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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별기획] 고향을 잇는 건강한 기부, 진안과 부안이 보여준 '지방 상생의 길'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입력 2025/07/01 11:59 수정 2025.07.01 12:16
고향사랑기부제로 이어진 진안·부안 보건소의 손 맞잡기… 공공보건 협력 모델로 주목

사진 - 부안군, 진안군 보건소 고향사랑 기부금 전달식(부안군 제공)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의 두 자치단체, 진안군과 부안군이 행정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지난 6월 30일, 부안군청 군수실에서 양 지자체 보건소 간의 고향사랑기부제 교차 기탁식이 열렸다. 단순한 기부행사를 넘어, 자발적 상호 지원과 상생의 의지를 담은 이 만남은 지역 간 연대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이날 기탁식에서는 진안군 보건소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200만 원이 부안군에 전달되었다. "고향사랑e음" 포털을 통한 투명한 절차로 이루어진 이 기부는 제도 본연의 취지를 충실히 구현한 사례로, 타 지자체 공공기관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 "기부가 아니라 연대입니다"… 공공보건기관이 만든 따뜻한 상생
기탁식이 열린 부안군청 군수실에는 훈훈한 공감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문민수 진안군 보건소장"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의 작은 정성이 지역 간 건강복지의 다리를 놓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기부가 아니라 연대의 표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건소는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최전선 기관이며, 이러한 기부가 단순히 물질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행정 간 협력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공공기관 스스로가 고향사랑기부제에 앞장서는 것은 제도의 정착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익현 부안군수" 또한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진안군 보건소의 따뜻한 기부는 단지 금액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타지역 공공기관이 우리 지역을 응원해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부안군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며 “이 기부금은 반드시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가치 있게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 '고향사랑기부제'… 제도는 시작되었지만, 참여는 여전히 과제
고향사랑기부제는 2023년 1월부터 시행된 제도로, 개인이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연간 최대 500만 원까지 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세액공제(10만 원까지 전액, 초과분 16.5%)와 지역 특산품 등의 답례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도의 도입 목적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재정 보강, 그리고 기부를 통한 지역에 대한 관심 제고에 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제도 참여율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번 진안군 보건소의 자발적 기부는 이 같은 회의론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공공기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지역 간 상생과 협력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제도 본래의 취지를 실천한 드문 사례다.

행정안전부 고향사랑기부제 운영과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한 전국 기부금 총액은 약 1,58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전북특별자치도 지역은 약 120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역 간 편차는 여전하고, 기부자 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 협력은 건강에서 시작된다… 진안·부안 보건소, 공동사업 추진도 논의
진안과 부안은 단순히 기부를 주고받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이날 기탁식에서는 두 보건소가 향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보건복지 사업에 대한 실무 협의도 함께 진행되었다. 특히 농촌 고령화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이 주요 아젠다로 떠올랐다.

양 기관은 2026년까지 치매 예방과 재활사업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지역 간 의료인력 교류, 감염병 공동 대응 체계 구축 등을 논의 중이다. 또한 여성건강증진 프로그램, 정신건강 캠페인, 청소년 대상 약물 오남용 예방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진안군 보건소 관계자는 “두 지역 모두 고령화율이 높고, 농촌 중심의 보건 수요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협력할 부분이 무궁무진하다”며 “교류가 형식적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설계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부안군 보건소 측도 “진안의 공공의료 대응 노하우는 부안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향후 분기별 실무 협의체 구성을 통해 실질적 협력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고향에 닿는 따뜻한 마음… 공공기관 참여 확산 계기될까
진안과 부안의 상호 기부는 공공기관 내부 문화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일로 받아들이는 것", 바로 그 출발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보건소 직원은 “보건소 업무가 힘들고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을 위한 일이라는 자긍심이 오늘처럼 보람차게 다가온 날은 드물었다”며 “이런 방식의 상생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 관계자도 “이번 사례는 단지 두 지자체 간의 협력 그 이상이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실제 생활 속에서 작동하고, 공공기관 구성원이 스스로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이 같은 모범 사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작지만 큰 변화, '지방이 지방을 돕다'
진안군과 부안군의 이번 교차 기탁은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제도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였다. ‘고향을 응원하는 기부’가 ‘행정의 연대’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사례는, 지역 소멸 위기 시대에 지방이 스스로 살길을 찾는 창조적 해법이라 할 만하다.

행정기관의 진정성 있는 참여,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를 지향하는 실천이야말로 이 제도를 성공으로 이끄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단순한 기부 이상의 의미를 담은 이 손길이, 향후 더 많은 지역으로 퍼져가길 기대한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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