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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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창군-LH공사, 터미널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시행협약(고창군 제곧)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잡고 ‘고창 터미널 도시재생 혁신지구’ 국가시범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사업은 고창군의 터미널 복합개발과 LH의 임대주택 공급을 양축으로 추진되며,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복지 강화, 노후 기반시설 개선, 지역 활력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고창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업무협약식에는 심덕섭 고창군수, 조민규 군의장, 송영환 LH 전북지역본부장을 비롯한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고창군은 터미널 부지에 복합건물 2개 동을 조성하고, LH는 맞은편 공영주차장 부지에 21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한다.
이번 협약은 도시재생사업의 추진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LH가 참여하는 데 있어 내부적으로 까다로운 ‘경영투자심사’ 및 ‘주택경투심’을 모두 통과했다는 점에서 고창군의 도시재생 계획이 일정 수준의 사업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고창의 랜드마크 만들겠다” 군의 야심찬 구상
고창군이 제시한 복합터미널 청사진은 단순한 환승기능에 머물지 않는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2개 동 건물 안에는 문화시설, 상업시설, 공공서비스 공간을 포함시켜 군민과 관광객이 모두 즐길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조성할 계획이다.
복합터미널 조감도 공개와 임시터미널 운영이 시작되면서 군민 사이에서는 “드디어 고창도 변하는구나”라는 반응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이 터미널이 고창읍 중심지 상권의 회생을 이끄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LH가 조성할 공공임대아파트는 36㎡, 46㎡, 55㎡, 84㎡ 등 다양한 면적으로 구성되며, 1~2인 가구 중심의 신혼부부 및 청년층 유입을 유도한다. 고창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도시 내 유입 인구 확대, 생활 인프라 개선, 중심지 활력 회복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주민 목소리는 묻혔다…“누구를 위한 도시재생인가?”
그러나 사업의 ‘겉모습’과 달리, 속도전에 치우친 도시재생 모델이 지역 실정과 괴리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우선, LH가 조성하는 아파트가 실제 지역 청년층이나 신혼부부의 주거 수요와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고창군의 청년 인구는 전체의 17% 수준이며, 그마저도 상당수는 일자리를 찾아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청년단체 관계자는 “집을 지어 놓으면 사람이 알아서 들어올 거라는 전형적인 공급자 사고방식”이라며 “고창에서 살아갈 유인 요소가 없는 상태에서 집만 지으면 뭐하나. 삶을 꾸릴 기반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도시재생이 맞춤형이어야 할 이유…‘복합’보다 ‘생활’이 먼저다
고창군은 복합터미널을 ‘핫플레이스’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운영 모델과 유지 관리 방식, 기존 상권과의 유기적 연계 방안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이 ‘보여주기식 도시개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복합건물은 지어놓고 텅 비거나, 초기에만 반짝 붐비다 결국 고정 수요가 없어지는 경우는 전국 여러 도시에서 이미 반복된 패턴이다. 실제로 인근 군단위 도시 중 일부 복합문화시설은 완공 이후 수년간 적자 운영을 감수하며 관리주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창군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도 “공공개발은 계획보다 운영이 훨씬 어렵다”며 “특히 이 사업은 민간 상권과 충돌하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운영구조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참여 없는 계획은 행정 중심의 전시행정
이번 도시재생 사업이 '주민 주도'가 아닌 '관(官) 주도'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공식적으로 몇 차례 설명회가 열리긴 했으나, 실제로 주민 의견이 사업계획에 반영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이로 인해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주인공이 아닌 구경꾼이 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군이 조성한 조감도와 계획표는 멋져 보이지만, 정작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변화 시나리오는 빈약하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대형 공공기관이 진입하면서, 민간 상권이 위축되거나 기존 자영업 생태계가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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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창군-LH공사, 터미널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시행협약(고창군 제공) |
도시재생 사업은 그 자체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이번 고창 터미널 사업은 조감도 공개, 임시터미널 운영, LH 참여 공식화 등 일련의 수순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일각에선 “지방선거용 단기 성과 만들기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행정기관과 공기업 중심의 ‘결정-시행-홍보’ 3단 구조가 반복되면, 도시재생이 다시 실패한 공공개발의 역사로 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주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도시재생은 그 자체로 의미를 잃는다.
도시재생, 건물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둘 때 비로소 성공
고창군의 이번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은 분명 규모와 상징성을 갖춘 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이며, 10년 후 고창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대답이다.
복합건물이 지어지고, 아파트가 세워져도
그 안에 사람이 없고, 삶이 없고, 일상이 없다면
도시재생은 그저 ‘도시포장’일 뿐이다.
건물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이고, 개발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공감’이다.
그 점에서 이번 사업이 진정한 혁신으로 남기 위해선
이제라도 주민의 눈높이로 돌아가는 겸손한 행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 설계가 절실하다.
보여주는 개발보다, 살아 숨 쉬는 개발을 원한다면, 이제 행정은 더 많이 묻고, 더 천천히 계획해야 할 때다.
고창군의 이번 선택이 ‘혁신지구’가 아닌 ‘참여도시’로 기억되길 바란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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