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총장, 사업총장보다 시스템총장이 되라(사진_AI이미지제작)
[기획보도]전북대학교 제20대 총장선거의 막이 오르고 있다 - 2부 전북대는 지금 '事業 총장'에서 '시스템 총장'으로 갈 수 있는가
전북대학교의 지난 몇 년을 설명하는 가장 익숙한 단어는 '사업'이다.
글로컬대학30, 반도체공동연구소, 피지컬AI, 이차전지, 방산, RISE….
양오봉 총장 체제의 전북대는 대형 국책사업을 확보하고 지역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데 상당한 추진력을 보여줬다. 실제로 전북대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을 기반으로 최근 3년간 반도체공동연구소(602억원), 피지컬AI 핵심기술 실증사업(299억원), 차세대 동물의약품 규제자유특구 사업(490억원) 등 총 2,868억원 규모의 국가 재정지원사업을 유치했다고 밝혔다(전자신문,프레시안). 여기에 새만금 지역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특화연구센터가 개소하고 방산 석사과정이 신설됐으며 전북대-퍼듀대 고등연구소(JPRI)까지 출범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는 계속 확장되고 있다(국민일보).
그러나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반드시 함께 커져야 하는 것이 있다. 감사와 내부통제다. 돈이 커지는데 감시가 따라가지 못하고, 사업단이 늘어나는데 인사와 회계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업 유치 능력'은 언젠가 대학 경영의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오는 총장선거에서 반드시 검증해야 할 대목이다.
교육부 종합감사가 보여준 “전북대의 민낯”
2025년 6월 공개된 교육부의 전북대학교 종합감사 보고서는 가볍게 넘길 내용이 아니다. 이 감사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12월 실지감사일까지를 대상으로, 감사인원 14명이 총 13일간 실지감사를 벌인 결과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교육부는 전북대에 대해 조직·인사, 채용, 예산·회계, 연구비 4개 분야에서 총 26건의 구체적 지적사항을 확정했다. 처분 내역을 뜯어보면 다음과 같다.
신분상 조치 경징계 1명(퇴직으로 불문 처리), 경고 10명, 주의 11명 등 총 22명·22건, 기관경고 13건, 기관주의 5건, 통보 22건, 통보(시정완료) 1건, 개선 1건 — 행정상 조치 합계 42건
재정상 조치: 시정(회수) 6건 4억2,920만9,358원, 시정(반환) 1건 1억275만6,520원 — 합계 약 5억3,196만원
물론 중요한 전제가 있다. 감사 대상 기간(2020~2023년)에는 양오봉 총장 취임(2023년 3월) 전 발생한 사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 모든 문제를 양 총장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양오봉 총장은 취임 이후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얼마나 뜯어고쳤는가. 이것이 총장 임기 평가의 핵심이다.
87개 사업단…'작은 왕국'은 없었나
교육부 감사보고서에는 눈길을 끄는 숫자가 나온다. 2023년 11월 30일 기준으로 전북대 산학협력단 소관 사업단이 7개, 그 외 소관 사업단이 80개로 모두 87개에 달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대학이 대형 국책사업을 많이 수행하다 보면 수십 개의 사업단이 만들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관리다.
