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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첫번째 힘, 30조 달러 경제, 달러의 위력(사진_AI이미지 제작)
[기획보도]「"GUTS" ― 세계의 판을 바꾸는 4개의 국가」 제2부 ― 미국은 GUTS를 넘어섰는가
미국의 장례식은 너무 일찍 치러졌다
2012년 브루킹스는 미국 쇠퇴론에 반기를 들었다. 14년 뒤 미국은 AI·달러·군사력을 축으로 새로운 형태의 패권 재편(hegemonic reconfiguration)을 시도하고 있는가. 그러나 재정 지속가능성, 정치적 양극화, 중국의 산업적 추격은 여전히 미국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변수로 남아 있다.
2012년 5월.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월스트리트발 금융위기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을 세계에 노출시켰고, 그사이 중국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률로 세계 경제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미국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는 이미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런 배경에서 국제사회 곳곳에서 미국의 쇠퇴, 즉 '패권 이행(hegemonic transition)'을 기정사실화하는 담론이 확산됐다.
"미국의 시대(Pax Americana)가 저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됐고, 일부 전망은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이른바 '중국 대체론'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는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았다. 2012년 5월 17일 발표된 보고서 「Meet the GUTS」에서 브루킹스는 서구 진영 전체가 동시에 쇠퇴하고 있다는 통념 자체가 성급하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장례식'이 너무 일찍 치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루킹스의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독일(Germany)·미국(United States)·터키(Turkey)·한국(South Korea), 즉 그 머리글자를 딴 'GUTS' 네 나라가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역설적 상승 국가군'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미국은 가장 특이한 사례였다.
브루킹스가 보기에 미국은 거시경제 지표상으로는 흔들리고 있었지만, 외교력·군사력·기술패권·동맹 네트워크라는 비경제적 국력 자산(non-economic power assets)이 경제적 취약성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었다.
14년이 지난 지금, 그 판단은 얼마나 적중했을까.
이번 기획은 당시 브루킹스의 가설을 2026년 현재의 실측 데이터로 검증하고, 미국과 가장 유력한 도전국인 중국을 실제 지표로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데 방점을 둔다.
미국은 정말 쇠퇴하고 있었던 것일까
2012년 미국을 둘러싼 가장 큰 인식론적 오류는 GDP 성장률과 재정수지라는 단일 변수로 국력을 측정하려 한 것이었다. 경제지표가 흔들리면 국가의 종합적 국력(comprehensive national power)도 동반 하락한다는 단순 등치가 만연했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에서 국력은 다차원 함수(multi-dimensional function)로 정의된다.
경제력 + 군사력 + 기술력 + 금융력(기축통화 지위) + 외교력 + 동맹 네트워크 + 에너지 자립도 + 인구구조 이 여덟 개 변수가 상호작용하며 실질적인 국가 영향력을 구성한다. 브루킹스가 미국을 GUTS에 포함시킨 근거도 바로 이 다차원적 평가 틀에 있었다. 당시 미국은 이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통해 동맹 구조를 재정비하고 있었다.
일본·한국·호주와의 3각 안보협력을 강화했고, 필리핀·베트남 등과는 새로운 형태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부상 자체가 역설적으로 미국의 지정학적 입지를 강화하는 '균형자 효과(balancer effect)'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주변국들이 중국의 팽창에 위협을 느낄수록 미국이라는 안보 공급자에 대한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브루킹스는 바로 이 역설, 즉 중국의 경제성장이 오히려 주변국의 경계심을 자극해 미국의 동맹 수요를 늘리는 구조적 메커니즘을 정확히 짚어냈다.
14년이 지난 지금 이 역학은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은 더 이상 단일 국가 단위로 평가할 수 없는 행위자다. 미국 주변에는 안보·경제·기술을 아우르는 거대한 동맹 네트워크(alliance architecture)가 존재하며, 이 네트워크의 존재 자체가 중국이 미국을 추격할 때 직면하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비대칭성(structural asymmetry)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첫 번째 힘 ― 30조 달러 경제, 그리고 벌어지는 격차
미국의 경제 규모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세계은행(World Bank)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2025년 명목 GDP는 약 30조 7,700억 달러로, 세계 GDP(약 118조 3,500억 달러)의 약 26%를 차지한다. 2025년 미국의 실질 성장률은 2.2% 안팎으로 집계됐다. (Worldometer/World Bank)
물론 GDP 총량 하나로 패권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30조 달러가 넘는 경제 규모는 거대한 내수시장, 기업의 투자 여력, 정부의 재정동원 능력,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자본시장을 동시에 의미한다.
