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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전북신문 9.15 창간특집] 10부 『조작사회』 - 인간은 왜 조작하는가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8/21 13:09 수정 2026.08.21 13:26
― 욕망, 공포, 권력 그리고 생존

인간은 왜 조작하는가?(사진_AI이미지 제작)

[굿모닝전북신문 9.15 창간특집] 10부 『조작사회』 - 인간은 왜 조작하는가

"조작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프롤로그
정치인은 왜 여론을 조작하는가.
기업은 왜 숫자를 포장하는가.
금융은 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가.
수사는 왜 때때로 자신의 가설에 맞는 증거를 찾는가.
언론은 왜 특정한 프레임을 선택하는가.
국가는 왜 자신에게 유리한 현실을 설명하는가.
학자는 왜 자신의 이론을 지키려 하는가.
AI는 왜 인간이 원하는 현실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되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조작의 현장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도대체 인간은 왜 조작하는가?" 

돈 때문인가. 권력 때문인가. 명예 때문인가. 살아남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인간의 뇌 자체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인가.

인간은 처음부터 거짓말을 했을까
조작의 역사는 문명의 역사보다 오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동물에게서도 위장과 기만에 가까운 행동이 관찰된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위장, 경쟁자를 속이는 행동, 먹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 그렇다면 인간의 조작도 어쩌면 생존과 경쟁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다만 인간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언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히 행동을 속이는 것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다.

거짓말은 생존의 기술이었는가
원시사회에서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능력은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사냥감의 위치를 숨기고, 경쟁자에게 자신의 의도를 감추고, 위험을 과장하거나 축소하고, 동료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 이 모든 행동에는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한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가 모른다. 그 순간 정보는 힘이 된다. 그리고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 힘을 사용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뇌는 진실보다 생존을 먼저 선택한다
인간의 뇌가 항상 객관적인 진실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더 중요한 것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판단이었다.

숲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그것이 바람인지 맹수인지 확실하지 않다. "맹수일지도 모른다." 라고 판단하고 피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으니 확인해보자." 라고 접근하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했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인지에는 오류를 감수하면서라도 빠르게 판단하려는 경향이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현대사회에서는 그 본능이 가짜뉴스, 정치선전, 금융투자, 온라인 여론, AI 콘텐츠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확증편향 ― 인간은 진실보다 자신이 믿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반대되는 정보는 불편하게 느낀다. 그래서 같은 뉴스를 보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믿는 정보만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해서 소비한다. 그러면 믿음이 증거를 선택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조작의 중요한 토양이다. 조작자는 사람에게 전혀 믿지 않을 이야기를 강요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미 믿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더 강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공포 ― 가장 강력한 조작의 감정
사람은 공포를 느끼면 판단이 달라진다. 전쟁, 테러, 범죄, 질병, 경제위기, 실업, 주택가격, 주가폭락. 공포는 사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만든다. "누가 우리를 위협하는가?" 라는 질문이 생긴다. 그리고 조작자는 그 질문에 적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답할 수 있다. 역사에서 수많은 선전이 공포를 활용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노 ―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감정
공포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한다면, 분노는 사람을 움직인다. 정치적 선동이 분노를 자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신이 손해 본 이유는 저 사람 때문이다." "당신이 가난한 것은 저 집단 때문이다."
"당신의 권리를 빼앗은 것은 저들이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하나의 적으로 설명하면 사람은 이해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복잡한 원인을 하나의 적에게 돌리는 순간 조작이 시작될 가능성이 커진다.

인간은 왜 집단에 속하려 하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살아남기보다 집단에 속하는 것이
오랫동안 생존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인간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한다. 우리 편의 실수는 이해하려 하고, 상대편의 실수는 비난한다. 우리 편의 거짓말은 전략이라고 부르고, 상대편의 거짓말은 조작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집단편향의 위험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정치, 종교, 지역, 국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집단에서 나타날 수 있다.

