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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창 해풍고추축제 포스터(고창군 제공) |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대한민국 김장 고추의 본향(本鄕)’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할 무대를 마련했다.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고창군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열리는 ‘제29회 고창해풍고추축제’가 바로 그 무대다. 해마다 이맘때면 소비자와 농민이 직접 만나 웃음과 거래가 오가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지는데, 올해는 특히 ‘자연이 키운 매운맛, 고창해풍고추’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고창 농업의 저력을 전국에 알릴 예정이다.
황토와 바닷바람이 길러낸 고창해풍고추
고창해풍고추의 명성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황토의 미네랄과 갯벌 바람 속 게르마늄이 어우러져 자라난 고창고추는 두꺼운 표피와 강한 병해충 저항성을 자랑한다.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깊은 향과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특히 김장철이 다가오면 전국 주부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고추가 바로 이 해풍고추다. ‘김치 맛은 고창고추가 좌우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소비자와 농민을 잇는 직거래 축제
이번 축제의 핵심은 ‘직거래’다. 산지에서 바로 가져온 고추를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유통 단계에서 불필요하게 붙는 비용을 과감히 덜어내고, 신선한 고품질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더구나 ‘고추 할인 쿠폰’까지 제공돼 소비자들의 지갑 부담을 확실히 덜어줄 예정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와 제값을 받고 싶어 하는 농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조다.
체험과 문화가 어우러진 축제
고창군은 단순한 판매 축제에 머물지 않는다. 이번 행사에서는 김치 만들기 체험, 수제 맥주 시음, 농특산품 판매전, 해풍고추 품평회, 그리고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버스킹 공연까지 준비됐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단순히 장을 보는 것을 넘어 오감이 즐거운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축제가 ‘시장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고창군만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이기도 하다.
“지역경제 활력 불어넣겠다”는 군수의 각오
심덕섭 고창군수는 축제 개막을 앞두고 “고창해풍고추축제가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어울리는 화합의 장이자, 지역경제를 살리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단순한 농산물 홍보에 그치지 않고, 고창 농업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심 군수의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고창군은 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결국 해풍고추 같은 특화 농산물로 승부하지 않으면 농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번 축제가 단순히 ‘볼거리’가 아닌, 고창 농업의 생존 전략을 보여주는 현장이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축제, 보여주기식 아닌 지속가능 전략으로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축제’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행사는 넘쳐난다. 그러나 대부분은 보여주기식, 사진 찍고 끝나는 행사에 머무른다. 고창군의 해풍고추축제가 차별화되려면 지속가능한 판로 개척과 브랜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단순히 할인 판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창군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한 유통망 확충, 축제에서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소비자가 손쉽게 고창고추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청년 농업인 육성과 고령화된 농가에 젊은 피를 수혈하지 못한다면 해풍고추의 명성도 언젠가 빛을 잃는다.
브랜드 스토리를 강화하여 단순히 ‘맵다’는 홍보가 아니라, 황토와 해풍이라는 독특한 성장환경을 과학적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신뢰와 충성도를 얻을 수 있다.
올해로 29회를 맞은 고창해풍고추축제는 단순한 지역 잔치가 아니다. 그것은 고창 농업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다. 청정 자연이 길러낸 최고의 매운맛, 그 안에는 농민들의 땀과 지역의 미래가 함께 녹아 있다. 고창군이 이번 축제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웃는 진정한 ‘상생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 결과는 이틀 뒤 고창 농산물유통센터에서 확인될 것이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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