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 |
사진 - 부안군립농악단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농악부(부안군 제공) |
전통은 뿌리 깊은 나무와 같아, 흔들림 없이 시대를 지나며 삶을 붙든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부안의 전통은 한 사람의 손끝에서 다시 꽃피었다.
부안군은 부안군립농악단 소속 류신욱 씨가 최근 전주에서 열린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농악부문 개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 부안 우도농악이라는 전통 예술의 자긍심을 전국 무대에서 다시금 드러낸 뜻깊은 성과로 평가된다.
“북소리는 땅의 숨결이다” – 40년 농악 외길, 류신욱이라는 이름
류신욱 씨는 1985년, 전통농악의 대가이자 ‘고은(鼓恩)’이라는 호로 잘 알려진 이동원 선생의 문하에 들어가 장단을 익히며 본격적인 농악 수련을 시작했다. 그에게 있어 농악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몸으로 체득하는 철학이자 공동체의 언어였다.
이후 수십 년에 걸쳐 류 씨는 부안 우도농악의 맥을 온전히 몸에 새기며,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젊은 예술인으로 성장했다. 지역 공연은 물론이고, 각종 전국 무대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기량을 선보여왔다.
“농악은 곧 마을이고, 땅이고, 사람의 숨이다”라 말하는 그는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리듬 속에서 장단을 찾아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농악인’이다.
전국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빛난 ‘설장구의 미학’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국내 전통예술 경연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행사로,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전통예술의 명맥을 잇는 예인들이 몰려든다.
![]() |
사진 - 부안군립농악단 류신욱씨,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농악부 개인상 수상(부안군 제공) |
심사평에서도 “전통의 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연주로, 농악 본연의 정신과 감동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명실상부한 차세대 농악 명인의 면모를 입증했다.
전통을 이어가는 길, 마을과 함께 걸어가는 농악
무대 위에서만 빛나는 이가 아니다. 류신욱 씨는 현재 부안 상서면 주민자치센터에서 농악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매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북을 두드리고 징을 치며, 우도농악의 기본 장단과 몸짓, 나아가 공동체 정신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이 장단을 따라 웃고 박수치는 그 순간이, 전통이 현재에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농악의 진정한 가치는 지역 사람들과의 ‘공감’이라고 말한다.
지역 어르신들은 “북이 울리면 옛 농사철이 생각난다. 신욱이 덕분에 마을이 다시 살아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단순한 강습을 넘어선, 세대 간 기억의 연결이자 전통문화의 생활화라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 |
사진 - 부안군립농악단 류신욱씨,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농악부 개인상 수상(부안군 제공) |
부안 우도농악(전북무형문화재 제7호)은 부안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예술이다. 신명과 흥을 중심으로 한 이 농악은, 타 지역 농악과 달리 절도 있는 진풀이와 역동적인 상쇠 놀음, 그리고 강렬한 설장구 놀이가 특징이다.
이 전통은 단순한 공연 양식이 아니라, 오랜 세월 부안 농민의 삶과 함께 호흡하며 정서와 문화를 지탱해온 삶의 형식이었다. 지금도 마을 제례나 풍년 기원제, 지역 축제 등 다양한 공동체 행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며 이어지고 있다.
부안군은 우도농악 보존회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전승 교육과 청소년 대상 워크숍, 기록화 사업 등을 통해 농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수상은 이러한 지역 사회의 노력과도 궤를 함께 한다.
“이동원 선생의 가르침처럼, 올곧은 맥을 잇겠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류신욱 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고은 이동원 선생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부안 우도농악의 맥을 올곧게 잇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연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전통의 가치를 나누는 농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이 한마디에는 전통을 지키는 사람의 겸허함과 사명감,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진심이 담겨 있다.
지역 예술인의 성취, 지역문화의 자긍심으로
부안군 관계자는 “이번 수상은 오랜 시간 지역 전통을 사랑하고 실천해 온 예술인의 값진 성과이며, 부안 전통문화의 우수성과 잠재력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라고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군 차원에서 우도농악을 포함한 지역 전통문화 보존과 예술인의 활동 기반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농악, 전통 그 이상의 것
류신욱 씨의 수상은 단순한 개인의 경사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가 함께 이뤄낸 성과이며, 부안 우도농악이라는 자산이 여전히 살아 숨 쉰다는 증거다.
이 땅의 소리, 이 마을의 기억, 이 시대의 정신이 장구 장단 위에 울린다. 전통은 죽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을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따뜻한 뉴스 행복한 만남 굿모닝 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