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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TV 속 탐정은 왜 떴나…이제 대한민국도 ‘공인탐정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9/03 08:24 수정 2026.09.03 09:29
-「탐정들의 영업비밀」의 인기에서 읽는 수사권 개편 이후의 새로운 사회적 수요

공인탐정시대 열망(사진_ai이미지 제작)

【칼럼】 TV 속 탐정은 왜 떴나…이제 대한민국도 ‘공인탐정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탐정’이라고 하면 셜록 홈즈나 명탐정 코난부터 떠올렸다. 현실의 탐정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라는 다소 음습한 이미지와 겹쳐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이 탐정이라는 직업을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단순한 범죄 재연 프로그램도 아니다. 실종자를 찾고, 사라진 가족을 추적하고, 사기와 불륜의 증거를 확인하고, 의뢰인이 혼자서는 풀기 힘든 생활 속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대로 방송 소재가 됐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2026년 2월 방송분은 수도권 시청률 3.2%, 분당 최고 4.9%를 기록했고 2049 시청률에서는 동시간대 예능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국내 TOP10에서도 5위에 오르는 등 TV와 OTT를 넘나드는 화제성을 보여줬다.

왜 사람들은 탐정에게 이토록 열광하는가.
필자는 이 현상을 단순한 ‘도파민 예능’의 성공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는 “내 억울한 일을 누가 조사해 줄 것인가”라는 현대사회의 절박한 질문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건은 넘쳐나는데 국가수사기관은 모든 억울함을 해결해 줄 수 없다 경찰이나 수사기관에 사건을 접수해 본 국민 가운데 이런 경험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증거를 더 가져오세요.” “민사 문제로 보이는데요.”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수사할 단서가 부족합니다.”
국가수사기관을 비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사기관의 인력과 시간은 한정돼 있고 살인·강도·마약·성폭력·경제범죄·사이버범죄 등 처리해야 할 사건은 막대하다. 결국 모든 생활분쟁과 개인적 피해를 국가가 끝까지 추적해 줄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이 틈에서 탐정 수요가 발생한다.

「탐정들의 영업비밀」의 힘도 여기에 있다.
방송에서 다루는 사건들은 거대한 권력형 비리보다는 가족, 부부, 돈, 실종, 사기, 스토킹, 인간관계 등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릴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남의 이야기를 구경하면서도 속으로 생각한다.

“저런 일이 나에게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프로그램의 가장 강력한 흡인력이다.
‘범인을 잡는 탐정’보다 ‘사실을 찾아주는 탐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

탐정은 경찰이 아니다.
체포할 수도 없고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다. 통신자료를 마음대로 조회하거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탐정제도는 경찰을 대신하는 ‘제2의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공개정보를 조사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증거와 자료를 수집·정리해 의뢰인의 권리구제를 돕는 전문적인 민간조사 서비스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공권력의 ‘수사’와 민간의 ‘조사’를 혼동하는 순간 불법 미행, 개인정보 침해, 위치추적, 도청 등 과거 흥신소의 폐해가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정제도의 핵심은 탐정에게 경찰권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민간 사실조사의 허용 범위와 금지선을 법으로 명확하게 정하자는 것이다.

10월 2일, 검찰청 폐지는 탐정산업에도 하나의 전환점이다. 더 중요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범죄 등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개정 형사소송법 체계에서는 일반적인 고소·고발사건을 포함한 수사의 중심축이 경찰로 더욱 이동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요해지는 질문이 있다. 경찰의 수사 부담이 더욱 커졌을 때 국민의 수많은 생활형 사건과 분쟁에서 발생하는 사실확인과 증거수집의 공백은 누가 메울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탐정제도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탐정이 경찰 수사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소인이 범죄 피해의 자료를 정리하고, 사건의 단서를 확보하고, 민·형사소송에 필요한 합법적인 증거를 찾고, 실종자·가출인이나 각종 피해회복에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도록 돕는 역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가 모든 사실조사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면 일정 영역에서는 전문적인 민간조사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개편은 역설적으로 ‘공공수사와 민간조사의 역할을 어디까지 구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탐정들의 영업비밀」은 탐정에 대한 문화적 편견도 바꿨다.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성과는 문화적 변화다.

