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의 사법처리, 대통령도 왕도 아니다(사진_AI 이미지)
[전북교육 30년 탐사보도] 《전북교육 30년, 무엇이 무너졌나》 2부|교육감은 왜 법정에 섰나
최규호·김승환·서거석, 판결문이 남긴 기록
프롤로그 — 교육감의 말보다 판결문을 먼저 본다
교육감은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수많은 학생과 교직원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막대한 교육예산을 집행하며, 교육청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끈다. 그래서 교육감에게는 다른 어떤 선출직보다 높은 도덕성과 법적 책임이 요구된다. 그러나 역대 교육감의 공과를 평가할 때 정치적 진영이나 개인적 호불호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번 2부는 법원의 기록을 기준으로 삼는다. 누가 무엇을 주장했는지가 아니라, 검찰이 무엇을 기소했는지, 1심 법원이 어떻게 판단했는지, 항소심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무엇을 확정했는지를 살펴본다.
여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하나 있다. 기소된 사실과 유죄로 확정된 사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1심 무죄가 2심에서 유죄가 될 수도 있고, 항소심의 판단이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 다룰 세 사건 모두 1심과 2심의 결론이 갈렸다. 그래서 이번 탐사에서는 세 교육감의 사건을 판결의 시간순서대로, 무엇이 왜 뒤집혔는지까지 그대로 들여다본다.
본지는 이 대목에서 먼저 자문한다.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최규호 전 교육감은 8년 넘게, 서거석 전 교육감은 2년 넘게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전북의 언론과 도민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 의혹은 의혹으로만 떠돌았고, 교육행정은 그 사이에도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기대어서만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과 견제기구의 역할이 한 박자씩 늦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교육감을 법정에 세운 것은 개인의 일탈이었는가, 아니면 교육감에게 집중된 권한의 구조적 문제였는가.
최규호—교육감의 권한과 금품수수의 경계가 무너졌을 때
"교육감 재직 중 3억원 뇌물." 최규호 전 전북교육감 사건은 세 사건 가운데 가장 무거운 형사사건이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전북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이 9홀에서 18홀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도교육청 소유였던 김제자영고 실습장 부지를 골프장 측이 매입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세 차례에 걸쳐 3억원을 받았다. 수사가 시작되자 그는 2010년 9월 잠적해 8년 2개월간 제3자 명의로 은신 생활을 하다가 2018년 11월 인천에서 검거됐다.
대법원은 2019년 10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사건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최 전 교육감이 전북교육감으로 재직하던 중 골프장업자로부터 직무와 관련해 3억원을 교부받은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0년·추징금 3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청렴해야 할 전북교육청 수장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 채 뇌물을 받고도 책임지기는커녕 장기간 도주해 또 다른 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형량만이 아니다. 교육감이라는 직위와 금품수수 사이의 관계다. 교육감은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다.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면 그것은 개인의 금품수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교육행정의 공정성과 공직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판결문이 확인한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언론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규호 교육감에게 이런 의혹이 있었다"와 "법원이 이런 사실을 유죄로 확정했다"는 전혀 다른 표현이다. 최규호 사건은 후자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의 유죄 판단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번 탐사에서는 사건을 정치적 수사로 확대하기보다,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사실과 법원의 판단 이유를 정확히 복원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 당시 교육청 내부의 견제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 교육감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인가. 주변에서 제동을 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제도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을 감시할 장치가 애초에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8년이라는 도피 기간 동안 교육행정 조직 안에서 이 사안에 대한 자체적인 반성이나 재발 방지 논의가 얼마나 있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이 질문은 9부에서 다시 다룬다.
김승환—교육철학과 법적 의무가 충돌했을 때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지침, 감사자료 제출 거부."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사건은 최규호 사건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뇌물수수 사건이 아니다. 핵심은 교육정책에 대한 판단과 법적 의무가 충돌한 사건이었다. 교육부는 2012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지침을 도입했다. 김 전 교육감은 이 지침이 학생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반대 입장을 취했고, 이 과정에서 교육부가 요구한 관련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무죄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달리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2017년 11월 대법원은 김 전 교육감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의 벌금 700만원을 확정했다.
왜 1심은 무죄였고, 2심은 유죄였나
이 대목이 이번 탐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1심은 김 전 교육감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점과, 그에게 직권남용의 인식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달랐다. 김 전 교육감의 지시가 감사자료 제출 의무가 있는 공무원과 학교장에게 관련 규정을 위반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김 전 교육감이 교육행정을 총괄·집행해야 하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관련 지침을 위헌이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도록 지시한 것이 위법하다고 본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정책적 신념과 법적 정당성은 별개다
김승환 전 교육감의 사건을 단순히 "교육감이 법을 어겼다"라고만 평가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당시 김 전 교육감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가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항소심 재판부도 김 전 교육감이 학생 인권 침해를 우려해 해당 지시에 이른 사정을 양형 과정에서 고려했다.
그러나 정책적 신념이 있었다는 것과, 그 신념을 실행하는 방식이 법적으로 정당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신념이 정당하다고 해서 그 신념을 관철하는 모든 수단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원칙은 김승환 전 교육감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중앙정부와 다른 견해를 가진 모든 교육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 사건이 전북교육에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더욱 복잡하다. 교육감은 법률과 정부 지침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교육철학에 따라 중앙정부의 정책에 저항할 수 있는가. 저항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가능한가. 그리고 그 경계를 누가, 어떤 절차로 판단해야 하는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이 경계에 대한 논의가 교육청 내부, 도의회, 시민사회 어디에서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반성의 대상이다.