【실제 비교분석 ― 미·중 경제 규모】
2025년 기준 중국의 명목 GDP는 약 19조 5,000억~19조 6,300억 달러로, 미국과의 격차는 약 11조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은행이 65년간 집계해 온 시계열 가운데 가장 큰 절대 격차다. (Kitegraph, World Bank 기준) 국제통화기금(IMF)의 2026년 전망치 역시 미국(32조 3,840억 달러)이 중국(20조 8,510억 달러)을 1.55배 앞서는 구도를 그대로 유지한다. (StatisticsTimes, IMF WEO 기준) 더 중요한 것은 1인당 지표다. 2025년 미국의 1인당 GDP는 약 9만 27달러로 중국의 1만 3,862달러 대비 6.5배에 달한다. (Kitegraph) 즉 총량 격차가 좁혀지는 것처럼 보이는 구간에서도, 1인당 생산성·소비력이라는 질적 격차는 오히려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
이는 환율 변동에 따라 출렁이는 명목 GDP 격차보다 훨씬 더디게 좁혀지는 변수다. 다만 성장률의 방향성은 반대다. 2025년 중국의 실질 성장률(4.96%)은 미국(2.16%)의 두 배를 웃돌았다. (World Bank 성장률 데이터) 이는 절대 규모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이되,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 자체는 중국이 여전히 더 빠르다는 이중적 현실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경제가 제조업 단일 축이 아니라, 금융·소프트웨어·AI·반도체 설계·바이오·항공우주·방산·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다층 생태계(_badtagsed ecosystem)라는 점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자 세계 최대 자본시장이며, 동시에 글로벌 빅테크의 본거지다. 그리고 그 위에 달러라는 최상위 인프라가 있다.
두 번째 힘 ― 아직도 달러의 세계다
미국 패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항공모함이 아니라 달러, 정확히는 기축통화 지위(reserve-currency status)에서 파생되는 '엑소버턴트 프리비리지(exorbitant privilege)'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계속 불어나면서 달러 패권이 흔들릴 것이라는 이른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전망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데이터는 이 전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26년 1분기 COFER(외환보유액 통화구성) 통계에 따르면 세계 공식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은 57.13%로, 직전 분기(56.42%)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IMF Data Brief, 2026년 7월 1일) 유로화는 20% 안팎, 중국 위안화는 2% 남짓에 머무른다. (FinObservatory COFER 데이터)
【실제 비교분석 ― 달러 vs 위안, 그리고 장기 추세】
2001년 정점(약 72%) 대비 달러 비중은 25년간 약 15%포인트 하락했다. 연평균 약 0.6%포인트씩 완만하게 잠식된 셈이다. (
Tech Times, IMF COFER 인용) 그럼에도 위안화는 여전히 2% 안팎에 머물러 있어, 탈달러화가 곧 '위안화 부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실제로 달러의 하락분을 흡수한 것은 위안화가 아니라 금(gold)과 비전통 통화들이었다. (BestBrokers 데이터) 아울러 달러는 세계 외환거래(FX turnover)의 약 89%, 무역 결제(export invoicing)의 약 54%를 차지하고 있어, 준비자산 비중보다 실물 거래에서의 지배력이 훨씬 더 견고하다. (BestBrokers)
즉, 세계 각국이 외교적으로는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실제 외환보유액과 무역결제, 국채 매입에서는 달러 의존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 패권은 미국이 달러를 쓰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가 대안이 없어 달러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미국이 보유한 가장 견고하고 대체 불가능한 구조적 힘이다.
세 번째 힘 ― AI가 미국의 새로운 패권 자산이 될 것인가
2012년 브루킹스가 미국의 혁신 역량을 예시하며 든 사례는 소셜미디어와 셰일가스였다. 2026년 현재 미국의 대표 혁신 산업을 하나만 꼽는다면 압도적으로 AI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미국은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반도체 설계,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센터, 스타트업 생태계와 자본시장을 하나의 수직 통합형 생태계로 결합시키고 있다. 2026년 미국의 AI 산업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섹터를 넘어 전력망·건설·중공업까지 견인하는 거대한 산업 프로젝트로 진화했다. 최근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발전설비·냉각시스템·특수강·케이블·중장비 등 전통 제조업 밸류체인까지 수혜를 확산시키고 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엔비디아는 오픈AI의 장기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 1,050억 달러 규모의 보증(guarantee)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8GW 규모의 전력 소요를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IT 섹터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밸류체인이 반도체 → 데이터센터 → 전력 → 냉각 → 건설 → 금융(회사채·프로젝트파이낸싱) → 국방으로 수직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다.