권력 ― 사람은 왜 더 많은 권력을 원하는가
권력은 단순히 돈을 많이 가지는 것과 다르다. 권력은 다른 사람의 행동과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정보에 접근하기 쉽고, 자원을 통제하며,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권력은 자기 자신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권력 →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자원 → 더 많은 영향력 → 다시 더 많은 권력. 이것이 권력의 자기증폭 구조다. 조작은 이 과정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자기기만 ― 가장 위험한 조작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조작자는 남을 속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더 깊은 차원의 문제가 있다. 자기기만(Self-deception)이다. 사람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스스로에게조차 감추기도 한다. 사업이 실패했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판단을 했는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라고 설명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기억한다. 이것은 인간의 심리적 방어와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조작학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 등장한다. "남을 속이는 사람과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어디에서 갈라지는가?“

인지부조화 ― 인간은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바꾼다
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믿음이 충돌할 때 심리적 불편함을 느낀다.
이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라고 믿는 사람이 큰 실수를 했다면 두 가지 선택이 있다.
① 내가 잘못했다. 또는 ② 내가 잘못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많은 경우 사람은 두 번째 설명을 찾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자아상을 지키는 것이 심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자신의 믿음을 보호할 수 있다.

사기꾼과 피해자는 어떻게 만나는가
사기 사건을 보면 사기꾼만 연구해서는 부족하다. 왜 피해자가 그 말을 믿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사기에는 흔히 욕망 + 신뢰 + 긴급성 + 정보 비대칭이 결합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당신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 결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된다.“

이런 메시지는 사람의 판단을 압박한다. 따라서 범죄심리학에서 중요한 질문은 "왜 저 사람은 속였는가?" 뿐만 아니라 "왜 그 상황에서 피해자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는가?"이다.

조작자는 반드시 악인인가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조작에는 고의적인 범죄적 조작도 있지만, 무의식적인 조작도 있다. 부모가 자녀를 설득하고, 교사가 학생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정치인이 유권자를 설득하고,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한다. 이 모든 것이 조작인가? 아니다. 따라서 조작학에서는 설득(Persuasion)과 조작(Manipulation)을 구별해야 한다.

핵심은 상대방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는가, 아니면 정보를 왜곡하거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해 판단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가에 있다.

조작의 다섯 가지 얼굴 – 이론적 해부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조작은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형태는 커뮤니케이션학·심리학의 검증된 이론들과 정확히 대응된다. 각 항목을 학술적 틀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정보 조작 — 의제설정과 게이트키핑
정보 조작의 핵심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는가"를 결정하는 권한 자체이다. 놈 촘스키가 정리한 미디어 조작 전략 중 다수가 여기 해당하는데, 특히 "대중의 주의를 중요한 문제에서 사소한 문제로 분산시키고 무관한 정보의 홍수로 압도한다"는 전략, 그리고 "대중을 무지 상태에 묶어두어 조작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단 자체를 박탈한다"는 전략이 대표적이다(Chomsky, Ten Strategies for Manipulation). 언론학에서는 이를 게이트키핑(무엇을 뉴스로 선택하는가)과 의제설정(무엇을 중요하게 부각하는가)의 결합으로 설명하며, 사실 자체를 조작하지 않고도 노출 빈도와 배치만으로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② 감정 조작 — 이성적 판단의 단락(短絡)
촘스키는 이를 "이성적 판단을 단락시키는 감정적 학대"로 규정하며, 분노나 공포 같은 감정적 충동이 비판적 인식을 대체하면 무의식에 직접 접근하는 통로가 열려 이후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쉬워진다고 지적한다(Chomsky, 위 출처). 이는 인지심리학의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과도 맞물린다 — 위협·공포 자극은 정교한 숙고 없이 즉각적 반응을 끌어내므로, 조작자에게는 가장 효율이 높은 지렛대가 된다.

③ 관계 조작 — 소속 욕구와 신뢰의 무기화
수전 피스크(Susan Fiske)의 5대 핵심 사회적 동기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소속(belonging)"과 "신뢰(trusting)" 욕구를 지니며, 내집단 타인에게는 기본적으로 선의를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Fiske, Motivated Social Perception). 바우마이스터와 리어리의 "소속 욕구" 이론은 이 애착 형성 욕구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동기 중 하나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Baumeister & Leary, PubMed). 관계 조작은 바로 이 회로를 이용한다 — 신뢰를 먼저 구축(러브바밍, 동질감 형성)한 뒤 그 신뢰를 지렛대로 삼아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프렌치·레이븐의 권력 이론에서 말하는 "준거적 권력(referent power, 매력·존경에서 나오는 영향력)"이 이 과정의 이론적 기반이다(French & Raven's bases of power).

