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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전설의 킬러, 스크린에 부활하다”..
문화

“전설의 킬러, 스크린에 부활하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5/07/04 13:49 수정 2025.07.04 14:10
– 부안예술회관, 7월 무료 영화 ‘파과’ 17일 두 차례 상영
민규동 감독 연출, 이혜영‧김성철 주연의 통쾌한 액션드라마… 부안군민 위한 문화 향유의 장

사진 - 부안예술회관, 7월 무료 영화 ‘파과’ 17일 상영(부안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이 여름 무더위 속 군민들의 문화 갈증을 해소할 영화 상영 프로그램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부안군 부안예술회관은 오는 7월 17일(수), 오후 3시와 저녁 7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무료 영화 ‘파과(破果)’를 상영한다고 밝혔다. 상영 장소는 부안예술회관 공연장이며, 관람은 선착순 입장, 15세 이상 관람가로 진행된다. 러닝타임은 122분으로, 만석 시 입석은 불가하며 공연장 내 음식물 섭취도 제한된다.

◆ 60대 여성 킬러의 귀환… 통념을 파괴한 ‘파과’의 서사
‘파과’는 단순한 액션영화 이상의 문제작이다. 이 영화는 세상에서 도태된 이들, 혹은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액션이라는 장르 속에 절묘하게 녹여냈다.
특히 주인공 ‘조각’(이혜영 분)은 60대 여성 킬러라는 전례 없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상징성과 충격을 이끌어낸다. 그녀는 더 이상 ‘청춘’도 ‘현역’도 아닌, 그럼에도 여전히 ‘죽이는 일’을 수행하는 존재다.

조각의 삶을 뒤쫓는 또 다른 킬러 ‘투우’(김성철 분)는 젊음의 에너지와 단순한 야망을 지닌 인물로, 조각과는 다른 결의 인간상이다. 이 두 인물의 교차는 단순한 대결을 넘어 ‘세대 간 충돌’, ‘존재의 이유’ 등 보다 심오한 질문들을 관객에게 던진다.

감독 민규동은 영화 전반에 걸쳐 잔인함과 아름다움, 폭력과 정적(靜寂)을 절묘하게 배치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일종의 긴장과 해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죽음은 파괴일 뿐인가? 아니면 해방인가?”라는 질문이 영화 제목 ‘파과(破果, 썩은 열매의 탈락)’에 내포돼 있는 셈이다.

◆ 이혜영과 김성철, 세대를 뛰어넘는 팽팽한 연기 대결
이 작품의 진가는 단연 배우 이혜영의 존재감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이혜영은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자’로서의 무게감을 극대화한다.
그녀는 총보다 무거운 시선, 칼보다 날카로운 침묵을 통해 조각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김성철은 그런 조각을 향해 다가서는 ‘젊음’이자 ‘혼란’ 그 자체다. 단순한 조력자나 대립자가 아니라, 조각이라는 존재의 맥락을 들여다보는 관객의 대리자로 기능한다.
그 외에도 김무열, 연우진, 김강우, 옥자연, 신시아, 정현준 등 국내 연기파 배우들이 다층적인 캐릭터로 분하며, 영화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 민규동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폭력 안에 깃든 시詩적 감성
‘파과’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헤어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등에서 보여준 감정의 결, 여성 서사의 강점, 그리고 미장센에 대한 집요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액션 신 하나하나가 무의미한 폭력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후반부에 전개되는 일련의 액션 장면들은 단순한 격투 이상의 인간적 선택의 드라마로 평가된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정적은 오히려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관객의 몰입을 돕는 시적 장치로 작용한다. 민 감독은 ‘파과’에서 죽음과 삶, 늙음과 젊음, 복수와 용서, 파괴와 해방이라는 양극단을 끊임없이 엇갈리게 배치하며 철학적 영화미학을 완성시켰다.

◆ 부안군, 군민 문화 향유 위한 ‘작은 예술 혁명’ 지속
부안예술회관은 매달 무료 영화 상영을 통해 군민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군은 특히 “도심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 주민들이 예술과 영상 콘텐츠를 쉽게 누릴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을 견지해왔다.

부안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이번에 상영되는 ‘파과’는 여름철 더위를 잊게 만드는 통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로, 가족·연인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군민들의 정서적 만족과 문화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적으로 편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층 여성 주인공을 다룬 ‘파과’의 상영은 부안의 고령사회적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한 문화기획 전문가는 “파과는 나이듦을 외면하거나 비극적으로만 그리지 않고, 나이를 ‘감정의 무게’와 ‘존재의 성숙’으로 바라본다”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부안군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문화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 부안의 ‘지속 가능한 예술’
부안군은 지난해부터 군 단위에서 보기 드문 ‘문화향유 기반 확충 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안예술회관의 상영 프로그램뿐 아니라, 문화학교, 지역 작가 전시회, 어린이 체험형 공연 등 세대별 맞춤형 예술 콘텐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24년에는 주민 1인당 문화 참여율이 11.7%로 증가해, 전북 도내 군 단위 평균(8.2%)을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타 지역보다 예술 접근성의 격차를 좁히려는 군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부안군 관계자는 “문화는 더 이상 사치가 아닌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라며 “앞으로도 무료 상영회, 기획공연, 군민 예술 동아리 활성화 등 군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생태계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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