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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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풍천장어생산자협회, 뱀장어 자원회복 위한 어린뱀장어 6만마리 방류(고창군 제공) |
전북특별자치도 고창의 풍천장어 생산자들이 ‘우리 손으로 우리가 지킨다’는 결연한 의지로 뱀장어 자원 회복을 위한 방류행사에 나섰다. 국내 내수면 어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뱀장어 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고창지역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보존운동에 나서며 귀감이 되고 있다.
풍천장어생산자협회(대표 유삼경)는 지난 7일 오전, 고창군 부안면 용선교 일원에서 실뱀장어 치어 약 6만 마리를 방류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류행사는 단순한 생태복원 차원을 넘어, 향후 ‘CITES’ 등재 여부를 앞두고 내수면 어업의 존폐 위기에 선 뱀장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날 현장에는 풍천장어생산자협회 회원 40여 명을 비롯해 전북특별자치도 기술연구소, 고창군 해양수산과, 고창수협, 고창군 어촌계협의회 등 지역 수산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해 방류를 지원했다.
“뱀장어는 산업이자 생태 자산…지금이 마지막 기회”
풍천장어로 유명한 고창은 국내 뱀장어 소비량의 상당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풍천장어의 고장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생산자들은 그 책임 또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삼경 풍천장어생산자협회 대표는 “우리 지역과 산업을 지키는 일은 행정이나 국제기구가 아니라 결국 현장에 있는 우리 어민들의 몫”이라며 “이번 방류는 단순히 장어를 놓아주는 행위가 아니라, 뱀장어 자원의 순환구조를 회복하겠다는 어민들의 의지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창의 풍천장어 브랜드를 지켜내기 위해 앞으로도 연례적인 방류를 추진하고, 장기적인 자원관리 체계 구축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방류행사가 보여주듯, 지속가능한 어업의 해답은 바로 생산자들의 자발적 참여에 있다”며 “이런 실천이 모여 결국은 국제적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ITES 등재 논의 임박…국내 뱀장어 산업 '경고등'
이번 방류의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뱀장어 규제 움직임이라는 구조적인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뱀장어는 이미 지난 2014년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었으며, 2025년 11월에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등재 여부가 다시 논의된다.
전문가들은 뱀장어가 실제 CITES 부속서에 등재될 경우, 국제 교역 제한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사용되는 실뱀장어의 수입과 유통에 큰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뱀장어 양식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내 뱀장어 양식업은 약 5140억원(2024년 기준)의 소득을 창출하며, 이는 내수면 어업 전체 생산금액의 74%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비중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의 실뱀장어는 중국, 대만 등지에서 수입되거나, 국내 하천에서 포획된다. 결국 자원 고갈이 심화되거나 국제 규제로 실뱀장어 수입이 제한될 경우, 업계 전반이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류의 상징성과 긴급성은 결코 작지 않다.
“실뱀장어는 우리 강으로 돌아온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성장한 뒤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가는 ‘강하성 어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학계에 따르면, 이들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마리아나 해역 부근에서 산란을 마치고, 해류를 따라 다시 한반도 연안으로 유입된다. 우리나라 어민들은 매년 봄철, 이 회유성 실뱀장어를 포획하여 양식에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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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풍천장어생산자협회, 뱀장어 자원회복 위한 어린뱀장어 6만마리 방류(고창군 제공) |
고창군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단발적인 방류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방류 체계가 병행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향후 지자체와 생산자, 연구기관이 협력해 표준화된 방류기준과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고창, 풍천장어 고장서 ‘자원관리 선진지’로
고창군은 지리적으로 서해와 내륙이 만나는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춘 곳으로, 풍천장어라는 고유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산업 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섬진강 유역에서 형성되는 독특한 기후와 수질 조건은 장어 생육에 최적의 환경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생산을 넘어, 장어 축제, 체험관광, 가공식품 개발 등 6차 산업화로 이어지는 시도도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자원관리와 생태복원까지 병행한다면 고창군은 전국 내수면 어업의 선도지자체로서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창군 어촌계협의회 관계자는 “우리 어업의 생존은 결국 자원에서 비롯된다”며 “이번 방류는 어촌공동체가 스스로의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단지 고창의 문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전북 전체, 나아가 전국 내수면 어업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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