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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939억 잘랐다가 140억으로, 엿장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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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939억 잘랐다가 140억으로, 엿장수 마음대로는 아니잖나?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9/18 15:45 수정 2026.09.18 15:52

도의회 로고(사진_도의회)

 [기자수첩] 939억 잘랐다가 140억으로, 엿장수 마음대로는 아니잖나?

전북도의회는 도민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도의원들은 전북교육청 추가경정예산을 도마에 올려 싹둑 자르더니 다시 예결위에서는 작은 칼로 바꿔 잘린 부위를 대부분 살렸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전북교육청 제2회 추경 심사에서 삭감한 규모는 기금까지 포함해 약 939억 원이었다. 그런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치면서 최종 삭감액은 140억3612만8000원으로 줄었다. 약 799억 원이 사실상 되살아난 셈이다.

939억 원을 삭감할 때도 도의회였고, 799억 원을 되살린 것도 같은 도의회다.

그렇다면 도민은 왜냐고 물을 수 밖에 없다. 처음의 939억 원 삭감은 무엇이었고, 며칠 뒤 799억 원을 복원한 판단은 또 무엇인가. 예산심의는 고무줄이 아니다.
더구나 교육예산은 의원들의 감정에 따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교실과 학생, 교사와 학부모를 위해 쓰이는 도민의 세금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에는 천호성 교육감의 이른바 '1600억 원 발언'이 있었다.

천 교육감은 지난 8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위원회 분석 결과 지난 4년간 도의원들과 관련된 사업 규모가 약 1600억 원에 이른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른바 '의원 사업'이 직접 들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1600억 원 전체가 불법·부당하거나 문제가 있는 예산으로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었다.

공개된 보도에 따르면 천 교육감 측 설명은 도의원이 제안했거나 의원과 관련됐다고 교육청이 분류한 사업 전체 규모가 약 1600억 원이라는 것이었다. 인수위가 130개 사업을 재검토해 약 10개 사업을 문제 사업으로 판단했고, 추가 검토 과정에서 7개 정도는 사업 적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였다.

그렇다면 천 교육감에게도 책임이 있다. '1600억 원'이라는 거대한 숫자를 공개적으로 꺼냈다면 그 숫자의 산출근거와 사업별 명세, 의원 관련 사업으로 분류한 기준, 문제가 있다는 7개 사업의 내용까지 명확하게 설명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숫자부터 던지면 도민에게는 자칫 '도의원들이 1600억 원의 예산을 좌지우지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도의회가 강력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의회는 천 교육감의 발언이 정당한 의정활동을 마치 부당한 예산 개입처럼 비치게 만들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여기까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논쟁이다.

교육감이 근거를 공개하고, 도의회가 자료를 요구하고, 문제가 있다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를 통해 밝혀내면 된다.

그것이 의회다. 그런데 이후 벌어진 일이 문제다.
교육위원회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제2회 추경에서 기금 683억 원을 포함해 약 939억 원을 삭감했다. 추경 규모 1415억 원을 감안하면 매우 큰 폭이었다.

물론 교육위원회도 이유를 제시했다. 기금 운용의 구체적인 방향과 사용계획 부족, 연내 집행 가능성, 예산 편성의 적절성 등을 문제 삼았다. 그렇다면 그 판단은 예결위에서도 상당 부분 유지돼야 논리적으로 자연스럽다.

그런데 예결위의 최종 삭감액은 140억 원으로 줄었다. 기금도 다시 살아났다.
도의회 스스로 약 800억 원에 가까운 판단 차이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도민 입장에서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교육위원회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던 사업들이 며칠 만에 갑자기 타당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자료가 제출됐는가.
교육청의 소명이 충분했던 것인가.
사업의 시급성과 타당성이 새롭게 입증된 것인가.
아니면 교육위원회의 최초 삭감 자체가 지나쳤던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예결위의 대규모 복원 판단이 지나치게 관대했던 것인가.

더욱이 예결위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온 것으로 보도됐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심의 초반 분위기와 최종 결정이 크게 달라졌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목 때문에 시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 '물밑 조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로비 의혹을 사실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도의회가 그런 의심을 스스로 차단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939억 원 가운데 예결위에서 복원된 사업을 하나하나 공개하고, 각 사업별로 '왜 삭감했으며 왜 다시 살렸는지' 심사 근거와 판단 변경 사유를 도민 앞에 설명하면 된다.

그러지 않는다면 의혹은 정치가 아니라 산수에서 시작된다.

939억 원에서 140억 원.
불과 며칠 사이 약 800억 원의 판단이 뒤집혔다면 그 차이를 설명할 책임 역시 의회에 있다. 천 교육감도 이번 일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도의원 사업 1600억 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그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1600억 원 전체를 싸잡아 의심받게 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주민숙원·학교현장 제안 사업과 부적절한 개입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는 7개 사업도 법률상 공개가 가능한 범위에서 근거와 함께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교육개혁이고 예산개혁이다.

도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감의 말이 괘씸하다고 예산으로 대응했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의회의 예산심의권은 권위가 아니라 권력이 된다.

예산심의권은 교육감을 길들이라고 도민이 준 권한이 아니다.

집행부의 낭비를 막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라고 맡긴 권한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세 가지는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 전북교육청은 '도의원 관련 1600억 원'의 산출기준과 사업 내역, 문제 사업의 판단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도의회는 교육위가 삭감한 약 939억 원 가운데 예결위에서 복원한 사업별 금액과 복원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셋째, 앞으로 의원 제안사업은 제안 의원, 사업명, 금액, 필요성, 교육청 검토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 예산서 또는 별도 자료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의원 사업'이라는 말도 사라지고, '보복 삭감'이라는 의심도 사라진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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