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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안 줄포면, 무인 회수기로 ‘페트병·캔 순환경제’ 첫걸음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5/08/08 17:35
AI기반 회수기 시범 운영… “환경은 습관, 보상은 동기” 자원순환 문화 정착 시도

사진 - 부안 줄포면, 페트병‧캔 무인 회수기(부안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줄포면이 조용한 읍면지역 행정의 일선에서 의미 있는 실험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 회수기’를 통해 투명 페트병과 캔을 자동 수거하고, 이를 포인트로 환급하는 방식의 자원순환 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기기의 첫 설치 장소는 줄포면사무소 후문에 설치했다.

이번 조치는 지역 주민의 환경의식을 제고하고, 올바른 분리배출 습관을 생활 속에서 정착시키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평가된다. 다소 조용하던 농촌 면지역에서 ‘친환경 기술 도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보조를 맞췄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기계가 페트병을 알아본다… 무인회수기 도입 배경
줄포면에 설치된 무인 회수기는 단순한 자판기 형태의 수거 장치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부착된 ‘자원순환형 로봇’이다. 기계 내부에는 센서와 이미지 인식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투입된 물품이 투명 페트병 혹은 캔인지 자동으로 판별하며, 해당 품목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

기계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는 회수기 화면에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뒤, 투입구가 열리면 라벨을 제거하고 깨끗이 헹군 투명페트병이나 캔을 넣으면 된다. 회수된 페트병과 캔 1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된다. 일정 포인트(2,000점 이상)를 모으면 전용 플랫폼 ‘캔가루(cangaroo.co.kr)’에서 현금으로 환급 신청도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환경미화 차원을 넘어 ‘시민참여형 환경보상 시스템’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포인트 환급 기능은 환경보호라는 공공적 목표에 ‘경제적 유인’이라는 사적 동기를 부여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줄포면의 작은 변화, 전북특별자치도의 친환경 전환 견인하나
줄포면은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비교적 외곽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 같은 면 지역에서 무인 회수기와 같은 신기술 기반의 환경관리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도심지나 행정복합센터, 교육기관 등을 중심으로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경향과는 달리, 줄포면의 사례는 ‘농촌지역의 환경역량 강화’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줄포면 관계자는 “기계 한 대의 시범 운영이지만, 자원순환 문화 확산을 위한 상징적 첫걸음”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관내 초중고 및 마을단위로도 확대 보급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거된 자원의 후속 처리 체계, 실제 재활용률, 포인트 환급률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인회수기의 성공적 안착은 기계 설치 자체가 아닌 사후관리, 주민참여율, 인식전환 여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무인회수기에서 재생섬유까지… 순환경제 구현될까
줄포면에서 수거된 페트병은 회수 이후 분쇄, 세척 등의 과정을 거쳐 고품질 재생원료로 탈바꿈된다. 이 원료는 의류나 부직포 원단 등으로 재탄생해 순환경제 시스템의 핵심 고리가 된다. ‘폐기물 감량’이라는 소극적 목표를 넘어, ‘재자원화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적극적 환경행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기계 하나로 실현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줄포면이 이 시스템을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주민 개개인이 “페트병 하나를 버리는 방식”에서부터 환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다. 즉, ‘버린다’는 행위가 곧 ‘순환시킨다’는 인식으로 바뀌는 것. 그 변화가 지역 전역으로 확산되어야 실질적 효과가 담보된다.

줄포면장 “시범운영, 주민주도 자원순환문화의 첫 단추”
줄포면장은 “이번 시범운영이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지역주민 주도의 생활환경 개선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라며 “기계적 수거를 넘어, 주민의 인식 변화와 자발적 참여를 중심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자원순환기 설치가 아니라, 공공정책이 마을 단위로 스며들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기계의 수거 성능, 사용자 편의성 외에도, 포인트 환급 속도, 주민 인식 변화 지표 등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공개하는 것이 후속 확대사업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계는 설치됐다, 이젠 주민과 행정이 움직일 차례
줄포면의 ‘AI 무인 회수기’ 도입은 작지만 분명한 변화의 시작이다. 대도시에서 흔한 시도일 수 있으나, 군 단위 면 지역에서의 적용은 여전히 낯선 도전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실험이 일회성 홍보행사로 끝나지 않고, 진짜 마을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지느냐는 것이다.

줄포의 변화가 부안군 전체로, 전북특별자치도 전역으로 번질 수 있을지는 이제 행정과 주민의 의지에 달려 있다. ‘페트병 하나 제대로 버리는 일’이 새로운 시대의 환경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줄포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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