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도] 「GUTS ― 세계의 판을 바꾸는 4개의 국가」 1부, 2012년 브루킹스의 진단은 2026년에도 유효한가?
“GUTS의 탄생, 14년 전 브루킹스는 무엇을 보았나”
2012년, BRICS가 세계의 미래로 불리던 시대, 브루킹스는 뜻밖에도 독일·미국·터키·한국을 주목한 사건을 5회에 걸쳐 분석한다.
「GUTS」라는 이상한 이름이 탄생한 2012년 세계는 금융위기의 후유증에 빠져 있었다. 유럽은 흔들렸고, 미국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회복 중이었으며 중국의 부상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씽크탱크인 브루킹스는 당시 서방 세계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두 속도의 서방(Two-speed West)”이라는 관점에서 독일·한국·터키·미국이라는 네 나라가 다른 국가들보다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2년 당시 미국의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고, 유럽은 재정위기에 휘청거렸다. 중국의 고도성장은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꾸고 있었다.
당시 세계의 미래를 설명하는 가장 유행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BRICS였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BRICS)
신흥국의 부상, 서구의 쇠퇴라는 프레임이 세계를 휩쓸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Brookings Institution에서 조금 다른 진단이 나왔다. 2012년 5월 17일 브루킹스의 브루스 존스(Bruce Jones)와 토머스 라이트(Thomas Wright)는 「Meet the GUTS」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아주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BRICS가 있다면 GUTS도 있다.”
GUTS
영어 단어 자체로는 배짱·용기·담력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브루킹스가 말한 GUTS는 전혀 다른 의미였다.
G — Germany
U — United States
T — Turkey
S — South Korea
독일, 미국, 터키, 한국이라는 놀라운 조합이었다.
“서방은 쇠퇴하지 않았다”
브루킹스의 출발점은 당시 유행하던 ‘서구 쇠퇴론’에 대한 반론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서방 전체가 침체한 것처럼 보였지만, 브루킹스는 국가별로 상황이 크게 달랐다고 분석했다. 즉, 서방 전체가 쇠퇴한 것이 아니라 서방 내부에서도 속도가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 브루킹스는 이를 ‘두 속도의 서방(two-speed West)’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국제적 영향력을 실제로 확대하고 있는 네 나라를 꼽았다. 독일·한국·터키·미국이다. 반면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은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GUTS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네 나라를 하나로 묶은 기준은 단순한 국내총생산(GDP)이 아니었다. 경제력 + 군사력 + 기술력 + 외교력 + 지정학적 영향력 바로 이것이었다. 이 점이 GUTS를 단순한 국가순위와 다르게 만든다.
G — Germany
독일은 어떻게 유럽의 중심이 되었나. 2012년의 독일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었지만 독일 경제는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브루킹스는 독일이 금융위기 이후 수출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빠르게 빠져나왔고, 낮은 실업률과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 곧 외교력이 됐다는 점이다. 유로존 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럽 국가들은 독일의 판단을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럽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차지했던 영향력은 이를 상징했다. 즉 독일은 단순한 경제대국이 아니라, 경제력을 외교적 영향력으로 전환하는 국가가 되어 있었다. 브루킹스는 바로 이 점을 독일의 힘으로 보았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독일은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의 후유증, 중국과의 산업경쟁, 자동차산업의 전환, 높은 에너지 비용, 인구 고령화. 독일은 여전히 경제대국이지만 2012년과 같은 자신감은 아니다.
세계은행 자료상 독일의 명목 GDP는 2012년 약 3.60조 달러에서 2025년 약 5.05조 달러로 확대됐다. 따라서 독일의 GUTS 자격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성격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2012년의 질문이 “독일이 유럽을 이끌 수 있는가?”였다면, 2026년의 질문은 “독일이 중국·미국과 경쟁하는 새로운 산업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됐다.