서거석 — 선거의 말이 법정의 판단으로 이어졌을 때
서거석 전 교육감 사건은 앞선 두 사건과 또 다르다. 핵심은 교육행정 과정의 범죄가 아니라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의 허위사실 공표였다. 사건의 뿌리는 2013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북대 총장이던 서거석 전 교육감이 전주 시내 한 한식당에서 '총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며 이귀재 교수의 뺨을 때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의혹은 9년 가까이 수면 아래 있다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상대 후보였던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 훗날 2026년 전북교육감에 당선된 바로 그 인물이다 — 가 이 의혹을 제기했고, 서 전 교육감은 TV 토론회와 SNS를 통해 "동료 교수를 폭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이후 서 전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공직선거법 준용)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법원(전주지법)은 2023년 8월 서 전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에 관한 증명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는 2025년 1월 21일, "여러 객관적 간접사실과 정황을 종합하면 쌍방 폭행이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며, 서 전 교육감이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SNS에 허위 글을 게시했다고 보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2025년 6월 26일, 대법원 2부는 검사와 피고인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벌금 500만원을 확정했다.
그 결과 서거석 전 교육감은 즉시 교육감직을 잃었다. 교육자치법은 교육감 선거에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고 있어, 당선과 관련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그는 앞으로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법원이 인정한 범위는 어디까지였나
여기서도 매우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항소심은 모든 공소사실을 동일하게 유죄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TV 등 토론회에서 이뤄지는 즉흥적 질의응답은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인용해 토론회 발언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선거 이후 자신의 SNS에 스스로의 의지로 작성해 게시한 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숙고할 시간이 있었던 발언이라는 점에서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 차이를 정확히 기록하는 것이 이번 탐사의 원칙이다. "서거석이 거짓말했다"는 한 문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발언이 문제가 됐고, 어떤 부분은 무죄였으며, 어떤 부분이 최종적으로 유죄로 확정됐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아울러 본지는 이 사건이 갖는 또 하나의 함의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이 법정에서 다뤄질 수 있었던 것은 상대 후보의 선거 캠프가 의혹을 제기하고 고발했기 때문이다. 즉 이번에는 감사기구도, 언론도 아니라 '선거 경쟁'이라는 정치적 장치가 사실상의 유일한 견제 기능을 수행한 셈이다. 이는 다행이라기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교육감의 도덕성과 자격 검증이 상시적인 감시·검증 체계가 아니라 4년에 한 번, 그것도 경쟁 후보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존해서만 작동한다면, 그 사이의 3년 11개월은 누가 책임지는가.
세 판결을 한 장으로 겹쳐보면
최규호 사건은 금품과 직무의 문제였다. 김승환 사건은 교육철학과 법적 의무의 충돌이었다. 서거석 사건은 선거에서의 발언과 유권자의 판단에 관한 문제였다. 세 사건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세 사람을 하나의 잣대로 묶어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세 사건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교육감이라는 막강한 공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세 번 모두 법정에서야 비로소 그 권한의 경계를 확인받았다는 사실이다.
세 판결이 우리에게 던지는 더 큰 질문
여기서 탐사보도의 방향이 바뀐다. "누가 잘못했는가"에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다. 교육감 개인의 도덕성 문제인가. 선거제도의 문제인가. 교육감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구조의 문제인가. 교육청 내부의 견제장치가 약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행정적 통제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가.
교육감은 대통령도, 왕도 아니다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선출직이지만 법 위에 있는 존재는 아니다. 교육감의 정책적 신념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법적 의무와 충돌한다면 그 경계를 따져야 한다. 교육감의 선거운동 역시 표현의 자유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 교육감의 직무 역시 개인의 재량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결국 교육감에게 필요한 것은 권한보다 더 강한 책임이다. 그리고 책임을 실질적으로 묻기 위해서는 견제와 감시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판결문이 말하지 않은 것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 법원은 각각의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특정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하지만 판결문이 전북교육 30년 전체를 평가해 주지는 않는다. 판결문만으로 교육청의 인사문화가 어땠는지, 예산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특정 업체가 반복적으로 계약을 따냈는지, 교사들이 교육감의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학생들의 학력이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판결문은, 이 세 건의 사건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왜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그 시간 동안 침묵했던 이들이 누구였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 침묵의 책임을 묻는 일은 이제 본지의 몫이다.
그래서 2부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판결문에서 확인된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다음 편부터는 교육청의 구조를 들여다본다.
판결문 다음에는 인사기록이 기다리고 있다. 교육감에게 가장 강력한 권한 가운데 하나가 인사권이다. 누구를 주요 보직에 앉혔는가. 누가 승진했는가. 누가 요직에서 밀려났는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인사라인은 어떻게 움직였는가. 그리고 인사권은 실제로 교육행정의 성과를 높이는 데 사용됐는가, 아니면 조직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는가.
이제 질문은 법정에서 교육청 내부로 이동한다.
〈3부 예고 ― 교수 출신 교육감의 시대〉
학문적 권위와 교육행정 능력은 같은 것인가. 교수 출신 교육감 시대가 전북교육에 남긴 성과와 한계를 검증한다.
굿모닝전북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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