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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 ] 남의 직인이 찍힌 조합 공문, ‘실수’라는 말로 덮지 말라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10/25 12:18 수정 2026.10.25 12:26

타 조합 직인이 어떻게 우리 조합 직인으로??(사진_ai이미지제작)

[사 설]

 

남의 직인(職印)이 찍힌 조합 공문, ‘실수’라는 말로 덮지 말라

 전주 감나무골 재개발조합이 대의원회의 통보와 선거관리위원 입후보 공고에 다른 조합의 직인으로 보이는 도장을 찍어 발송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북제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공문은 10월 7일 자로, 효자주공 조합이 2016년 사용한 직인과 일치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효자주공 측은 직인이 외부로 반출된 적이 없다고 밝혔고, 감나무골 조합 측의 명확한 해명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보도와 당사자 주장이다. 직인 무단 사용이나 문서 위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일을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할 수는 없다. 조합 공문은 회의 소집과 선거 절차, 조합원 권리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공식 문서다. 그 문서에 왜 타 조합의 직인이 찍혔는지, 누가 직인을 확보하고 날인했는지, 조합장 직무대행에게 해당 공문을 발송할 권한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직인의 실물과 문서 원본, 보관·반출 기록, 공문 작성과 발송 경로를 확인하기 전에는 누구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비슷한 유형의 조합 직인 문제가 실제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대전 도안에듀타운 조합 사건에서는 조합 직인이 업무대행사 사무실에 보관된 경위와 사용 권한 등이 형사재판의 쟁점으로 보도됐다. 부산의 한 재개발조합에서는 해임된 전 조합장이 조합장 직인을 사용해 계약을 체결하고 돈을 챙긴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감나무골 사안과 세부 사실은 다르지만, 조합 직인의 관리와 사용 권한을 허술하게 다루면 조합 운영의 신뢰와 조합원 재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법원도 직인이 정당하게 날인된 경우라도 권한을 넘거나 명의자의 의사에 반해 문서를 작성하면 사문서위조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물론 이 판례만으로 감나무골 사건의 범죄 성립을 단정할 수는 없다. 직인을 누가 관리했는지, 사용을 허락한 사람이 있는지, 작성된 문서가 조합의 의사와 권한에 따라 만들어졌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바로 그 사실관계를 수사로 밝혀야 하는 이유다.

경찰은 고소 여부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도된 문서의 원본과 직인 실물, 직인 관리 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신속히 확인해야 한다. 직인 확보·날인·공문 발송에 누가 관여했는지, 회의 소집과 선거관리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살펴야 한다.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하고, 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그 또한 근거와 함께 분명히 밝혀 불필요한 의혹을 끝내야 한다.

전주시 등 감독기관도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조합장 해임 이후 대표권과 직무대행 권한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문제의 공문과 회의 절차가 정관과 관련 규정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관련 문서와 전산 기록이 훼손되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을 요구하고, 조합원들이 회의·선거·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 공개를 지도해야 한다. 법적 권한의 범위 안에서 공사와 준공, 입주 절차에 미칠 위험도 점검해야 한다.

감나무골 사업은 집행부 해임과 사업비 갈등 속에서 준공과 입주를 앞두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미 분담금과 사업 지연 가능성에 불안을 겪고 있다. 이때 공식 공문에 다른 조합의 직인이 찍혔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는데도 경위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조합원들이 누구의 결정과 문서를 믿어야 하겠는가.

직인 한 번이 곧 범죄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 직인이 왜 그 문서에 찍혔는지를 밝히지 않은 채 넘어가도 된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경찰의 엄정한 실체 확인과 감독기관의 즉각적인 점검으로 의혹을 가리고, 조합원 피해가 커지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침묵과 시간 끌기가 의혹을 키우고 조합원의 손실을 불러온다면, 책임은 직인을 찍은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진상 규명을 미룬 조합과 감독기관에도 돌아갈 것이다.

 

 

오운석 기자, 굿모닝전북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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