U — United States
미국의 장례식은 너무 일찍 치러졌다. 2012년 미국에 대한 브루킹스의 진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고 있었고,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국 쇠퇴론’이 상당한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브루킹스는 오히려 미국의 힘이 여러 분야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봤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었고, 한국·일본·호주와의 동맹이 강화됐으며, 필리핀·베트남 등과의 전략적 관계도 발전하고 있었다. 군사적으로도 드론과 로봇 기술의 발전을 미국의 강점으로 평가했다. 그리고 미국 경제의 최대 약점인 재정문제가 장기적으로 중요한 위험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혁신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소셜미디어와 셰일가스 개발을 당시 미국의 혁신 사례로 제시한 것도 흥미롭다. 14년이 지난 지금 보면 이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미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AI라는 새로운 기술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세계은행 자료에서 미국의 명목 GDP는 2012년 약 16.25조 달러에서 2025년 약 30.77조 달러로 증가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미국의 패권을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2012년 당시 제기됐던 “미국의 빠른 쇠퇴”라는 전망은 2026년 현재 현실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히려 미국은 달러 + 금융 + 군사 + 반도체 + 빅테크 + AI + 에너지라는 새로운 복합적인 힘을 구축하고 있다. GUTS의 네 나라 가운데 미국은 현재까지 가장 명백하게 브루킹스의 판단을 입증한 국가라고 볼 수 있다.
S — South Korea
그런데 왜 한국이 여기에 들어갔을까 아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2012년 한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조선업, 반도체 등 강력한 제조업 기반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과 비교하면 국제적 위상은 상당히 달랐다. 그럼에도 브루킹스는 한국을 미국·독일·터키와 나란히 놓았다. 왜였을까? 브루킹스가 주목한 것은 한국의 고부가가치 제조업이었다.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강한 경제성장을 이어갔고, 고급 제조업의 강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북한 문제를 계기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했고, 일본과의 방위협력도 추진했다.
2010년에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2012년에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제질서의 단순한 ‘참가자’에서 ‘규칙을 만드는 국가’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브루킹스는 당시 한국의 1인당 소득이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리고 14년이 지났다. 한국은 반도체뿐 아니라 조선·자동차·배터리·방산·원전·콘텐츠 등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한국의 명목 GDP는 2012년 약 1.34조 달러였다.
오늘날 한국의 위치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GDP 순위 하나가 아니다. 한국은 기술과 제조업을 국가안보와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가 됐다. 반도체가 산업이면서 동시에 안보가 되고, 조선이 산업이면서 동시에 해양안보가 되고, 방산이 수출산업이면서 동시에 외교수단이 되고 있다.
이것은 2012년의 한국과 2026년의 한국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다.
그리고 문제의 T — Turkey
왜 터키였을까? 이제 GUTS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다. 2012년 이 네 나라를 한 문장 안에 넣는 것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당시 터키는 이미 NATO 회원국이었고 미국의 동맹국이었다. 그러나 브루킹스가 본 터키의 핵심은 단순한 군사동맹이 아니었다. 지정학이었다.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다.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한다. 중동과 유럽 사이에 있다.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 있다. 그리고 이슬람 세계와 서방세계 사이에도 있다.
브루킹스는 당시 에르도안 정부 아래 터키가 지역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시리아 문제와 이란 문제 등에서 중요한 외교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터키가 단순히 미국의 말을 따르는 동맹국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점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브루킹스는 터키를 서방의 ‘섬’이 아니라 서방과 연결되는 다리로 평가했다. 여기에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세계는 오히려 터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더 자주 확인하게 됐다. 시리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흑해. 중동. NATO. 코카서스. 그리고 방산. 2012년 브루킹스가 주목했던 터키의 ‘위치의 힘’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세계가 다극화되면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 다만 터키에는 경제적 불안정과 정치체제에 대한 논란 등 상당한 약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터키를 미국과 같은 의미의 ‘초강대국’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GUTS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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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TS지도(사진_AI이미지 제작) |
GUTS는 초강대국 클럽이 아니다. 국제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국가들의 그룹에 가깝다.
