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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창갯벌 8월 이달의새"알락꼬리마도요"(고창군 제공) |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고창군(군수 심덕섭)이 2025년 8월 ‘고창갯벌 이달의 새’로 멸종위기 철새인 ‘알락꼬리마도요(Numenius madagascariensis)’를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갯벌의 국제적 생태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조치로, 고창군은 철새 보호를 통한 생물다양성 보전의 선도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만5000㎞ 비행하는 지구촌 철새… 고창갯벌은 ‘생명의 쉼터’
알락꼬리마도요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긴 장거리 비행을 수행하는 철새 중 하나다. 이들은 러시아 극동 지역(사할린, 캄차카반도)에서 번식 후, 가을이 되면 2만5000㎞에 달하는 여정을 거쳐 호주·뉴질랜드에서 월동한다. 이 긴 여정 중 고창갯벌은 중간 기착지로서 생존의 핵심 요충지 역할을 한다.
고창군 관계자에 따르면, “알락꼬리마도요는 8월부터 본격적으로 고창갯벌에 도착해 수주간 머무르며, 다음 여정을 위한 에너지를 보충한다”며 “이 기간 동안 철새들의 생존은 고창갯벌의 건강성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칠게를 사냥하는 ‘부리의 기술자’… 갯벌의 진화된 생존 전략
이 대형 도요새는 긴 다리와 아래로 휘어진 부리를 이용해 갯벌 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칠게를 정밀하게 포획한다. 특히 이들의 부리는 칠게 서식굴과 매우 유사한 길이와 각도를 지녀 ‘자연이 설계한 도구’로 평가받는다.
한 철새 전문가에 따르면 “알락꼬리마도요의 부리는 진화적으로 칠게의 굴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는 고창갯벌이 생물 다양성 면에서 얼마나 정교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급감하는 개체 수… 지구촌이 보호 나서야
문제는 알락꼬리마도요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이 종을 ‘위기(EN)’ 등급으로 지정했으며, 우리나라 또한 멸종위기야생생물 II급으로 보호 중이다.
특히 호주에서는 지난 30년간 개체 수가 82%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인간 간섭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는 고창갯벌의 보호 필요성과 국제협력의 시급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고창갯벌은 지구촌 철새의 생명줄… 보호는 선택이 아닌 책임”
고창군은 이번 이달의 새 선정과 함께 국내외 조류 전문가, 환경단체, 학계와 연계한 생태 보전 캠페인도 병행할 계획이다. 철새 관찰 프로그램, 환경 교육, 국제기구와의 협력 등을 통해 고창갯벌의 역할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최순필 고창군 세계유산과장은 “고창갯벌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라, 전 세계 철새들이 생명을 이어가는 필수적 생태자산이다”며 “군은 세계유산에 걸맞은 책임 있는 생태계 보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고창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그 후… 진짜 시작은 ‘지속 가능한 관리’
고창갯벌은 2021년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공식 등재됐다. 이는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가치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례로, 국내에서는 고창군이 유일하게 ‘갯벌 단독 세계유산 지자체’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유산 등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진정한 보전은 지속 가능한 관리계획과 주민참여, 생물종 보호, 국제공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고창군은 ‘이달의 새’ 제도를 통해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철새 보호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창갯벌은 단순한 갯벌이 아니다. 인간의 시선 너머에 있는, 지구적 생명의 순환고리다. 이곳을 찾는 철새는 단지 몇 마리가 아니라,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생태의 대사(大使)들이다. 알락꼬리마도요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들은 우리의 비행을 지켜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고창군의 이번 발표는 그 물음에 대한 한 지자체의 진심 어린 응답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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