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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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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70년 만에 깨어난 "선교종(鐘)", 그리고 "김억순 경무관"/남원동북교회 선교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3/12/23 18:10 수정 2023.12.24 11:40
- 1953년. 북한 공산당 박헌영 계보, 지리산 빨치산 총사령관 이현상 검거 주공 김억순 총경
- 이현상 검거로 받은 상금 300만 환 교회에 "선교종(宣敎鐘) 제작" 헌금으로 쾌척

김범준 목사(사진_굿모닝전북)

[굿모닝전북=오운석기자] 남원동북교회 김범준 목사는 동북교회 수돗가에 방치되어 있던 종을 다시 사용하고, 문화재까지 지정된 사연을 발표했다.  선교종을 제작하도록 거금을 기증했던 원 기부자를 찾는데 하나님의 신비한 인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범준 목사의 발표 내용 요약]

 

들어가며

세계적인 건축가로 활동했던 루이스 칸은 "베토벤이 5번 교향곡을 작곡하기 전에는 아무도 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5번 교향곡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베토벤이 운명을 작곡한 후에는 마치 삶의 필수품처럼 꼭 있어야 할 것이 되었다는 말이다. 무언가의 필요성이나 존재가치를 잘 모르고 지내다가 가치를 발견하고 일상에서 그것을 사용하게 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남원동북교회 선교종이다. 이제 작년과 금년에 걸쳐서 남원동북교회 선교종이 '한국기독교 유물'과 '남원시 향토문화유산(유형)'이라는 겹경사를 맞게 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땅쏙에 묻힌 보화처럼 잠을 자던 시기, 2003년 남원동북교회에 부임하여 수돗가에 방치된 오래된 종을 발견했다. 10년 전에 새 건물을 지으면서 종을 옛 교회 건물의 종탑에서 내리고 차임벨을 사용하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로운 종탑에 옛 종을 설치하게 된 사연, 당시 교회 인근 주민들이 교회의 차임벨이 잠을 깨운다는 항의를 여러차례 해와 방법을 모색하다가 마침 방치된 옛 종이 생각나 당회 결정을 통해 재 사용하기로 하고, 필요한 종탑을 세우려 할 때 장근홍, 노은경 집사 부부의 종탑 설치 대금을 기부해 종탑을 세워 종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때가 종탑을 내린지 10년 경과된 2004년 9월 5일이다.

 

기나긴 여행(기증자 찾기)을 위하여 내디딘 첫걸음

종 기증자를 찾아서, 종을 다시 올리고 교회의 지나온 역사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과 수집된 자료를 이용해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를 마친 후 한 성도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전달받았는데 바로 남원 '한정옥(김억순 처) 집사의 성종헌납 기념'이라는글자가 새겨진 사진이다.  그때부터 한정옥 집사의 행방을 수소문 했으나 10여년간 찾지 못했다.

 

우연한 만남이 연결 고리가 되어, 2014년 8월, 전주대학교가 차관으로 캄보디아 세운 캄보디아 기술대학 총장인 김성철 박사를 만나라 갈 예정이라 하여, 마침 동북교회가 그 나라를 선교지로 정해 프놈펜에 아가페 학교를 개척, 6년째 사역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캄보디아 김성철 총장을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동행하게 됐다. 그 만남에서 전주대 교수를 역임했던 김총장으로부터 부친께서 빨치산 대장 이현상 토벌 작전에 공훈을 세워 이승만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은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 온 후 얼마가 지나지 않아서 김총장의 말과 종을 기부한 분이 이현상 토벌 작적으로 상을 받아서 그 상금으로 종을 제작했다는 말이 연결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순간 교회에 있는 선교종이 김총장의 가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뻤다.

 

수소문 끝에 김총장과 연락이 닿았고, 총장의 모친인 한정옥 집사가 교회에 종을 기부한 분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하지만 고인이 된줄로만 알고 지내게 됐다.

 

간절한 상황이 돛단배에 부는 바람처럼, 지난 2017년 같은 남원노회 소속 세전교회가 보관해 온 교회 종이 한국기독교 사적 제34호로 지정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도움의 손길을 청해 세전교호 김수동목사, 익산 제석교회 정경호 목사, 멀리는 야월 영광의 심재태 목사, 경북 자천의 손산문 목사로부터 도음 발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남원시의 최규호 문화재전문위원을 만나 안내를 받았다. 2021년 4월 문화재 전문가인 원보현 교수가 교회를 방문하여 7월 28일에 등록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주었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숙제가 있었다. "종을 기부할 당시의 증언자를 만나서 종을 기부할 때 다양한 증언을 수집하라"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인도해 가시는 신비한 만남

마침내 이루어진 종 기부자와의 첫 만남, 2022년 1월 우연히 김총장에게 전화를 했는데 다른 여성이 받았는데 그 분이 바로 한정옥 권사였다. 생존을 확인 한 후 기뻤다. 22년 2월 15일 전화로 만남을 약속하고 한권사 집을 찾아 첫 만남을 갖게 됐다. 99세인 한정옥 권사로부터 1953년 당시 남원동북교회 집사로서 선교종 제작을 위해 기부한 사실을 생생한 증언을 청취했다.

 

1953년 당시, 아버지처럼 대했던 김응하 장로가 "남편이 큰 상을 받게 되었으니 교회에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해 남편 김억순에게 애기를 하니 당시 무공훈장과 함께 받았던 포상금 전액을 봉투째 교회 종을 마련하도록 기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300만환이 얼마인지 대략 환산할 수 있겠으나 같은 규격의 종을 제작하는 비용을 통해서 추정해 본다면 21년 6월 제작 당시 1,500만원이었다 하니 대략 돈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겠다.

 

남원동북교회 선교종(사진_굿모닝전북)

 

서류 제출, 심사, 유물 지정

 

원보현 교수가 문화재 등록조사보고서를 재 작성했다. 그해 6월 2일에 남원시와 총회에 문화재 등록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10일 정도 지난 7울1일 전문가 일행이 교회를 방문해 세밀한 조사와 종을 확인하는 작업을 마쳣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항에 대해 논의가 치열했다. 이현상과 그 일행이 비록 대적으로 동족에 해를 주는 사람이었다고 할지라도 그를 토벌하여 공훈을 세워 훈장을 받은 점을 부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기독교의 핵심 교리인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내세울 만한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하여튼 그 논쟁은 결국 그 당시의 한국 사회가 겪은 아픔과 비극을 교회가 십자가의 사랑으로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역을 통하여 민족이 지닌 아픔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종소리로 울려 퍼지게 했다는 것으로 마무리가 잘 됐다.

 

22년 9월 20일, 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남원동북교회 선교종을 한국기독교유물 제7호로 지정한다"고 선포했다. 그 후 23년 2월 3일에 남원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 공고됐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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