미국이 이 확장 국면에서 주도권을 유지한다면, 그 경제·전략적 파급효과는 21세기 초반 인터넷 패권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실제 비교분석 ― 미·중 AI 투자 규모】
구분 미국 중국 격차
2025년 민간 AI 투자 2,859억 달러 124억 달러 약 23배
2025년 빅테크AI인프라자본지출 4,000억 달러 초과630억달러 6배이상
2026년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 합산 capex 전망 (Futurum) / 중국 AI 총투자(2025년, NextBigFuture 참고치) 6,600억~6,900억 달러 약 980억~1,250억 달러 미국이 5~7배
데이터센터 용량 (2025년 말 기준, BCG) 50GW 이상 31GW 1.6배
GDP 대비 AI·데이터센터 지출 비중 (2026년, Memeburn) 약 2% 약 0.4% 5배
출처: Stanford AI Index 2026 (The Next Web 인용)
BCG "The Great Divide" 2026,
Futurum Group 2026. Memeburn 2026
여기서 매우 역설적인 지표가 발견된다. 미국이 중국보다 약 23배 많은 민간자본을 AI에 투입했음에도, 스탠퍼드 AI 인덱스(Stanford AI Index)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 최상위 AI 모델 간 성능 격차는 불과 2.7%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2023년 5월 당시 17.5~31.6%포인트였던 격차에서 급격히 축소된 수치다. (The Next Web, Stanford AI Index 인용)
이는 '자본 집약도'와 '실제 산출 효율성'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중국이 국가 주도 자금(정부 유도기금 등 약 1,840억 달러 추정)을 통해 민간투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격차를 메우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시사한다. (Memeburn) 그러나 AI 전쟁은 미국의 독주가 아니다 여기서 미국에 과도한 점수를 줘서는 안 된다. AI 역시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의 비대칭 경쟁(asymmetric competition) 국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2026년 8월 미국·중국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산업 데이터를 축적·표준화해 AI와 로봇 분야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로봇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물 데이터(real-world operational data)를 대규모로 축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비교분석 ― 반도체 수출통제와 컴퓨팅 격차】
2025년 12월 미국은 엔비디아 H200 칩의 대중(對中) 수출 정책을 '원칙적 불허(presumption of denial)'에서 '건별 심사(case-by-case review)'로 전환했다. 2026년 1월 13일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이를 공식 규정화하면서, 25%의 관세와 대중 수출물량을 미국 내 판매량의 50%로 제한하는 상한선(volume cap)을 동시에 부과했다. (Mayer Brown 법률분석 Semiconductors Insight)
전문가들은 이 규제가 오히려 '전략적으로 비일관적(strategically incoherent)'이라고 평가한다. 국가안보 우려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수출 경로를 열어주는 이중적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컴퓨팅 파워 자체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H200 수출이 전면 허용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26년 기준 미국의 AI 컴퓨팅 총량은 중국 대비 21배에서 최대 49배 앞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Semiconductors Insight) 즉 중국은 격차를 "좁히고" 있다기보다, 훨씬 높은 비용과 낮은 효율로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다수 분석의 결론이다.
동시에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2026년 1월 중국 해관총서는 H200 반입 통관절차를 돌연 유예했고, 산업·인터넷 보안 당국은 자국 대형 기술기업들에 관련 발주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미쓰이물산 MGSSI 보고서)
이는 중국이 단기적 효율보다 장기적 기술주권(technological sovereignty)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연구소에서 로봇 기술의 원천을 개발했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를 대량생산 체제와 저비용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최근 사족보행 로봇(로봇개) 사례에서도 미국의 군사·대학 연구에서 나온 원천기술이 중국 기업의 상업적 대량생산으로 연결되는 '기술 이전의 비대칭성'이 관찰됐다.
여기서 미국의 오래된 구조적 약점이 드러난다. 미국은 R&D와 혁신에는 압도적으로 강하지만, 산업화·양산 단계(commercialization-to-manufacturing pipeline)에서는 중국보다 취약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은 데이터 + 제조업 기반 + 국가산업정책(industrial policy) + 규모의 경제라는 조합을 무기로 갖고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승부는 단순히 '누가 더 우수한 모델을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AI를 산업력과 군사력으로 더 빠르게 전환(conversion)하는가'의 문제로 재정의돼야 한다.
