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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판소리의 본향, 부안에 울려 퍼진다”..
문화

“판소리의 본향, 부안에 울려 퍼진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5/08/18 12:46
제19회 추담 전국 국악경연대회, 23~24일 부안예술회관서 성대 개최

사진 - 제19회 추담 전국 국악경연대회 23~24일 부안예술회관 개최 홍보 포스터(부안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부안이 다시 한 번 국악의 향연으로 들썩인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국악인들이 전북특별자치도 부안에 모여 기량을 겨루고, 판소리의 본향에서 그 맥을 잇는 자리에 선다. 오는 23일부터 24일까지 부안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9회 추담 전국 국악경연대회가 바로 그 무대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경연이 아니다. 판소리 명창 추담 홍정택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고, 국악의 미래를 열어가는 실질적인 산실이라는 점에서 전국 국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관은 (사)추담판소리보존회가 맡았으며, 대회 이사장인 김세미 명창의 말처럼 “부안이 곧 판소리의 무대”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장이 될 전망이다.

■ 추담 홍정택 선생의 정신을 잇는 무대

추담 홍정택 선생은 평생 판소리의 올곧은 길을 걸으며 전통예술 보존과 계승에 헌신한 인물이다. 이번 대회가 ‘추담’이라는 이름을 앞세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추담제가 정립한 판소리의 정신을 오늘의 젊은 소리꾼들이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150여 명이 모여 판소리, 고법, 기악 등 다양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루는 이번 대회는 이미 국내 대표적인 국악 경연장으로 자리 잡았다. 예선은 23일에 열리고, 24일에는 본선과 종합결선이 진행된다. 특히 일반부 판소리 대상은 국회의장상, 고법·기악부문 종합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수여되는 등 권위 있는 상훈 체계를 갖췄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의욕이 남다르다.

■ 전야제, ‘부안의 풍류를 만나다’

이번 대회는 본 경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날인 22일, 부안 물의거리 야외공연장에서 ‘제3회 부안의 풍류를 만나다’ 전야제가 열린다. 단순한 사전 행사가 아니라,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지역민과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기획됐다.

이 자리에서는 가야금 병창과 함께 추담 홍정택 선생이 직접 빚어낸 ‘추담제 수궁가’가 공연된다. 이 수궁가는 ‘부안이 곧 국악의 산실’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는 대표 레퍼토리로, 참가자뿐 아니라 관광객과 군민들에게도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 경연 방식과 의미

경연은 일반부·신인부·학생부로 나뉘어 치러진다. 판소리의 정수를 지켜온 원로 명창부터 이제 막 소리에 눈을 뜬 어린 학생들까지 한 무대에 오른다. 이는 곧 세대를 뛰어넘는 국악의 계승과 확산을 상징하는 구조다.

24일 열리는 종합결선은 대회의 백미다. 수많은 참가자 중 치열한 예선을 통과한 이들이 무대에 올라 전통예술의 진수를 뽐낸다. 여기서 선발된 수상자들은 각 부문별 상장과 상금을 거머쥐며, 국악계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다.

■ 김세미 이사장의 말

대회를 주관하는 (사)추담판소리보존회 김세미 이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이번 대회가 단순한 경연의 자리가 아니라, 우리 전통예술의 맥을 잇는 우수한 인재들이 발굴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또한 부안을 찾은 관람객들이 국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마음껏 느끼는 계기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지방 소도시 부안이 전국 국악의 중심 무대로 도약하는 현장임을 확인하는 메시지다. 더 이상 서울이나 대도시가 국악의 전부가 아니라, 부안 같은 지역이 국악의 본류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강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 ‘지방이 곧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쯤에서 냉정한 질문을 던져보자.
왜 판소리의 본향 전북특별자치도에서조차 국악의 저변은 여전히 위축돼 있는가?
전통예술은 흔히 국가 차원의 문화정책에 따라 명맥을 잇지만, 실제 뿌리는 지역의 공연장과 축제에 있다. 이번 부안 대회는 바로 그 ‘지역성의 힘’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서울 중심의 문화예술 흐름이 국악의 다양성을 옥죄고 있는 현실에서, 부안이 보여주는 실험은 의미가 크다. 지방이 곧 중심이 되는 문화 구조, 국악의 생활화를 통한 자생력 강화. 이 두 가지가 이 대회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 앞으로의 과제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대회의 역사와 상징성에 비해 홍보력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참가자 지원이나 관람객 유치 전략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국회의장상과 문체부 장관상이 걸린 권위 있는 대회라면, 전국적 브랜드로 키워내야 한다.
또한 단발성 경연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수상자 사후 관리, 교육 프로그램 연계, 지역 청소년 국악 교육과의 연결이 필요하다. 국악은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예술이 아니라, 생활과 교육 속에서 뿌리내릴 때 비로소 살아남는다.

부안에서 열리는 제19회 추담 전국 국악경연대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판소리 명창 추담 홍정택 선생의 얼을 계승하고, 국악의 미래를 열어가는 실질적 무대다. 전통의 힘은 지켜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오늘의 삶 속에서 되살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이번 대회가 부안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국악의 ‘중심’을 만들어내는 현장이 되길 기대한다. 국악은 여전히 살아 있고, 부안이 그 맥을 지켜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과감한 지원과 더 치밀한 전략이다. 그래야만 판소리가, 그리고 우리 전통예술이 다음 세대에도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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