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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전문가 칼럼] '공인탐정법', "20년의 침묵"을 깨야..
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공인탐정법', "20년의 침묵"을 깨야 할 때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8/09 11:21 수정 2026.08.09 11:47
-이제 국회는 찬반 논쟁을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공인탐정법은 단순히 새로운 직업을 하나 더 만드는 법이 아니기 때문

탐정은 이제 시대가 부른다(사진_ai이미지 제작)

[칼럼] '공인탐정법', "20년의 침묵"을 깨야 할 때
대한민국 국회에서 공인탐정제도가 처음 논의된 것은 1999년, 15대 국회 때의 일이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열 건이 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어느 하나도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거나, 상임위 심의 단계에서 흐지부지 묻히는 일이 반복됐다. 국가가 공인하는 탐정 자격제도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법 제도를 앞질러 가고 있다. 기업은 산업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민간에 사실조사를 의뢰하고, 보험사는 보험사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업체를 찾는다. 실종자 가족은 경찰의 손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단서 하나라도 얻기 위해 민간 조사원을 찾아 나선다.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재산분쟁이 늘어날수록 전문적인 사실조사에 대한 수요는 커지고 있다. 이미 탐정업은 제도의 승인 없이도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시장이 아무런 자격기준과 감독 없이 방치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이 법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는가.
가장 자주 거론되는 반대 논리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다. 탐정이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거나 미행과 도청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앞뒤가 바뀌어 있다. 사생활 침해는 제도가 있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없기 때문에 방치되는 문제다. 자격기준도, 등록제도도, 감독기관도 없는 상태에서는 불법 영업을 통제할 아무런 수단이 없다. 오히려 음성적 시장이 활개를 칠 뿐이다. 위험을 없애는 길은 금지가 아니라 규율이다.

두 번째걸림돌은 변호사, 경찰, 손해사정사, 행정사 등 기존 전문직과의 업무 중복 우려다. 그러나 해외의 여러 나라는 이미 업무 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독일은 1994년 탐정업법을 제정하면서 탐정의 업무를 민사·상사 사건의 사실조사로 한정하고, 형사수사는 경찰의 고유 권한으로 명시했다. 프랑스는 1983년 관련법을 통해 탐정업을 신고제로 운영하다 이후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국가 차원의 감독기구를 설치했다. 미국은 50개 주 가운데 44개 주가 면허제와 윤리교육을 의무화하며 탐정업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직역 간 충돌을 걱정하는 대신, 업무 범위와 책임을 법률로 촘촘히 규정하는 데 힘을 쏟았다는 사실이다.

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탐정업을 제도화하지 않은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는 사실은, 이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세 번째 원인은 사회적 공감대의 부재다. 많은 국민은 탐정을 여전히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로만 떠올린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탐정의 실제 업무가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는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공감대 부족의 이면에는 감독 관청을 둘러싼 부처 간 힘겨루기가 있다. 경찰청은 전국적 조직망과 실무 연관성을 앞세워 자신이 소관 부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법무부는 경찰과 탐정 간 유착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 왔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어느 부처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라, 누가 이 제도를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국회는 20년 동안 이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대는 이미 달라졌다. 디지털 범죄와 산업기술 유출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고령화에 따른 실종 사건은 늘어나며, 민사분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인력과 자원만으로는 이 모든 영역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국민은 더 신속하고 전문적인 사실조사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법과 윤리의 틀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공인탐정법은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권한을 먼저 부여하고 통제를 나중에 고민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개인정보 보호, 인권 존중, 엄격한 자격심사, 윤리교육, 국가의 감독체계가 법안 설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책임과 통제가 권한보다 앞서 설계될 때에야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이제 국회는 찬반 논쟁을 되풀이할 여유가 없다. 감독 부처를 경찰청으로 할지 법무부로 할지를 둘러싼 부처 이기주의도 더는 법제화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두 부처의 우려를 절충할 수 있는 대안적 설계, 예컨대 실무 감독은 경찰청이 맡되 자격 심의 과정에 법무부의 견제 장치를 두는 방식도 이미 학계에서 제안된 바 있다. 해법이 없어서 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해법을 만들어낼 정치적 결단이 부족했을 뿐이다.

 

공인탐정법은 단순히 새로운 직업을 하나 더 만드는 법이 아니다.국민이 합법적이고 안전한 사실조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선택이다. 20년 가까운 논의는 이미 충분했다. 이제는 결론을 내릴 시간이다. 국민의 권익 보호와 인권 보장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한국형 공인탐정제도의 방향을 놓고, 국회와 정부, 관련 전문가들은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책임 있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오운석 소장(사진_굿모닝전북신문)
오운석, 바나바탐정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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