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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도난사건(사진_자료) |
[칼럼] 시험지 도난 사건 재발, 교육의 신뢰를 되찾아야
"시험지를 훔쳤습니다." 이 한마디가 한국 교육의 민낯을 드러낸다. 최근 안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도난 사건은 단순한 비행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교육이 여전히 '입시'라는 좁은 문을 위해 윤리조차 밀어내고 있다는 뼈아픈 자화상이다.
반복되는 교육의 흑역사,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이번 안동고 시험지 유출 사건은 앞서 벌어진 2018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교사였던 아버지가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내신 성적이 대입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 체제 하에서, '부정'은 곧 '불공정'으로 연결되고 이는 학생·학부모·교사 간의 신뢰를 뿌리째 흔든다.
교육은 본래 공정성과 투명성 위에 서야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시험지 유출 사건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교육의 대전제가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다.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시험지 도난 사건의 이면에는 성적 중심주의와 대학 서열 체제, 그리고 내신 절대주의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안동고 사건의 경우, 도난에 가담한 학생은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대학 진학이라는 '절대목표'를 향한 병든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또한 학교의 시험지 보관 시스템도 문제다. 숙명여고 사건이나 최근의 안동고 사례처럼, 내부인이거나 보안이 허술한 환경에서는 누구나 시험지에 접근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는 제도적 대비 부족을 드러낸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교육의 공정성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시험 보안 시스템 강화다. 시험지 보관실은 CCTV, 이중 잠금, 접근기록 관리 등을 통해 외부·내부 접근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출제 및 인쇄 과정의 이원화와 무작위 검수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
둘째, 대학입시 제도의 전환이다. 내신 과도 중심 체제를 완화하고, 다양한 평가 방식(서술형, 프로젝트형, 면접 등)의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 절대평가 비중을 높이고 학생부 중심 평가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내신 1~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윤리교육의 일상화다. 윤리는 단발성 교과가 아니라 학교 생활 전반에서 체득되어야 한다. 정직, 책임, 공동체의식 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교사 스스로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시험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시험은 교육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시험'에 지나치게 집중하며, '사람됨'을 가르치는 본질을 놓치고 있다. 반복되는 시험지 도난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교육의 중심을 잃고 있다는 신호다. 교육 현장에서 신뢰를 쌓도록 해야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