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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군 군립농악단, 전주대사습놀이 농악부문 차하 수상..
문화

부안군 군립농악단, 전주대사습놀이 농악부문 차하 수상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5/07/01 11:42 수정 2025.07.01 12:15
농악 본향의 자존심 되살린 ‘부안의 굿소리’… 전통의 뿌리에서 미래를 연다

사진 - 부안군 군립농악단원(부안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고 부안군이 자랑하는 전통예술의 정수, 부안군 군립농악단(단장 정화영 부군수, 부단장 홍석렬)이 전통문화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농악부문에서 당당히 차하(3위)를 차지했다. 이는 부안농악이 가진 고유의 예술성과 공동체 정신이 다시 한 번 전국적 주목을 받는 순간이었으며, 동시에 부안군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 활성화 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전통의 무대, 현대의 울림… ‘농악의 힘’ 다시 증명하다
전주대사습놀이는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 국악 분야의 최고 권위 경연대회다. 올해로 51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전주시와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공동 주최하여, 판소리 명창부, 가야금병창 명인부, 무용 명인부, 고법 명고부, 농악부 등 총 13개 부문에서 전국 각지의 국악인들이 기량을 펼치는 무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농악부문은 집단예술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요하는 종합예술 무대로서,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문 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대표 분야다. 이번 대회에서도 서울, 경남, 전남, 충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십 개 팀이 출전하여 각 지역의 전통 농악을 선보이며 열띤 경합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부안군 군립농악단은 단연 눈에 띄는 존재감으로 관객과 심사위원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부안 판굿의 역동성과 고깔소고놀이의 섬세함, 부포놀이의 장쾌한 퍼포먼스를 유기적으로 구성해내며 부안농악 고유의 정체성을 극대화한 무대를 선보였다.

심사평에 따르면 “무대 구성, 호흡, 리듬감에서 수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으며, 무엇보다 지역 고유의 색채를 뚜렷이 드러냈다”는 평을 받으며 전통과 창조의 균형을 이룬 팀으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부안농악의 정신… 공동체, 풍요, 노동, 저항의 예술
부안농악은 단순한 ‘전통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삶이 악기로, 춤으로, 소리로 발현된 민중예술이며, 부안 군민의 정서와 역사, 농업문명 속 생존의 지혜가 고스란히 깃든 문화자산이다.

이 농악은 과거 농사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의례이자 공동체 결속의 장이었고, 때론 부정한 세력에 대한 풍자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즉, 부안농악은 축제이자 의식이고, 놀이이자 저항이며, 동시에 신앙과 실용의 경계를 넘나든 ‘다층적 문화 코드’인 셈이다.

이러한 복합적 가치 속에서 부안군은 부안농악을 단순한 보존의 차원을 넘어 '현대적 공공예술'로 확장시키는 실험적 정책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 2016년 창단된 부안군 군립농악단은 그 중심에 서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문화정책과 예술행정의 성과… 군립농악단의 의미 있는 존재감
부안군은 2020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문화예술의 생활화'를 골자로 하는 문화정책을 수립·실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문화향유를 넘어, 지역정체성 확립과 공동체 활성화, 그리고 관광산업과의 유기적 연계를 도모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군립농악단은 이와 같은 문화정책의 실천적 모델이자 문화행정의 성과물이기도 하다. 2016년 창단 이래, 정기공연은 물론 농촌축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 지역문화재 연계 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농악을 ‘살아있는 문화’로 재생산해왔으며, 현재는 지역 초중고등학교와의 협업 프로그램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홍석렬 부단장은 “농악은 그 자체로 공동체다. 우리가 연습을 하고 무대를 올리는 과정은 지역민과 호흡을 맞추는 문화적 생산활동”이라며 “농악이 지역을 묶고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상 그 이상의 의미… 문화주권 시대를 여는 발걸음
이번 차하 수상은 단순한 입상이 아니다. 그것은 전북 부안이라는 중소 군 단위 지역에서, 어떻게 전통문화가 살아 움직이며 전국적 예술성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이며, 문화주권의 시대를 향한 실질적인 움직임이라 평가된다.

과거 전통문화는 주로 대도시나 특정 명문가를 중심으로 보존·계승되어 왔으나, 오늘날의 문화생태는 보다 수평적이고 지역주도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부안군의 정책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깊다.

정화영 부군수는 “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다. 농악은 전통문화이면서도 현대적인 공공예술로 기능할 수 있다”며 “지역주민과 예술단이 함께 호흡하며 삶의 리듬 속에서 농악을 되살리고, 전국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무대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농악 생태계 구축
다만 전문가들은 부안농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다 체계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세대 간 계승의 문제다.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과 정규 예술교육과정 연계가 확대되어야 하며, 두 번째로는 전문예술인과 아마추어 간의 균형있는 생태계 조성이 요구된다.

또한 농악이 관광자원이나 문화콘텐츠로 확대되기 위해선 다양한 실연 방식과 미디어 접목이 필요하다. 최근 몇몇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디지털 농악 프로젝트’나 ‘AR 기반 판굿 체험관’ 등은 좋은 참고 사례다.

“전통은 끝나지 않았다”… 부안군, 농악의 길 위에서
부안군 군립농악단의 이번 수상은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부안군이 걸어온 문화정책의 길에 대한 응답이자 격려다. 그 굿소리는 지금도 부안의 어느 들녘에서, 어느 시장통에서, 어느 청소년 교육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가 지금 굿을 울리는 건, 과거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열기 위함이다.”
한 단원의 말처럼, 전통은 박물관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있는 삶의 소리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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