네 번째 힘 ― 미국의 군사력, 그리고 좁혀지는 격차
2012년 브루킹스가 미국을 GUTS에 포함시킨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가 군사력이었다. 당시 브루킹스는 미국이 드론과 로봇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21세기형 전쟁 양상에서 새로운 기술적 비교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전쟁의 문법은 더욱 기술 집약적으로 변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위성·전자전(electronic warfare)·정밀타격·정보전의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실제 비교분석 ― 미·중 국방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6년 4월 발표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국방비는 9,54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전년 대비 7.5% 감소했다. 반면 중국의 국방비는 3,3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그 결과 미국의 국방비는 중국의 2.8배로, 2024년의 3.2배에서 격차가 좁혀졌다. (SIPRI 팩트시트, 2026년 4월)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보면 미국은 3.1%, 중국은 1.7%로, 미국이 훨씬 무거운 재정적 부담을 지고 있다. (SIPRI) 반면 중국의 국방비는 2016~2025년 사이 62% 증가하며 31년 연속 증액 기록을 세웠다. 이는 SIPRI 데이터베이스상 가장 긴 연속 증액 기록이다.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12년 중국의 국방비는 미국의 6분의 1 수준이었으나, 2024년에는 3분의 1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평가했다. (CSIS, China's Military in 10 Charts)
다만 명목 환율 기준 비교는 실제 군사력 격차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중국의 실질 군사비 지출을 재산정하면 미국의 최대 67%까지 근접한다는 연구도 존재하지만,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해 미국 예산을 위안화로 환산하면 오히려 중국의 상대적 지출 비중이 52%까지 낮아지는 등 방법론적 논쟁의 여지가 크다. (CEPR VoxEU 분석)
새로운 변수는 중국의 서태평양 지역 미사일·해군·무인체계 확충이다. 이는 미국이 과거처럼 전 지역에서 압도적 군사우위를 자동으로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 결과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동맹국과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과 '연합작전 수행 능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국·일본·호주·필리핀 등 역내 동맹국의 전략적 비중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단독의 세계질서 관리에서 '미국+동맹국 네트워크'형 안보 공급 모델로의 이행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다섯 번째 힘 ― 동맹 네트워크라는 비대칭 자산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동맹의 구조적 밀도(density)다. 중국은 강대국이지만, 미국처럼 전 세계에 걸쳐 촘촘하게 제도화된 군사·경제·기술 동맹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미국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있고, 동아시아에는 한국·일본·호주·필리핀과의 양자·다자 안보협력 구조가 있다.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도 확대일로에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동맹의 문제를 넘어선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AI, 조선, 방산,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전략산업 전반이 동맹 네트워크와 촘촘하게 결합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된다. 한국은 미국의 단순한 군사동맹국이 아니라 반도체·배터리·조선·자동차·방산이라는 핵심 산업 역량을 보유한 '기술동맹국'이다. 따라서 미·중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이것이 2012년 GUTS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이 나란히 등장했던 이유를 2026년 시점에서 다시 곱씹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섯 번째 힘 ― 에너지, 셰일에서 AI 전력으로
2012년 브루킹스는 미국의 혁신 사례로 셰일가스 개발을 언급했다. 이 대목은 2026년의 미국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함의를 지닌다.
미국은 기술혁신을 통해 에너지 생산능력을 근본적으로 확장했다. 과거 미국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과 에너지 안보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관리해야 했지만, 셰일혁명 이후 순에너지 수출국(net energy exporter)으로 지위가 전환됐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자립을 확보한 국가는 외교·군사적 선택지(strategic optionality)가 구조적으로 넓어진다. 그리고 지금은 AI 붐으로 인해 전력이 다시 핵심 전략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즉 '2012년의 셰일가스 → 2026년의 AI 전력'이라는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미국의 에너지 혁신이 다시 한번 새로운 산업혁명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로 기능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미국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미국을 GUTS의 일방적 승자로만 평가한다면 이번 기획은 분석이 아니라 홍보물로 전락한다. 미국의 가장 근본적인 취약점은 여전히 재정건전성과 정치적 지속가능성이다.
2012년 브루킹스 역시 미국의 최대 취약점으로 경제·재정 문제를 지목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이 리스크는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구조적으로 심화됐다.