사례 1 — 계약직원 채용 심사기준 실종
2022년 한 해 동안 29개 사업단이 실시한 직원채용 81건 가운데 34건(약 42%)에서 심사방법·심사위원 구성·합격자 결정방법에 관한 객관적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대는 2018년 2월 「계약직원 취업규칙」을 제정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사업단 직원 채용실태를 점검하지 않았고, 사업단 인사담당자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사례 2 — 연구소장이 자신의 지인을 단독 심사로 채용
감사보고서에는 더 구체적인 사례도 담겨 있다. 한 부설 연구소 산하 연구실에서 연구교원(조교수) 1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책임운영자인 교수가 규정상 요구되는 임용심사위원회 구성이나 기초심사·전공심사·면접심사를 전혀 거치지 않고 단독으로 지원서류를 접수·심사해 합격자를 결정했다. 그런데 최종 합격자는 유일한 지원자였고, 동시에 심사를 진행한 그 교수 본인의 친인척이었다. 해당 지원자는 박사학위 취득 후 경력 1년 미만이었음에도 경력 항목에서 20점(만점 25점)을 부여받아 총점 95점으로 2년 임용예정자로 선정됐다. 담당 교수는 지원자가 자신과 지속적인 친분관계가 있는 '직무관련자'라는 사실을 사전에 신고하지도 않았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사례 3 — 면접시험 없이 서류점수만으로 조교 채용
2021년 2월과 10월 두 차례 진행된 조교 채용에서는 규정상 3일 이상이어야 하는 접수기간을 단 2일만 부여하고, 면접시험 자체를 실시하지 않은 채 서류전형 점수만으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서류전형 평균 60점 이상으로 면접 응시자격을 충족했던 지원자 7명(2월 2명, 10월 5명)이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탈락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사례 4 — 지도교수가 자기 제자 채용 심사에 참여
2020년 3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조교 7명을 신규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대학원 논문 지도교수이자 강의 담당교수가 서면 신고 없이 서류전형·면접시험 심사위원으로 그대로 참여한 사실도 드러났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이 문제들 역시 대부분 양 총장 취임 전의 사례다. 그러나 교육부가 양오봉 총장 재임기에 개선을 요구했다면 이후에는 달라졌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2024년 10월 진행된 미술학과 교수 채용을 둘러싼 '채용비리' 의혹이 집중 질타를 받았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과 정성국 의원은 "학과장이 교수회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인에게 유리한 '10개국 이상 국제전 참가' 항목을 독단적으로 추가했다"며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교수가 응시자 중 한 명과 작품전을 함께한 이력이 있음에도 제척·기피 신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뉴시스, 전북노컷뉴스)
더 큰 논란은 채용 비리를 제보한 사람이 대학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회유·압박을 받았고, 대학이 오히려 제보자를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고소했다는 지적이다. 정성국 의원은 "이의제기 무마를 위한 반전용 대응"이라고 비판했고, 양오봉 총장은 "제보자를 고소한 것은 아니며 심사위원의 내부 정보 유출에 대해 고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뉴시스). 해당 채용은 결국 경찰 수사로 넘어갔다(전북노컷뉴스).
이 국정감사에서 정성국 의원은 "전북대는 청렴도 평가에서 5년 연속(2019~2024년) 꼴찌 등급인 4등급"이라고 질타했고, 양 총장은 "학교 책임자로서 송구하다"고 답했다(뉴시스, 전북일보). 결국 대학은 공개해야 한다. 개선 요구 이후 사업단·교원 채용규정을 어떻게 바꿨는가. 사업단장의 인사재량은 어디까지인가. 심사위원과 지원자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걸러내는가. 공개경쟁 원칙은 제대로 지켜졌는가. 총장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질문들은 더욱 중요하다.
연구비 관리에서도 적신호
교육부 감사는 연구비 관리에서도 구체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발견했다.
사례 1 — 간접비를 피해가기 위한 '위탁연구개발비' 둔갑
연구책임자 한 명이 수행한 전체 258개 연구과제(연구비 총액 180억7,612만5천원) 가운데 186개 과제에서, 간접비 부과 대상인 재료제작비를 간접비가 붙지 않는 '위탁연구개발비' 형태로 계상해 간접비를 축소했다. 예컨대 재료제작비 5천만원을 위탁연구개발비로 처리하면 간접비 1천만원이 그대로 미납되는 구조였다. 이렇게 인정받지 못한 위탁연구개발비가 15억2,680만6천원에 달했고, 이로 인한 간접비 과소 납부액은 3억536만1천원으로 집계됐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사례 2 — 중앙구매 절차를 피해간 101건의 계약
같은 연구책임자는 5백만원을 초과하는 재료제작비를 위탁연구개발비로 편성해, 중앙구매·수의계약·공개견적·경쟁입찰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 업체와 101건, 실지급액 12억660만2천원 규모의 계약을 직접 체결했다. 감사 결과 이 가운데는 참여연구원과 관련 있는 업체를 위탁연구개발기관으로 지정한 사례도 포함돼 있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사례 3 — 고가 기자재 179회 무상 사용
해당 연구자는 대학 소유의 고가기자재를 개인 연구과제 수행에 179회나 사용하면서 사용료를 내지 않은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교육부는 이 연구책임자에게 경징계 이상 징계를, 대학에는 간접비 미납액 회수와 연구과제 협약 시스템 강화를 요구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사례 4 — 권한 없는 단과대학의 간접비 직접 집행
또 다른 사안에서는 특정 사업 관련 간접비 5억9,924만원이 18개 계좌를 통해 한 단과대학 명의로 입금됐고, 해당 단과대학장이 연구비 회계 분임지출원으로 지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출결의서도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4억7,156만4천원을 직접 집행했다. 이 중 57.7%(2억7,218만5천원)는 필수·선택 항목을 벗어나 회의비·사무용품비·여비 등으로 쓰였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사례 5 — 법인카드로 써야 할 비용을 개인카드로 30억원 넘게 결제
같은 사업에서 2020~2023년 10월까지 교원 연인원 3,803명에게 총 58억8,400만원이 배정·집행됐는데, 이 중 법인카드 사용이 의무인 비용 30억1,594만9천원이 개인카드로 결제돼 법인카드 적립 포인트 1,169만원이 대학에 귀속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이런 문제들 역시 대부분 양 총장 취임 전의 집행 사례다. 그러나 교육부가 지적한 과소 납부 규모(약 3억500만원)에 대해 대학은 2024년 12월 3천만원만 1차로 징수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나머지 회수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취임 이후 발생한 신규 연구비 집행에서는 이런 구조가 재발하지 않았는지 대학은 공개해야 한다.