④ 현실 조작 — 프레이밍의 4대 기능
로버트 엔트만(Robert Entman)의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프레이밍이란 "인지된 현실의 특정 측면을 선택해 부각시킴으로써 특정한 문제 정의, 원인 해석, 도덕적 평가, 해결책을 촉진하는 것"이다(Entman, Journal of Communication 1993). 즉 프레임은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을 진단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해법을 제시하는 네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무엇을 "포함"하는가보다 무엇을 "생략"하는가가 더 강력한 조작 도구가 될 수 있다. 엔트만이 예로 든 냉전 프레임 — 같은 사건도 "누구를 침략자로, 누구를 방어자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정책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사례가 바로 현실 조작의 전형이다.

⑤ 자기 조작 — 가장 위험한 마지막 얼굴
이 항목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명확한 이론적 근거가 있다. 지바 쿤다(Ziva Kunda)의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 이론은 사람이 원하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편향된 방식으로 기억을 탐색하고 증거를 구성하면서도, 자신의 추론이 편향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객관성의 착각(illusion of objectivity)"에 빠진다는 것을 보여준다(Kunda, Psychological Bulletin 1990). 다시 말해 자기 조작은 남을 속이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먼저 속이는 심리 과정이며, 그 결과 조작자 본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이 "가장 진실하게" 타인을 설득하게 된다. 이것이 나머지 네 가지 조작을 심리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토대이기 때문에 가장 근본적인 형태로 꼽힌다 — 정보·감정·관계·현실 조작은 모두 "의도적 기만"이라는 도덕적 부담을 지지만, 자기 조작이 선행되면 그 부담 자체가 사라진다.

인간은 조작당하기 전에 스스로 조작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만든다. 자신의 실패를 합리화하고,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을 옹호한다. 이것은 항상 악의적인 행동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한 심리적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과 현실과 믿음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조작학의 가장 깊은 연구 대상은 타인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다.

조작사회는 조작자만의 사회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인, 기업, 금융가, 수사기관, 언론, 국가, 학자, AI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우리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왔다. 왜냐하면 그 모든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정치가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움직이는 인간이 조작한다. 금융이 욕망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가진 인간이 금융 시스템을 만든다. AI가 현실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인간이 현실을 조작할 수 있다.

조작학 연구노트

 인간 조작의 7가지 동기 — 심층 분석
① 생존 — 위협 회피의 원초적 회로
가장 오래되고 자동화된 동기로, 편도체 기반의 위협 감지 시스템이 관여합니다. 감정 조작(공포 자극)과 직결되는 동기이며, 촘스키의 "문제-반응-해결(problem-reaction-solution)" 전략 — 위기를 조성하거나 방치한 뒤 그에 대한 반응으로 자유의 제약을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 — 이 이 동기를 정확히 이겨낸다(Chomsky, 위 출처).

② 이익 — 자원 획득의 도구적 동기
프렌치·레이븐의 "보상적 권력(reward power)"이 이 동기와 직접 연결된다 — 상대에게 이익을 제공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능력이 곧 영향력의 원천이 된다(French & Raven's bases of power).

③ 권력 — 통제 욕구의 제도화
피스크의 핵심 동기 이론에서 "통제(controlling)"는 자신의 행동과 결과 사이에 인과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근본 욕구로 규정된다(Fiske, 위 출처). 프렌치·레이븐은 이 통제 욕구가 실현되는 여섯 가지 경로(강제·보상·합법·준거·전문·정보적 권력)를 제시했으며, 조작은 이 중 특히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당성을 가장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④ 소속 — 집단 인정의 압력
바우마이스터·리어리의 소속 욕구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 집단에서 배제될 위험은 개인에게 실존적 위협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소속감을 무기로 한 조작(따돌림 위협, 충성심 시험)은 매우 강력하게 작동한다(Baumeister & Leary).

⑤ 자존심 — 자기 이미지 방어
피스크가 말한 "자기 고양(self-enhancing)" 동기 — 긍정적 자기 가치를 유지하려는 욕구 — 가 여기 대응한다. 자존심을 지키려는 동기는 종종 사실 인정보다 자기방어적 서사를 우선시하게 만들며, 이는 자기 조작(다섯 번째 얼굴)과 직접 맞물린다.

⑥ 복수 — 피해자 서사의 전복
앨버트 밴듀라의 도덕적 비활성화(moral disengagement) 이론 중 "책임 귀속(attribution of blame)" 메커니즘이 복수 동기의 심리적 구조를 정확히 설명한다 — 가해자가 상대의 방어적 행동을 "선제적 도발"로 재구성함으로써 자신의 보복을 정당방위처럼 느끼게 만드는 과정이다(Bandura, Moral Disengagement in the Perpetration of Inhumanities).