과거에는 탐정과 흥신소를 거의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탐정을 ‘국민의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직업인’으로 보여준다. 실제 프로그램도 스스로를 생활밀착형 탐정 실화극으로 규정하고 실제 의뢰사건과 탐정 업무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반응도 흥미롭다. 방송 초기부터 20대 시청률에서 강세를 보였고 20~50대까지 폭넓은 관심을 끌었다. 이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더 이상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흥신소’의 이미지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의미다.

영상분석, SNS·공개정보 분석, 디지털 자료조사, 금융·회계 분석, 법률지식 등이 결합한다면 미래의 탐정은 오히려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지식서비스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아직 ‘공인탐정’의 완성된 제도적 울타리가 없다

여기서 방송의 인기와 현실의 법제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2020년 신용정보법 개정을 계기로 탐정 명칭 사용을 둘러싼 규제가 크게 달라졌지만, 그것이 곧 국가가 자격과 권한을 부여한 ‘공인탐정제도’가 완성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격·교육·등록·감독·업무범위·징계·손해배상 등을 법률로 정하는 제도화다.

실제로 국회에는 「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법안은 사람 찾기와 피해회복을 위한 자료수집 등을 탐정업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공인탐정 자격과 탐정법인, 경찰청의 지도·감독 등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 논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시장이 먼저 커지고 법이 뒤따라가는 상황이 더 위험하다.
자격도 제각각이고 교육 수준도 천차만별인 상태에서 ‘탐정’이라는 이름만 난립한다면 개인정보 침해와 불법 미행, 사생활 침해 등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공인탐정법은 탐정에게 무제한적인 조사권을 주는 법이 아니라 국민을 불법 탐정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이어야 한다.

경찰과 탐정은 경쟁자가 아니라 역할이 다르다
앞으로의 제도 설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탐정이 경찰의 수사권을 나눠 갖는다”는 식의 접근이다. 경찰은 범죄를 수사하는 국가기관이고 탐정은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합법적인 범위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민간 전문가다.

경찰은 강제수사를 한다. 탐정은 사실을 찾는다.
경찰은 범인을 체포한다. 탐정은 단서와 자료를 찾아 의뢰인의 권리구제를 돕는다.

이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면 오히려 양자는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국민이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할 때 사실관계와 자료가 제대로 정리돼 있다면 수사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형사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민사·가사·상사분쟁의 사실확인까지 경찰에 의존하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그것이 제대로 된 ‘수사 보완’이 아니라 ‘사실조사 보완’의 개념이다.

탐정 예능의 성공을 한때의 유행으로 흘려보내지 말자. 「탐정들의 영업비밀」의 고공행진은 우리 사회에 상당히 흥미로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범죄 이야기에만 열광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 열광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경찰이나 검찰, 법원까지 가지 않더라도 “내가 당한 일을 누군가는 제대로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생활 속 사법서비스에 대한 갈증이 존재한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 경찰 중심의 수사체계 강화라는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다면 국가수사기관의 조직을 바꾸는 것만으로 개혁이 끝나서는 안 된다. 국민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까지 설계해야 진정한 사법개혁이다.

탐정은 경찰을 대신할 수 없다.
경찰도 탐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공권력이 미처 살피지 못하는 영역에서 합법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를 정리하며 국민의 권리구제를 지원하는 전문가는 필요하다.

TV 속 탐정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가 탐정에게서 보고 싶은 것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셜록 홈즈가 아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내가 찾지 못한 사실을 찾아주며, 포기했던 진실의 실마리를 다시 붙잡아 주는 사람이다.

「탐정들의 영업비밀」이 보여준 것은 하나의 인기 프로그램을 넘어선다. 이제 대한민국은 ‘탐정이 필요한가’를 논쟁할 단계를 지나 ‘어떤 탐정을, 어떤 법과 윤리 아래 국민 곁에 둘 것인가’를 논의할 때가 됐다.

검찰청의 간판이 내려가는 2026년 10월 2일. 그날은 국가수사체계만 바뀌는 날이어서는 안 된다.
공공수사와 민간조사가 서로의 경계를 지키면서 국민의 억울함을 함께 줄이는 새로운 권리구제 시스템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오운석(사진_굿모닝전북신문)
오운석 바나바 탐정문화연구소장,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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