대학 연구비는 교수 개인의 돈이 아니다. 정부 연구비에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산학협력비에는 기업과 국가기관의 자금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연구중심대학을 외치는 총장일수록 연구비 관리에 더 엄격해야 한다.
조직·인사 시스템의 허점들
감사보고서는 사업단·연구비 문제 외에도 대학 운영 전반의 기초체력에 관한 문제들을 짚었다. 하부조직 과다 설치 「국립학교 설치령」상 전북대의 과·담당관 설치 기준은 11개인데, 감사일 현재 18개를 운영해 기준을 7개 초과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4대폭력(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 교육 미이수
2020~2022년 교직원 1만348명 중 신규임용자를 포함해 4,882명이 법정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 특히 교원의 미이수율이 두드러졌다(2020년 대상 2,577명 중 1,431명 미이수, 2022년 대상 2,190명 중 1,285명 미이수)(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부당 징계 감경 방치대학 자체 징계위원회가 법령상 기준을 벗어난 가벼운 징계를 의결했음에도, 담당자가 상급기관에 재심사를 청구하자는 보고를 묵살해 부당한 징계가 그대로 확정된 사례도 적발됐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예산 집행에서 드러난 관리 사각지대
감사보고서에는 크고 작은 예산 낭비·부적정 집행 사례도 다수 담겼다. 소속 교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4년간(2020~2023년) 단체복 3,581벌을 구매하며 3억6,102만1,438원을 집행했는데, 정작 구매한 물품은 학교 로고나 행사명 없이 특정 브랜드명만 그대로 노출된 피복이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서울에 운영한 게스트하우스 2~3개소의 평균 공실률이 64%에 달했음에도 연구개발비 간접비 9,682만원을 계속 집행했고, 이 중 109건·1,260만6천원 상당은 가족여행 등 사적 용도로 이용된 사실이 확인됐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2018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교직원 88명이 부양가족 변동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가족수당과 맞춤형 복지비를 부적정하게 수령했고, 그 규모는 9,681만원에 달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휴학 후 미복학으로 제적된 학생 80명에게 반환해야 할 등록금 1억275만6,520원을 반환하지 않고 방치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전북 소재 국유재산 8필지(총 1만9,268.8㎡)에 대해 2020년 활용계획을 세웠으나 3년간 아무런 유지·관리·활용을 하지 않고 방치했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PC 유지보수 용역업체가 대학이 무상 제공한 학내 사무실에 자체 사업자등록을 내고,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대학회계·산학협력단회계·발전지원재단회계에 총 41억2,414만7천원 규모의 물품을 납품한 사실도 드러나 국유재산 관리 부실 문제로 지적됐다(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지난 수십년간 관할 자치단체와 협의 없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 11개 동(총 248.25㎡)의 가설건축물을 설치해 사용해왔는데, 이는 별도 소방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인화성·가연성 물질에 취약한 상태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프레시안, 전북대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
하나하나는 크지 않아 보이는 금액이지만, 이 모든 사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명확하다. 규정은 있으나 점검이 없고, 절차는 있으나 감독이 없었다는 것이다.
