지도교수를 앞쪽에 기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논문 역시 송 교수를 앞에, 자신을 뒤에 표시했으며, 이때는 저자 표시와 관련해 송 교수와 별도로 상의하지 않았다고 소명했다.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김영 변호사의 설명만으로 송 교수의 연구윤리 책임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표절에 직접 관여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논문 주제 제안과 연구 방향 설정, 원고 수정, 실제 연구 수행 및 저자 자격을 각각 구분해 판단해야 한다.
학술논문의 저자 표시는 단순한 예우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 학술지의 저자 표시 기준과 실제 기여 정도를 함께 살펴야 한다.
김영 변호사는 왜 논문 취소를 언급했나?
김영 변호사는 소명서에서 김병기 교수의 선행논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2026년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논문 표절 논란이 제기되자 전북대 법학연구소에 연락해 자신의 논문을 자진 취소하고자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김영 변호사가 자신의 논문에 문제가 없다고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선행논문 존재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상황에서 논문 취소 의사까지 밝혔다는 점이다.
물론 논문 취소 의사 표명이 곧 표절을 인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논문 취소 여부와 그 사유, 연구윤리상 책임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당사자의 소명 내용을 함께 살펴보지 않고 의혹만을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공정한 검증이라고 보기 어렵다.
연구윤리 '경미' 판정,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북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위원회의 판단을 토대로 이번 사안에 대해 연구윤리 위반 5단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경미' 판정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교수는 이 판정에도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는 조사 결과의 정확한 내용과 이의신청 절차, 최종 판단을 구분해 살펴야 한다.
'경미'라는 표현이 붙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연구윤리 위반 판단이 있었다고 해서 관련자 모두에게 동일한 책임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김병기 교수와 김영 변호사의 공동연구, 연구 중단 이후의 각자 연구, 논문 발표 시점, 인용 문제, 송 교수의 지도 및 저자 표시 등 여러 쟁점이 얽혀 있다. 전북대는 당사자들의 소명과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해 각 쟁점에 대한 판단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익명 제보라는 이름으로 허위사실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우리가 이번 사안을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한 총장 후보의 논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대학의 연구윤리는 엄격해야 한다. 총장 후보자라면 더욱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검증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언론과 대학의 책무다. 반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유포하거나, 일부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특정 후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정당한 문제 제기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특히 총장 선거를 앞두고 익명성 뒤에 숨어 허위사실을 퍼뜨리거나 후보자의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조작한다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형사상·민사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해당 선거가 공직선거법의 적용을 받는 선거인지에 따라 관련 선거법 위반 여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익명 제보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공익적 제보와 정당한 비판은 보호받아야 한다. 문제는 제보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의 진실성과 유포 행위의 위법성이다. 따라서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도 근거를 제시할 책임이 있고, 이를 보도하거나 전달하는 측에도 사실 확인의 의무가 있다.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 의혹이 아니라 진실로 승부해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명확하다.
김병기 교수와 김영 변호사의 공동연구는 실제로 존재했다. 공동연구는 건강 문제로 중단됐고, 이후 두 사람은 각자 연구를 이어갔다. 김병기 교수는 자신의 논문 발표 사실을 김영 변호사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고, 김영 변호사는 김 교수의 선행논문을 몰랐다고 소명했다.
굿모닝전북신문은 분명히 밝힌다.
연구윤리 검증은 철저하게, 후보자 비방은 엄격하게, 사실관계 판단은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
익명 제보가 진실을 밝히는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익명이라는 방패가 허위사실 유포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전북대학교의 미래를 책임질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이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후보자는 의혹에 답해야 하고, 제보자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대학은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의혹이 아니라 진실이어야 한다. 선거를 좌우하는 것도 익명의 소문이 아니라 검증된 사실이어야 한다.
이것이 대학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며, 전북대학교 총장 선거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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