14년 후, GUTS는 맞았는가?
여기서 첫 번째 중간 결론을 내려보자. 2012년 브루킹스는 미래를 이렇게 말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원문은 “이 네 나라가 2040년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언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주장한 것은 훨씬 현실적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서방 전체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국가들은 오히려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네 나라가 바로 GUTS였다.
그리고 2026년 현재 우리는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한다.
국가 2026년 핵심 무기 미래의 승부처
미국 AI·달러·군사·빅테크 AI 패권
독일 제조업·기술·EU 산업 재편
터키 지정학·방산·외교 중동·유라시아
한국 반도체·조선·방산·콘텐츠 기술·인구
그리고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역설이 하나 생긴다. 2012년보다 2026년의 세계가 오히려 GUTS를 필요로 하는 세계가 됐다. 왜냐하면 세계가 단순한 미국 중심 질서에서 미국 ↔ 중국 ↔ 유럽 ↔ 러시아 ↔ 인도 ↔ 중동 등 여러 축이 충돌하는 다극화된 세계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는 거대한 초강대국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산업을 가지고 있고, 군사력을 가지고 있으며, 외교적 선택지를 가지고 있고, 지정학적 가치를 가진 국가가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GUTS는 14년 전보다 오히려 더 흥미로운 개념이 됐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지금부터다,
2012년 브루킹스가 본 GUTS는 ‘상승하는 서방’이었다.
하지만 2026년의 GUTS는 더 이상 하나의 서방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미국과 독일의 이해관계가 항상 같지 않다. 터키는 NATO 회원국이면서도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추구한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중국과의 경제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즉, GUTS는 하나의 동맹이 아니다. 공통된 이념으로 묶인 국가들도 아니다. 그럼에도 네 나라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힘을 다른 나라가 결정해 주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술과 금융과 군사력으로, 독일은 산업과 경제력으로, 터키는 지리와 외교와 방산으로, 한국은 기술과 제조업과 전략산업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GUTS의 진짜 의미는 어쩌면 국가 순위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계의 판이 바뀔 때, 자신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
2012년 브루킹스가 본 것은 바로 그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 예측을 다시 시험해야 한다. 14년이 지난 2026년, GUTS 가운데 누가 가장 강해졌는가. 누가 예상보다 약해졌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2035~2040년 세계의 지도국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는 과연 어느 나라인가?
★참고★
브루킹스는 어떤 곳인가?
Brookings Institution, 즉 브루킹스연구소(The Brookings Institution)는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비영리 공공정책 연구기관(싱크탱크)이다.
1916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크게 다음과 같다.
국제정치·외교·안보, 경제·금융, 미국 국내정책, 도시·지역개발, 기술·AI, 기후·에너지, 글로벌 질서와 지정학
브루킹스의 특징은 특정 정부의 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기관이라기보다,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연구기관이라는 데 있다. 그런데 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가? 워싱턴에는 브루킹스 외에도 여러 유명 싱크탱크가 있다.
예)
CSIS → 국제안보·전략, CFR → 외교·국제관계, Heritage Foundation → 보수주의 정책, Brookings → 초당파적 공공정책 연구 등으로 흔히 비교된다.
브루킹스는 스스로 초당파적(nonpartisan) 연구기관을 표방하고 있으며, 연구 결과를 정부·의회·언론·학계 등에 제공해 정책 논쟁에 영향을 미쳐 왔다.
그래서 워싱턴에서는 흔히 싱크탱크의 연구자들이 정부의 정책 결정자와 학계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다음 2부에서는 그 질문을 미국에 던진다. 〈제2부 ― 미국은 GUTS를 넘어섰는가〉
“미국의 장례식은 너무 일찍 치러졌다”
AI·달러·군사력·빅테크·에너지…미국은 쇠퇴하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패권을 만들고 있는가
굿모닝전북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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