32만 개인정보 유출과 교수채용 논란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약 32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교수채용 논란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구체적 전개 2024년 7월 28일 오전 3시, 오후 10시, 오후 11시20분 세 차례에 걸쳐 대학 통합정보시스템 '오아시스'가 SQL 인젝션과 파라미터 변조 공격을 받았다. 해커는 학사행정정보시스템의 '비밀번호 찾기' 페이지 취약점을 악용해 학번 정보를 입수한 뒤, 약 90만 회의 파라미터 변조와 무작위 대입을 통해 재학생·졸업생·평생교육원 회원 등 32만2,425명의 개인정보(주민등록번호 28만여건 포함)를 탈취했다(연합뉴스, ZD넷코리아). 더 심각한 점은 해당 시스템 취약점이 시스템이 구축된 2010년 12월부터 13년 넘게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이다(연합뉴스).
대학은 마지막 공격 이후 13시간이 지난 뒤에야 사고를 인지했는데, 이는 일과시간 외 야간·주말 모니터링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연합뉴스). 2025년 6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전북대에 과징금 6억2,300만원과 과태료 540만원을 부과하고 책임자 징계를 권고했으며, 현재까지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 100여건의 피해 신청이 계류돼 있다(연합뉴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올해 6월까지 개인정보 관련 상담이 874건, 이메일 477건, 국민신문고 13건에 달한다"며 피해자 구제 방안을 요구했다(아시아경제). 그리고 개인정보 유출, 교수채용 논란, 사업단 인사, 연구비 관리 문제는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영학적으로 보면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전북대학교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대학의 외형 성장 속도를 따라갔는가. 바로 이것이다.
글로컬대학의 그늘 — 기숙사 사태와 유학생 실적 논란
'사업 유치 능력'이 낳은 부작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 2026년 초 벌어진 기숙사 사태다.
전북대는 2023년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 당시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5,000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한국경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6학년도에는 전체 생활관 수용인원 4,886명 중 37%에 해당하는 약 2,300명(기존 600명 규모에서 대폭 확대)을 외국인 유학생에게 우선 배정하기로 하면서, 내국인 재학생 약 1,700명이 기숙사 배정에서 밀려나는 사태가 벌어졌다(연합뉴스). 학생들은 "전북 외국인대학교"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강하게 반발했고, 전체학생대표자들은 학내 건물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대학본부의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전주MBC).
논란이 커지자 대학은 기존 2인실을 3~4인실로 전환해 수용 인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내국인 학생 입주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21㎡ 규모의 방에 4명이 함께 생활하면 1인당 면적이 약 5㎡(1.5평)에 불과해 '닭장 기숙사'라는 자조적 비판까지 나왔다(프레시안). 교육부는 이 문제에 대해 "대학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Daum). 양오봉 총장은 2026년 3월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총학생회장을 생활관 배정위원회 위원으로 참여시키는 개선책을 밝혔다(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2026년 6월 전주MBC 보도에 따르면, 전북대가 올해 유학생 목표치 3,500명을 초과해 3,600명을 유치했다고 홍보했지만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500여 명이 정규 유학생이 아닌 교환학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최종 계획서상 교환학생 비율은 전체의 20%를 넘지 않아야 했으나 실제로는 45%에 달해, 유학생 유치 성과 자체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전주MBC).
이 사태를 두고 지역 언론과 전북도의회에서는 "글로컬대학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유학생 유치 실적에만 몰두하다 인프라 한계에 부딪혀 내국인 학생이 피해를 본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Daum). 사업을 유치하는 능력과 그 사업을 구성원 피해 없이 집행하는 능력이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의대 교육인증 '불인증 유예' — 증원의 청구서
또 하나의 경고등이 의과대학에서 켜졌다. 2026년 3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전국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한 '2025년 2차년도 주요변화평가'에서 건국대·동국대·한림대와 함께 전북대 의대에 '불인증 유예' 판정을 내렸다. 전북대는 서남의대 폐교로 정원을 흡수하면서 이미 전국 최대 규모(142명)의 입학정원을 보유한 상태에서 의대 증원까지 겹쳐,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 상황에 놓였다. 그 결과 가정의학과 전임교원 1명이 확보되지 않았고, 늘어난 학생을 수용할 강의실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동아일보·뉴스1).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해부학 실습에 쓰이는 시신(캐대버)마저 수강 인원은 2배로 늘었는데 확보는 오히려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중앙일보).
