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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발호(사진_교수신문) |
[굿모닝전북신문=오운석기자] 교수신문은 12.9자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뛰다" 제하의 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2024 올해의 사자성어 ‘도량발호(跳梁跋扈)’ 휘호. 장지훈 경기대 교수(서예학과)가 예서체로 직접 썼다. 장 교수는 한국서예학회 회장과 대한민국서예대전 초대작가, 문화유산청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跳梁跋扈(도량발호), 화선지에 숙묵(宿墨). 썩힌 먹(숙묵)으로 부패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현했다.
교수들이 선택한 2024년 올해의 사자성어는 ‘도량발호(跳梁跋扈)’였다. 도량발호는 뛸 도(跳), 들보 량(梁), 밟을 발(跋), 뒤따를 호(扈)의 한자로 이뤄졌다.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는 뜻이다. 전국의 대학교수 1,086명이 설문에 응했다. 도량발호는 응답자 중 41.4%(450표)를 얻어 가장 많이 꼽혔다.
도량발호는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가 추천했다. 정 교수는 “권력자는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데 권력을 선용해야 함에도, 사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라며 “권력을 가진 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도량발호는 ‘비상계엄 선포’ 사태만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이번 설문은 ‘비상계엄 선포’가 있기 직전, 지난 12월 2일까지 진행됐다. 이후 긴급 사태에 대해 도량발호를 선택한 교수들을 대상으로 추가 의견을 물었다.
도량발호를 선택한 교수들은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과 친인척 보호, 정부·기관 장의 권력 남용, 검찰독재, 굴욕적인 외교, 경제에 대한 몰이해와 국민의 삶에 대한 무관심, 명태균·도술인 등 사인에 의한 나라의 분열 등을 추천 사유로 꼽았다. 비상계엄 선포 사태는 올 한해 보여 주었던 권력의 사적 남용의 결정판으로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6시간만에 해제된 사태는 도량발호를 더욱 주목하게 한다. 도량발호를 선정한 교수들은 대부분 권력을 자신과 가족 그리고 비호 세력만을 위해 사적으로 남용하고 이권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리더십과 통치 능력의 측면에서 함량 미달이라거나 자기 객관화를 통해 개선하려는 모습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60대 인문)는 “비정상적인 사고를 한 결과가 비상계엄 선포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대통령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슨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수(60대·사회과학)는 “오로지 진영 논리나 세력의 크기만 믿고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해 있다”라며 “그런 행동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풍조가 확산되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정치학을 전공한 50대 교수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임에도,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선포했다”라며 “국민의 일상과 안녕을 위협에 빠뜨리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점이 도량발호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교수(50대·자연)는 “지식인 수천 명의 시국선언이 이어질 만큼 혼란한 시국임에도 권력자와 주변 무리들은 성찰의 기색이 없다”라고 일갈했다.
‘후안무치(厚顔無恥)’는 28.3%(307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후안무치는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이다. 후안무치를 추천한 김승룡 부산대 교수(한문학과)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말을 교묘하게 꾸미면서도 끝내 수치를 모르는 세태를 비판한다”라며 “지금 사회는 형벌로 질서를 겨우 유지해나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일 뿐, 적극적 가치를 구하기는 어렵다”라며 “인간관계를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사회적 질서를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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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올라온 사자성어(사진_교수신문) |
3위를 차지한 ‘석서위려(碩鼠危旅)’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뜻으로 18.5%(201표)의 교수가 선택했다. 석서위려를 추천한 이형진 숙명여대 교수(영어영문학부)는 “온 나라가 자신이 똑똑하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지도자들 때문에 끊임없는 논란과 갈등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는 안타까움과 좌절감이 배여 있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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