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중근 의사 동상(사진_자료) |
그 후 3개월이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온 천지가 탄핵 찬반의 외마디 비명 소리들로 멍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 안의 민초들은 생활고에 경제난에 찌들고 찌들어 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고 내각을 꾸리며 전 세계를 향해 트럼피즘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그가 내세운 내각, 장관들은 돌아가며 한국을 두드려 패고, 흔들고 있습니다. 아버지 없는 가정에 힘있는 국제 깡패가 쌀 내놔라 돈 내놔라 하고 있습니다.
지하에 계신 안중근 의사가 깨어나신다면 뭐라 하실까요?
의사께서 생전에 남기신 유묵 중 국가안위노심초사 (國家安危勞心焦思 : 국가의 안위를 마음으로 애쓰고 초조하게 생각한다)의 도끼같은 말씀이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구한말의 국제정세와 조선을 둘러싼 열강들의 행태가 왜 자꾸 떠오를까요? 오늘 외신에 우크라이나의 전력 공급망과 원전을 미국에 넘기라 했답니다. 구한말 철도권, 채광권 등을 빼앗아 간 열강들의 횡포가 떠 오릅니다. 역사는 돌고돈다더니 설마 우리나라에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다시 돌아올까요? 구한말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잘 알려진 ‘오늘 목 놓아 통곡하노라'가 떠 오릅니다. 민초인 필자도 국가안위 노심초사에 시일야방성대곡의 심정입니다.
이러한 국가안위가 풍전등화임에도 정치인들의 발언 수위는 목불인견에 구제불능 수준이니 국민들의 마음이 어찌 하겠습니까? 최근 정치인들의 막말과 용서할 수 없는 단어 구사들을 보면서 희망보다 절망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판사 출신 국민의힘 장동혁의원은 “헌재는 내란 몰이만 믿고 날뛰다가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 신세가 됐다”며, 헌법재판소가 황소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 신세다. 판사 출신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은 발언을 서슴치 않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결정이 나오면 개구락지 뭉게 듯 하겠다는 협박 발언이 아닐까요?
대권주자였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재명 대표는 총을 맞고도 피를 흘리며 'Fight'를 외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며 부산에서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과 너무나 유사한 행동"이라며 미국의 대통령과 한국의 제1야당 대표와 비교하며 사대주의가 베어있는 저렴한 언어, 테러를 당한 모습이 통쾌하다는 심사가 깔린 듯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면서,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重) 직무유기", "최 권한대행은 지금 이 순간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현행범"으로 "국민 누구나 체포할 수 있다"라고 말해 그동안 여당의원들이나 광장에서 쏟아진 자신에 대한 막말을 대응한 듯 한 발언으로 여당 인사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12.3 비상계엄이 민주당 탓’이라던 데서 나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테러 위협 자작극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이외에도 여야 구분없이 막말이 보가 터지 듯 광장에서, 국회에서, SNS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이 보다 더 험한 말은 국어사전에도 대영백과사전인 브리테니카에도 없는 말들이라는 생각입니다.
굳이 이러한 여론의 이반현상, 폭력이 용인되는 세상, 헌법을 무시하는 세상의 원인을 찾자면 12.3 비상계엄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뒤 헌재의 재판 장기화로 인한 사회 분열, 양 진영의 광장정치 장기화, 양당의 선동 등이 원인이라는 생각입니다. 더 이상 험해지지 않고 웃음을 되찾아 국민 모두가 집단 지성인으로서 냉철한 이성을 갖췄으면 합니다.
![]() |
이어령 ㅈㅇ관 생전 모습(사진_자료) |
백척간두의 현 상황에서 유명을 달리한 이어령 전 장관의 기도문이 생각납니다. 너무 간절한 대한민국의 통합과 민주주의가 온전한 나라, 국민의 인권이 살아있는 나라, 화합, 평화, 인화가 이루어진 나라가 되길 기원합니다. 이러한 시국을 미리 예견하 듯 그린 이어령의 장관의 기도문 [하나님? 우리 조국을 구원하소서!]를 소개합니다.
![]() |
나라를 위한 기도(사진_자료) |
하나님! 우리 조국을 구원하소서!
이어령
당신은 이 나라를 사랑합니까?
반만년 역사와 전통의 한국은
참으로 못난 조선이 외세에 넘겨
고통과 기아와 질곡의 삶만 물려 준
매마르고 척박한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괄목하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이 찬란한 나라
홍익인간 세상의 위대한 나라가
목전에 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뿔사!
어쩌다가 지금 또다시
백척간두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어쩌다가 천지사방이
헤지고 구멍이 나고
비가 새어 무너져 가는...
고칠 곳이 너무나 많은
불행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선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제발 버리지 마시고
절망으로부터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의·식·주
걱정이 끝나는 날이 바로 눈 앞인데
여기서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이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5,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을까요?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져도
시장경제 지붕에 구멍 하나 더 생겨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 때는 천인단애의 나락입니다.
非常 때는 비상(飛翔)해야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 팍팍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들은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주소서.
그들을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헐벗은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게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주소서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옵소서.
소리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오 정연히 대열을 이끌어 가는
저 따스한 기러기들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그래서 이 나라를 사랑하게 하소서!
[모셔온 글]
[이어령 약력]
- 1934. 충남 아산 출생
- 2남 1녀
-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사
- 단국대대학원 국어국문학박사
- 세계화추진위원
- 문화부 장관
오운석 기자 Iinfo1122@naver.com
따뜻한 뉴스 행복한 만남 굿모닝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