전북대는 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사를 신청했지만, 2026년 4월 22일 의평원은 재심사에서도 "판단 결과를 번복하거나 수정해야 할 오류나 객관적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인증 유예' 판정을 그대로 확정했다(연합뉴스, 메디파나). 양오봉 총장은 재심사 신청 전인 3월 18일 취임 3주년 간담회에서 "자료 작성 과정에서 데이터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지만(중앙일보), 결과적으로 재심사에서도 판정이 뒤집히지 않으면서 이 해명은 설득력을 잃었다. 불인증 유예 기간은 2026년 2월 28일까지이며, 내년 재평가에서도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 정지나 단계적 정원 감축, 졸업생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헬스조선). '사업 유치'라는 성과 지표(증원)를 따라간 결과, 정작 교육 인프라라는 기본기가 부실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시스템의 문제로 읽힌다.
그 밖의 경고 신호들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 밖에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이 이른바 '논문공장'(논문 대필·거래 브로커)을 이용한 연구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적발된 논문 중 34%가 전북 소재 대학 관련이었고, 그중 전북대가 3편으로 확인됐다(전주MBC,서울신문). 양 총장은 "전수조사를 실시해 엄중하게 처벌하고 철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답했다(서울신문).
'사업을 따오는 능력'만 총장의 능력인가
대학사회에는 오래된 착시가 있다. 큰 사업을 많이 따오면 유능한 총장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대학경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1천억원짜리 사업을 유치하는 것과 1천억원을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첫 번째가 정치력과 네트워크와 기획력의 문제라면 두 번째는 시스템과 원칙의 문제다.
양오봉 총장 체제는 전자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제 후자를 평가할 차례다. 사업비는 제대로 관리됐는가. 사업단장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가. 사업단 직원은 어떻게 채용됐는가. 성과가 부진한 사업단장은 교체됐는가. 대형사업 책임자와 총장·보직자 사이의 이해충돌을 점검하는 제도는 있는가. 내부감사는 총장으로부터 충분히 독립돼 있었는가.
다음 총장은 '사업 총장'보다 '시스템 총장'이어야 한다
차기 총장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수천억원짜리 사업 하나를 따오는 능력만이 아니다. 이미 전북대에는 엄청난 사업이 들어와 있다. 다음 총장의 중요한 임무는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차기 총장 후보들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산학협력단과 대형 사업단(현재 87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정례화하라.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의 집행내역과 성과평가를 구성원에게 공개하라.
▶사업단 직원채용에는 이해충돌 신고제를 도입하라 — 2022년 81건 중 34건에서 객관적 심사기준조차 없었던 전례를 반복하지 말라.
▶총장 또는 주요 보직자와 특수관계가 있는 사람이 채용·심사에 참여할 경우 공개하도록 하라 — 제척·기피 규정을 사문화시키지 말라.
▶연구비 부당집행이 발생하면 연구자 개인의 책임뿐 아니라 관리부서 책임도 묻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 3억원대 간접비 과소 납부가 4년 넘게 방치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
▶유학생 유치나 정원 증원 같은 성과 지표를 추진할 때는 기숙사·강의실·교원 등 실행 인프라를 먼저 갖추고, 구성원과의 사전 협의를 제도화하라.
무엇보다 감사조직의 독립성을 강화하라.
양오봉 체제의 진짜 성적표는 지금부터다. 양오봉 총장의 공과를 '사업을 많이 따왔다'는 한 문장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글로컬대학과 반도체공동연구소, 피지컬AI 같은 사업 유치는 성과로 평가하면 된다.
그러나 32만 명 개인정보 유출, 교수채용 비리 의혹과 제보자 회유 논란, '닭장 기숙사'로 불린 생활관 혼란, 의대 교육인증 '불인증 유예', 5년 연속 청렴도 최하위 등급, 그리고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난 87개 사업단의 채용 절차 부실, 3억원대 간접비 과소 납부, 연구소장의 지인 단독 채용 같은 조직·인사·회계·연구비 관리의 구체적 취약점들도 함께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평가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총장이다. 전북대에는 이제 더 많은 사업보다 더 강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돈을 가져오는 총장도 필요하지만 돈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총장이 필요하다.
사람을 모으는 총장도 필요하지만 자기 사람을 만들지 않는 총장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학을 키우는 총장보다 먼저, 대학을 사유화하지 않는 총장이 필요하다. 오는 총장선거가 그 사람을 찾아내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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