【실제 비교분석 ― 미·중 국가부채】
국제통화기금(IMF)의 2026년 4월 세계경제전망(WEO)에 따르면 미국의 정부부채는 약 40조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미국의 연간 경제산출액을 약 9조 달러 웃도는 규모다. 중국의 정부부채는 22조 3,000억 달러, 일본은 9조 달러로 뒤를 잇는다. (Qazinform, IMF WEO 인용)
GDP 대비 부채비율로 환산하면 미국은 2026년 약 126%에서 2031년 142%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돼,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가파른 악화 경로를 그리고 있다. 반면 광의의 정부부채(지방정부융자기구·LGFV 포함) 기준 중국의 부채비율은 2026년 약 107%에서 2031년 127%로 상승할 전망이다. (Mappr, IMF 기준)
다만 통계 기준에 따라 그림은 크게 달라진다.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는 중앙정부 부채비율을 2025년 말 기준 68.2%로 제시하며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China Daily) 반면 그림자부채(shadow debt)까지 포함하면 중국의 정부부채는 GDP의 125%에 달하며, 금융부문을 제외한 민간부채까지 합산한 총부채는 GDP 대비 300%를 넘어선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같은 기준에서 약 265%로 추산되는 미국의 공공+민간 합산 부채비율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Fortune, Capital Economics 분석 인용)
요약하면, 미국은 '연방정부 부채'라는 단일 지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리스크를 안고 있고, 중국은 '지방정부·기업 부문을 포함한 총부채'에서 만만치 않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즉 두 나라 모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부채발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으며, 이는 어느 한쪽의 '승리 서사'로 단순화할 수 없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의 규모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고려하면 단기간 내 재정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다수 시장 참여자의 평가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장기적 구조적 리스크이며, 국채금리 상승과 이자비용 급증이라는 형태로 이미 재정 여력을 잠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political polarization)다. 미국의 정치 지형은 정책의 시계열적 일관성(policy continuity)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열돼 있다. 정권 교체 시마다 대외정책·통상정책·기후정책·이민정책·대중(對中)정책이 급격히 반전될 위험이 상존한다. 세계 각국 동맹국이 미국을 바라보며 던지는 근본적 질문도 바로 이것이다. "미국의 약속이 다음 행정부에서도 유효할 것인가(policy credibility).“ 초강대국의 힘은 군사력과 자본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 그 자체가 국력의 한 축이다.
미국의 또 다른 약점 ― '혁신은 미국, 양산은 중국'
미국이 AI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전선에서 승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연구·설계·금융·브랜드 파워에 강했고, 중국은 제조와 공급망 구축 역량에 강했다.
AI 시대에도 이 구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최상위 AI 모델을 만들고, 중국이 이를 산업 현장에 빠르게 이식하며, 제3국들이 양쪽의 기술을 병행 활용하는 '이중 트랙 확산(dual-track diffusion)'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그렇다면 AI 패권은 어느 한 국가가 독점하기 어렵다. 미국의 혁신 역량과 중국의 제조 역량이 충돌하는 새로운 형태의 패권경쟁(hybrid hegemonic competition)이 시작되는 셈이다.
미국의 실질적 과제는 중국보다 더 우수한 기술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기술을 미국 영토 내에서 생산·산업화할 수 있는 역내 제조역량(onshoring capacity)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데이터센터 붐이 전통 제조업체와 산업 공급망으로 파급되는 현상은 바로 이 재산업화
(reindustrialization) 시도의 한 단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6년의 미국은 몇 점인가
2012년 브루킹스의 진단을 2026년 현재의 실측 데이터로 재평가하면, 미국은 상당 부분 당시 예상보다 견고하다. 다만 그 견고함은 절대적 우위가 아니라 '상대적 우위의 축소'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영역 평가 근거
경제 규모 강함 2025년 GDP 약 30.77조 달러(세계 1위, 세계 GDP의 26%). 중국과의 절대 격차는 약 11.3조 달러로 역대 최대. 다만 중국 성장률(4.96%)이 미국(2.16%)의 2배 이상 (Kitegraph)
기축통화 지위 매우 강함 2026년 1분기 세계 외환보유액의 57.13%가 달러(전분기 대비 상승). 위안화는 2% 안팎에 정체 (IMF COFER)
AI·기술 매우 강함, 그러나 격차는 좁혀지는 중 민간 AI 투자에서 중국의 23배. 그러나 최상위 모델 성능 격차는 2.7%포인트로 축소 (Stanford AI Index)
군사력 압도적이나 상대우위는 도전받는 중
2025년 국방비 9,540억 달러로 중국(3,360억 달러)의 2.8배(2024년 3.2배에서 축소). 중국은 31년 연속 증액 (SIPRI)
동맹 네트워크 미국의 최대 비대칭 자산 NATO 및 인도·태평양 동맹망은 중국이 구조적으로 복제 불가능한 자산
에너지 강함 셰일혁명 이후 순에너지 수출국 지위 확보, AI 전력 수요와 결합해 전략적 가치 재부상
재정·정치 가장 큰 위험요인 연방부채 약 40.7조 달러, GDP 대비 126%→142%(2031년 전망)로 선진국 중 최악의 악화 경로 (Mappr, IMF 기준)
결론 ― 미국은 GUTS를 넘어섰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고 볼 만하다. 다만 '초강대국의 절대적 지배'라는 냉전적 의미에서는 아니다.
