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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창 세계유산, ‘해찰’하며 만난다…청년마을 비책기지 첫 여행 성료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6/08/21 09:32
운곡습지·병바위·고창갯벌 따라 2박3일 체류형 여행
주민 삶의 기억부터 전통주까지…‘빨리 보는 관광’ 대신 깊이 머무는 고창
참가자 직접 ‘진(zine)’ 제작…청년 감성으로 세계유산 관광 새 가능성 제시

청년마을만들기 비책기지, ‘해찰여행사’ 첫 세계유산 여행 성료 / 고창군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의 세계유산과 지역에 축적된 삶의 이야기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청년 체류형 여행 프로그램이 첫발을 내디뎠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기존 여행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과 사람, 지역문화를 깊이 경험하고 이를 자신만의 기록으로 남기는 새로운 형태의 고창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고창군 청년마을 ‘비책기지’가 기획·운영한 청년여행 프로그램 ‘해찰여행사’가 첫 번째 여행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해찰여행사’는 고창의 세계유산과 지역 고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천천히 걷고 오래 바라보며 사람을 만나고, 여행자가 느낀 감정과 생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체류형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이름에 담긴 ‘해찰’은 전라도 방언으로 ‘딴짓’을 뜻한다. 정해진 관광 동선을 따라 명소를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걷다가 잠시 멈추고, 주변을 살피고, 눈에 들어온 풍경과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여행지에서의 ‘딴짓’을 적극 권한다는 의미다.

지난 7월 열린 첫 여행은 고창의 생물권보전지역을 주제로 2박3일 동안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운곡습지 생태공원과 운곡저수지, 병바위, 고창갯벌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고창의 자연환경을 단순히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쌓인 지역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봤다.

특히 운곡저수지에서는 수몰된 마을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의 풍경 뒤에 남아 있는 삶의 흔적과 기억을 마주했다. 자연경관을 보는 여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 지역의 변화 속에서 이어져 온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장소가 가진 의미를 되짚는 시간이었다.

운곡습지에서는 움직임 명상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습지를 걸으며 햇빛과 바람, 숲과 물이 전하는 자연의 감각을 몸으로 느끼고, 일상에서 놓치기 쉬웠던 주변의 소리와 움직임에 집중했다.

지역 생활문화를 만나는 시간도 마련됐다. 고창서점마을에서는 ‘우리술도가 새봄’ 이신미 대표와 함께 고창의 지역문화와 전통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시음하며 고창의 자연환경이 지역의 먹거리와 술, 생활문화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경험했다.

이번 여행에서 눈길을 끈 것은 참가자들이 여행의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기록자’가 됐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매일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작은 독립출판물 형태의 ‘진(zine)’으로 제작했다. 같은 장소를 함께 여행했지만 누군가는 풍경을, 누군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참가자는 음식과 순간의 감정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냈다.

마지막 날에는 각자가 완성한 진을 함께 펼쳐보며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고창의 모습을 공유했다. 하나의 여행지가 여행자의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찰여행사’가 지향하는 여행 방식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고창군은 이번 프로그램이 세계유산을 단순히 둘러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청년의 감성과 지역의 이야기를 결합한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황민안 고창군 신활력경제정책관은 “해찰여행사와 같은 창의적인 청년 기획을 통해 고창의 세계유산이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고창에서 머물며 지역을 깊이 만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유산과 생태환경, 주민의 기억과 생활문화까지 하나의 여행으로 연결한 ‘해찰여행사’. 고창을 빠르게 보고 떠나는 여행지가 아니라 천천히 머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곳으로 바라보려는 청년들의 새로운 시도가 지역 관광에 또 하나의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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