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 보훈의 달 시, 2선]
![]() |
신동엽 시인(사진_자료) |
진달래 산천
석림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놓고 가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신동엽시인은 전주사범학교 재학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친일청산 방해에 대항하다 퇴학을 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6.25 당시 북한군이 부여를 점령하자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성향의 시인은 인민군의 요구로 부여군 민주청년동맹 선전부장으로 활동하다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국민방위군에 징집된 이력이 있어 전쟁의 참상을 직접 접할 수 있었다.
전쟁터를 돌면서 뼈섬(뼈가 쌓여 이루어진 땅)에 수많은 '꽃다운 청춘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산에 피어 있는 진달래 꽃과 비교해 '진달래 꽃죽'이라고 표현합니다. 선혈이 죽처럼 뭉툭 뭉툭 흐른 모습이 연상됩니다. 후고구렷적 전쟁으로 죽은 군사들이 누워있던 바위에 지금 우리 젊은이가 '장총도 던지고, 담배갑도 버려 던진 채 피를 흘리고' 죽어 있는 모습에서 전쟁이 되풀이 되는 참혹함을 묘사한 시다.
![]() |
해윤 김지연 시인(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낙동강 편지
해윤 김지연
강물을 바라보다
그렇게 멍하니 또 하루가 흘러가
빨갛게 익어 가던 눈빛
잊히지 않는 그날의 절규
비수같이
떠다니는 총알
번득이는 총성 아래
타액같이 끈적이던 핏물
길게 널부러진 주검들
젊은 피, 석양빛에 던져져
두엄 섞인 듯 구르는 철모에
업혀 가던 꽃 같은 영혼
가슴에 불 매화 피워
빛 바랜 훈장 부둥켜안고
늙은 어미의 눈물
심장을 파고들어 울리는 북소리
선혈 되어 흐르는 강물에
지친 기지개 가르며
몽돌이 되어버린 가슴
한숨 던지고 두 숨을 쉬고
해윤 김지연 시인은 아들을 둔 엄마다. 곧 시인의 아들도 군에 입대한다는 마음에서 '늙은 어미의 눈물 둥둥둥 북소리 심장을 파고든다'라고 표현해 어머니의 진한 아픔이 가슴으로 전해온 듯 하다. 낙동강에 방문했을 당시 낙동강 전투에서 매일매일 일진일퇴하며 숨져간 우리 젊은이들의 죽음을 상상하며 진심으로 아파하는 시다.
강물을 바라보다 잊혀지지 않은 그날의 절규가 귀에 들려오고, 공중을 날으는 비수같은 총알, 번득이는 총성아래 타액처럼 흐르는 핏물에 시인이 그날의 군인이 되어 죽음을 묘사하고 있다. 낙동강을 흐르는 강물이 핏물이 되어 '가슴마져 몽돌이 되어'버린 아픔에 할말을 잃은 채 그져 한숨만 내 쉬는 시다. 신동엽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붉은 진잘래 꽃죽'으로 누워있는 주검들에 애잔해 하는 시다.
6월 호국보훈의 달에 6.25 전쟁의 참상괴 희생을 기억하며 선열들을 추모하면서 명복을 빈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따뜻한 뉴스 행복한 만남 굿모닝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