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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설명회 무산, 주민 분노 폭발” –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시행령 ‘일방통행’에 고창 민심 들끓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5/08/07 16:31
산업부 주최 설명회 시작도 못해… 고창군민, 주민 동의권·지원 범위 문제 제기하며 전면 재논의 촉구
“정부는 주민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는가”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시행령, 고창에서 제동 걸리다

사진 - 고준위특별법 시행령 제정안 설명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조규철위원장(고창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정부가 밀어붙이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전북특별자치도 고창에서 뼈아픈 제동을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제정안 설명회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설명회는 지난 6일 오후 고창군 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행사 시작 전부터 지역주민 250여 명이 모여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강한 문제제기를 쏟아냈다. 결국 정부 측은 설명회를 제대로 열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 자리에서 고창군민들은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은 주민을 배제한 졸속행정"이라며 "국가의 일방적인 추진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안 자체가 주민 무시'… 주민 동의권·지원범위 핵심 쟁점 부상
정부가 입법예고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하 ‘시행령’)은 오는 8월 11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창에서의 반발은 단순한 설명회 거부가 아니라, 법령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실질적 저항이다.

시행령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 설치 절차, 주변지역 정의 및 지원 범위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저장시설 설치 시 주민 동의권 부재 ▲주변지역 범위를 불합리하게 5km로 한정한 점 ▲원전 밀집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범위 설정 ▲시설 미건설 시(2050~2060년 미착공 시) 대응 방안의 부재 등을 핵심 문제로 들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설명회라지만 사실상 정부의 일방적 통보 수준”이라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고준위 방폐물 정책에 고창군민의 의견은 어디에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창군민의 집단행동… 설명회 무산은 ‘예고된 결과’
이번 설명회는 단순한 주민 간담회가 아니었다. 지난 7월 24일, 고창군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원회(위원장 조규철, 이하 ‘범대위’)는 영광 한빛원전 앞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고 시행령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8월 4일에는 세종정부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피켓 시위와 면담을 진행하는 등, 고창군민은 지난 수주간 정부에 ‘경고’를 보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방적인 설명회 개최로 맞섰고, 그 결과가 바로 설명회 무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범대위 조규철 위원장은 이날 현장에서 “이 시행령은 지역주민의 권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며 “주민의 동의 없이는 어떤 시설도, 어떤 정책도 이 땅에 내려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30km까지 확대하라'… 과학 아닌 현실 반영 요구 쏟아져
현재 시행령은 방폐물 시설 설치 시 주변지역을 반경 5km로 한정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해당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빛원전의 특수성 지진 취약지대, 주변 농어촌 거주민 비중, 영광과 고창에 걸친 공동 위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크다.

조규철 위원장을 비롯한 범대위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 피해를 입는 반경은 30km 이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지금의 법안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타협에 기반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산업부는 진정성 있게 나서라’… 주민과의 대화 없인 진척 불가
고창군의 요구는 분명하다. 주민 동의권 보장, 지원 범위의 현실적 확대, 부지선정 및 절차의 투명화, 장기 미이행에 대한 정부 책임 명시 등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법령은 결국 실행력을 가질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시행령은 아직 입법예고 중이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명회를 무산시킨 민심의 실체를 외면한 채 단순한 행정 절차로 치부한다면, 고창군민의 저항은 더욱 강도 높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고창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주민 배제한 에너지정책’ 전면 재검토 촉구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역 갈등이 아니다. 원전 정책에 있어 ‘지역은 얼마만큼 발언권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근본적인 질문이자 도전이다.

고창군은 현재 한빛원전과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위치에 있으면서도, 원전 운영의 책임은 오롯이 주민에게 전가되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방폐장 후보지로도 거론되어 왔음에도, 정부는 고창의 요구를 수렴하기는커녕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범대위는 정부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일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들은 요구한다. “이제는 서울과 세종이 아니라, 고창에서 정책이 시작돼야 한다”고.

한빛원전이라는 국가적 위험시설을 이웃에 두고 살아가는 고창군민들에게, 이번 시행령은 단순한 입법절차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제 정부는 주민의 분노를 민심의 외침으로 듣고, 진정성 있게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때다. 더는 밀어붙이기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고창군민은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정부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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