2012년 브루킹스는 미국을 상승하는 서구 진영의 핵심 국가로 규정했다. 2026년의 미국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복잡한 위치에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급 경제대국이고, 달러 체제의 중심국이며, AI 혁신의 최선두 국가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며,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제도화된 동맹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쇠퇴를 공식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지금의 미국은 패권의 '형태'를 재설계하는 국면에 가깝다. 과거의 미국이 석유+항공모함+달러라는 조합으로 세계를 이끌었다면, 21세기 중반의 미국은 AI+반도체+데이터+에너지+달러+동맹이라는 새로운 힘의 결합체(power composite)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새로운 패권 구조가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은 제조업·데이터·국가산업정책이라는 무기로 격차를 계속 좁히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부채와 정치적 양극화라는 자기잠식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AI 산업 자체도 막대한 자본과 전력을 요구한다. 2026년 미국 AI 관련 데이터센터 확장은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는 회사채 발행 급증이라는 형태로 금융시장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결국 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질문은 하나로 압축된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그 기술을 산업·군사·금융·에너지·동맹이라는 국가 인프라와 결합해 실질적 국력(hard-and-soft power fusion)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
2012년 브루킹스가 미국에서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전환 능력이었다. 그리고 2026년 현재까지 미국은 그 능력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제 미국 앞에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경쟁자가 있다. 중국이다. 그리고 이 경쟁은 더 이상 군사력만의 대결이 아니다. AI와 반도체, 제조업과 에너지, 데이터와 금융, 그리고 동맹의 다차원 경쟁이다.
그래서 미국의 미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미국은 쇠퇴하는 초강대국이라기보다, 중국의 추격을 받으면서 자신의 패권 구조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고 있는 초강대국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GUTS의 두 번째 국가가 등장한다.
독일이다.
미국이 AI·금융·군사·동맹으로 세계를 움직인다면, 독일은 산업·제조·기술·유럽 단일시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2026년 독일은 심각한 구조적 질문 앞에 서 있다. 러시아산 저가 에너지가 사라지고, 중국이 자동차 산업을 빠르게 추격하며, 미국이 산업 리쇼어링을 통해 제조업을 다시 흡수하려는 이 시대에, 독일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
주요 참고자료
Brookings Institution, 「Meet the GUTS」 (2012.5.17)
World Bank / Worldometer, GDP by Country 2025
Kitegraph, "US vs China GDP: the gap widened to a record $11.3 trillion in 2025"
StatisticsTimes, "Comparing United States and China by Economy"
IMF, Currency Composition of Official Foreign Exchange Reserves (COFER), 2026년 7월 1일
FinObservatory, Reserve-Currency Composition
BestBrokers, "US Dollar Share of Global Currency Reserves in 2026"
Stanford AI Index 2026 (The Next Web 요약)
Boston Consulting Group, "The Great Divide" (2026.6.25)
Futurum Group, "AI Capex 2026: The $690B Infrastructure Sprint"
Memeburn, "AI Global Funding Statistics 2026"
SIPRI, "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5" (2026.4)
CSIS, "China's Military in 10 Charts"
CEPR VoxEU, "China's military rise: comparative military spending in China and the US"
Mappr, "Public Debt by Country in 2026 — IMF Projections"
Qazinform, "US tops the list of the world's biggest government debtors"
China Daily, "100 trln yuan govt debt seen as controllable"
Fortune, "Forget U.S. debt, China's total borrowing is in 'a league of its own'"
Semiconductors Insight, "US China Chip Export Controls H200 2026"
Mayer Brown, "Administration Policies on Advanced AI Chips Codified"
Mitsui & Co. MGSSI, "The US–China AI Semiconductor Rivalry Enters a New Stage"
굿모닝전북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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