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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가는 비행기, 사랑을 실었습니다”..
사회

“고향 가는 비행기, 사랑을 실었습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5/07/24 15:54
부안군·국제로타리, 다문화가족 7가정에 ‘모국 방문 항공권’ 전달… 10년 간 267명에게 고향의 품 안겨

사진 - 부안군, 다문화가족 고향 나들이 항공권 전달식(부안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고향 가는 비행기, 사랑을 실었습니다”
부안군·국제로타리, 다문화가족 7가정에 ‘모국 방문 항공권’ 전달… 10년 간 267명에게 고향의 품 안겨
부안특별자치도 부안군이 지역 로타리클럽과 함께 다문화가족을 위한 작지만 깊은 나눔을 실천했다. 타향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고향의 하늘길을 열어준 것이다.

부안군(군수 권익현)과 국제로타리 3670지구 부안지역 4개 로타리클럽(서해, 해당화, 부안, 변산)은 지난 23일 부안군청 5층 대회의실에서 ‘다문화가족 고향 나들이 항공권 전달식’을 열고, 지역 다문화가정 7가구 33명에게 왕복 항공권과 여행자보험, 현지 교통비 등을 지원했다.

이번 전달식은 부안서해로타리클럽(회장 신철용)이 주관했으며, 나머지 3개 클럽과 군이 힘을 모았다. 특히 이번 항공권 지원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부안군과 로타리클럽이 2014년부터 10년째 꾸준히 이어온 공동사업으로, 지금까지 총 71가정 267명이 모국을 방문해 가족을 재회하고 고향의 정취를 되찾았다.

사진 - 부안군, 다문화가족 고향 나들이 항공권 전달식(부안군 제공)
이날 행사에 참여한 다문화가족들은 모국의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눈시울을 붉혔고, 참석자들 역시 따뜻한 박수로 이들의 귀향을 응원했다. 한 아이의 어머니는 “결혼하고 10년 동안 한 번도 친정에 가지 못했다. 시부모님께 죄송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엄마의 나라를 보여줄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10년간 267명 모국으로… 부안형 ‘공존 모델’
한국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점차 이행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를 비롯한 외국 출신 주민이 전국적으로 250만 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부안군은 비교적 일찍부터 다문화 가정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이번 고향 방문 지원 사업이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전달식 인사말에서 “이번 행사는 단순한 항공권 전달이 아니라, 부안이 다문화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복지, 일자리 등 전방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제로타리 3670지구 부안지역협의회 소속 클럽들도 동일한 의지를 보였다. 신철용 부안서해로타리클럽 회장은 “다문화가족이 지역에서 자녀를 키우며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공동체 지속 가능성의 핵심”이라며 “고향 방문을 통해 가족 간 유대를 회복하고, 그 에너지가 부안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날 전달식은 전달의 형식만이 아니라 문화적 나눔의 장이기도 했다. 참석한 다문화가족 중 베트남 출신 A씨는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고, 필리핀 출신 B씨는 자녀들과 함께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맙다. 고향에 돌아가 다시 부안으로 건강히 돌아오겠다”고 웃었다.

진심이 만든 연대… 지역사회 변화 이끌다
‘다문화’라는 단어는 때로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낙인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안에서는 그 개념이 ‘다름의 존중’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의 결과가 아닌, 진심 어린 민관 협력에서 비롯됐다.

부안군은 다문화가정의 언어 장벽을 줄이기 위한 통번역 지원, 자녀 교육을 위한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 다문화가정 전담 공무원 배치 등 실질적 제도를 마련해왔다. 여기에 로타리클럽, 지역 복지관, 자원봉사센터 등의 민간 조직이 힘을 보탰다.

특히 로타리클럽이 펼쳐온 항공권 전달사업은 지역의 인식 변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 로타리 회원은 “처음엔 ‘왜 외국인 가족에게 예산을 쓰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분들이 부안의 노동과 교육, 공동체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작은 비행기표 한 장’이 만든 기적
이번 항공권 전달 대상자는 부안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 선발되었으며, 대부분 5년 이상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장기 체류자들이다. 특히 자녀가 초등학생 이하인 가정이 우선 대상이 되어, 아이들에게 엄마 또는 아빠의 나라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센터 관계자는 “아이들이 엄마의 언어를 낯설어하고, 외가나 친가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가족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체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지역과 함께, 공동체로
부안군의 이 같은 시도는 전국 지자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지역에서, 다문화가정은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포착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제도화한 것이 바로 부안형 모델이다.

부안군은 앞으로도 다문화가족의 고향 방문을 연례행사로 정례화하고, 다문화 이해 교육, 한국어 교실, 가족 상담 등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동시에 다문화가정 당사자들이 정책 설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다문화가족 자문위원회’ 구성도 검토 중이다.

고향은 단지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그리움이고, 누군가에겐 상처이며, 또 누군가에겐 다시 돌아가고 싶은 따뜻한 품이다. 부안군이 전한 ‘비행기표 한 장’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티켓이 아니라 공존과 연대의 징표였다.

지역과 이웃을 잇는, 작지만 소중한 그 발걸음이 부안특별자치도를 더욱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가고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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