⑦ 신념 — 가장 위험한 동기, 그 이론적 근거
이것이 왜 특히 위험한지는 밴듀라의 이론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도덕적 정당화(moral justification)" 메커니즘은 해로운 행위를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목적에 봉사하는 것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가해자가 스스로를 도덕적 행위자로 인식하고 자기 검열을 회피하게 만든다. 밴듀라는 이렇게 말한다 — 이 메커니즘은 "이전에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여겨졌던 행위를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며, 그래서 파괴적 행위가 단순히 허용 가능한 것을 넘어 "도덕적으로 정당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Bandura, 위 출처).

에릭 호퍼(Eric Hoffer)는 이 현상을 대중운동 연구에서 "신봉자(true believer)"로 개념화했는데, 그는 "성스러운 대의에 대한 신념은 상당 부분 자기 자신에 대한 잃어버린 믿음의 대체물"이라고 지적했다(Hoffer, The True Believer). 즉 신념이 강할수록 자신의 정체성과 명분이 완전히 융합되어, 수단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외부 피드백이 위협이 아니라 "박해"로 재해석되는 폐쇄 회로가 형성된다.

여기서 두 목록의 핵심 항목이 정확히 맞물린다. 다섯 얼굴의 "자기 조작"(스스로 믿고 싶은 현실을 만드는 과정)과 일곱 동기의 "신념"(선한 목적에 대한 확신)이 결합할 때, 쿤다가 말한 "정당화 구성" 능력은 밴듀라의 "도덕적 정당화" 메커니즘과 결합해 사실상 무제한의 자기 합리화 엔진을 만들어낸다. 조작자가 자신을 가해자가 아니라 대의의 수호자로 인식하는 순간, 외부의 어떤 반증도 그 신념 구조를 뚫고 들어가기 어려워지는 것 — 이것이 신념 기반 조작이 다른 여섯 동기보다 훨씬 지속적이고 교정이 어려운 이유다.

조작학의 핵심 공식
조작의 구조를 하나의 공식으로 표현한다면, 조작 = 정보 비대칭 × 인간의 욕망 × 감정 × 권력이라고 볼 수 있다. 정보가 부족하고, 욕망이 강하고, 감정이 격해지고, 권력의 격차가 커질수록 조작이 발생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수학적 법칙이 아니라 조작학적 분석을 위한 개념적 모델이다.

조작학 법칙
"가장 강력한 조작은 사람이 자신이 조작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가장 완벽한 조작은 거짓을 믿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판단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이 문장은 『조작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명제가 될 수 있다.


에필로그(10부)
우리는 모두 조작자이면서 피해자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인간은 조작하는가? 그렇다. 그러나 인간은동시에 조작당한다.
그리고 더 복잡한 것은 자신을 스스로 조작하기도 한다.

정치인은 유권자를 설득한다. 유권자는 정치인을 선택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욕망을 자극한다. 소비자는 기업의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언론은 독자의 관심을 끌고, 독자는 자신이 보고 싶은 뉴스만 선택한다. AI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은 콘텐츠를 다시 선택한다. 이것이 바로 조작의 순환 구조다.

『조작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도식, 욕망 → 정보 → 감정 → 해석 → 선택 → 행동 → 권력 → 다시 욕망이 순환이 계속되면서 조작사회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그렇다면 조작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욕망도 존재하고, 욕망이 존재하는 한 설득과 경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조작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조작을 발견할 수 있는 사회다.

조작사회에서 벗어나는 7가지 질문


무언가를 믿기 전에 잠시 멈추고 물어보자.
1. 누가 이것을 말하고 있는가?
2.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가?
3. 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4. 누가 이 정보를 믿기를 원하는가?
5. 내가 이것을 믿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6. 반대되는 증거는 있는가?
7. 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마지막 일곱 번째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진실을 찾는 사람과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조작사회』 최종 문장
인간은 조작한다. 그리고 인간은 조작당한다. 때로는 자기 자신까지 조작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한 가지 능력이 있다. 멈추어 질문하는 능력이다. 질문은 조작의 첫 번째 균열이다. 검증은 그 균열을 넓힌다. 반박은 거짓의 구조를 흔든다. 재검증은 진실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조작을 연구한다. 조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작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남을 속이지 않기 위해서, 먼저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조작을 이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다. 결국 『조작사회』가 묻는 마지막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진실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믿고 싶은 현실을 선택할 것인가?“

 

 

굿모닝전북신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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