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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부안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멘토&멘티 베이킹 체험 프로그램 운영(부안군 제공) |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빵 반죽에서 시작된 진짜 ‘교육’
지난주 부안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체험실. 청소년 6명이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히 움직였다. 밀가루와 계란, 초콜릿을 섞어 반죽을 만들고, 차례차례 오븐 속에 머핀을 밀어 넣는 손길이 서툴면서도 진지했다. 그 옆에서는 부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찰관들이 멘토로 함께하며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프로그램의 이름은 ‘사랑을 굽는 시간’. 단순한 베이킹 체험이 아니었다.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어른들과 마음을 나누고, 스스로 만든 것을 기부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체득하는 시간이었다. 완성된 생크림 초코머핀은 정성스럽게 포장돼 부안군드림스타트 가정에 전달됐다.
단순한 체험 아닌, 멘토링의 장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히 맛있는 간식을 만드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청소년들은 반죽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멘토 경찰관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학교생활의 고민, 또래 관계의 어려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불안까지. 그동안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오븐의 열기 속에서 조금씩 녹아내렸다.
한 참가 청소년은 “내가 만든 머핀이 누군가에게 전해져 기뻤다”며 “멘토 선생님과의 대화로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한 요리 체험에서 끝난 게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기부의 경험, 청소년 자존감을 세우다
부안군은 이번 활동에서 ‘기부의 경험’을 중요하게 봤다. 지금의 청소년 교육 현장에는 ‘받는 법’은 많아도 ‘주는 법’을 체험할 기회가 부족하다. 그러나 나눔은 공동체의 근간이자 자존감을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다. 자신이 만든 작은 간식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청소년들에게 자기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청소년들이 사회적 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은 교과서가 아닌 현장에서 체험할 때 가능하다. 이번 머핀 나눔은 그래서 더 값졌다.
협력의 모델, 지역기관이 함께 움직이다
부안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와 부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계의 협력은 지역사회 협력 모델로 평가할 만하다. 지자체와 경찰, 그리고 드림스타트 같은 복지 기관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연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경찰이 멘토로 참여한 것은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울림을 줬다. 평소 단속과 통제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경찰이 따뜻한 대화 상대가 되고, 인생의 멘토로 다가올 때 청소년들의 경찰관에 대한 인식은 달라진다. 이는 곧 지역 치안과 신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이번 활동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청소년들이 어른과 교류하며 공동체 속 자신의 역할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유관기관과 협력해 청소년 성장에 기여할 프로그램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 청소년 정책의 시험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도내 청소년 정책은 ‘실질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많은 청소년 정책이 ‘행사성 프로그램’에 머무르고 있고, 성과지표를 위한 보여주기식 운영이 적지 않다.
이번 부안군의 프로그램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단순 체험을 넘어 기부와 멘토링을 결합해 ‘교육적 완결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도가 일회성으로 그친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청소년 정책은 지속성과 연속성이 핵심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각 시·군과 협력해 이런 현장 밀착형 프로그램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청소년 정책, 감동 없는 이벤트에서 벗어나야”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작지만 진정성 있는 경험이다. 부안군에서 시작된 초코머핀 나눔은 그 작은 실험이었다. 지역의 어른들이 손을 내밀었고, 청소년들은 그 손을 잡고 나눔을 실천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소년 정책을 ‘이벤트성 행사’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산은 쓰이지만, 청소년 마음에 남는 건 적다. 감동 없는 정책은 공허하다. 청소년 정책은 더 진솔하고, 더 생활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부안군의 이번 시도는 전북특별자치도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나눔을 배우고, 어른과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역이 살아남는 길이다. 청소년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이기 때문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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