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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1년 권력의 그림자”… 고준식의 단식, 진안은 오래된 '정치의 고리'를 끊어 낼 수 있을까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입력 2026/05/26 14:19 수정 2026.05.26 14:55
- 그는 반복해 말했다. “31년입니다.”
-“진안에는 낮의 군수, 밤의 군수, 주말 군수가 있다
-“진안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습니까.”

고준식 후보의 생사를 건 단식 투쟁(사진_굿모닝전북신문)

[인터뷰] “31년 권력의 그림자”… 고준식의 단식, 진안은 오래된 '정치의 고리'를 끊어 낼 수 있을까
기자는 어제, 25일, 안호영 의원에 이어 진안군수 후보가 단식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고준식 후보였다. 굿모닝전북신문 오운석 기자와의 인터뷰 내내 고 후보는 처연한 눈빛과 가지런한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풀어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재편집한 내용이다.

 

천년 신비를 품은 마이산, 대동사상의 숨결이 서린 천반산, 용담호를 감싸 안은 산줄기마다 오랜 전설이 흐르는 곳, 진안.
이 고요한 산골에서 지금 한 사람이 자신의 육신과 연혼을 걸고 투쟁하고 있다.


“진안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습니까.”를 묻고 있다고 했다. 
기호 6번 고준식 진안군수 후보는 이번 선거철엔 흔히 보이는 유세차 위에 올라서지 않았다. 마을마다 돌며 목이 쉬도록 공약을 외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좁고 어두운 천막 안에서 생사를 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왜일까.
단식은 정치인의 가장 위험한 선택 중 하나다. 몸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절박함을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거 한복판에서 거리 유세조차 포기한 채 단식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선거 전략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도 답을 찾기 위한 투쟁이라고했다. 

고 후보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기자는 그의 눈빛에서 낯선 긴장감을 느꼈다. 다소 거칠지만 흔들림 없는 시선, 무엇인가를 반드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반복해 말했다. “31년입니다.” “진안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습니까.”
그에게 ‘31년’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본격 시행 이후 진안 정치가 특정한 흐름 속에서 반복되어 왔다는 문제의식의 상징이었다.
초대 민선 군수였던 임수진 군수가 3선을 지냈고, 이후 함께 농민운동을 했던 송영선 군수가 군정을 이어받았다. 이어 임수진 군수 시절 비서실장이던 이항로 군수가 당선됐고, 다시 같은 흐름 속 비서실장이던 전춘성 군수가 군정을 맡게 됐다는 것이다. 고 후보는 이를 단순한 정치 계승이 아닌 “폐쇄적 권력 구조의 반복”이라고 규정한다. 조선시대 세습과 비교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안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습니까.”

그의 문제의식은 이랬다.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치였다."
지방자치는 군민 참여와 견제,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행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특정 인맥과 정치 흐름이 장기간 반복되면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어설 공간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 군민을 위한 행정이어야 할 지방 권력이 때로는 조직과 영향력의 유지 논리 속에 갇힌 것은 아닌지 되묻고 있는 셈이다. 의식 속에 숨은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잔치였을 뿐이라는 생각.

그의 표현은 때로 거칠었다.
“진안에는 낮의 군수, 밤의 군수, 주말 군수가 있다
는 말이 공공연하다”는 발언도 그런 연장선에 있다. 세 명의 군수일까? 세 세력이 정립된 구조일까?

이는 공식 권력 바깥에서 영향력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 군정이 일부 이해관계와 조직 중심으로 흘러왔다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기자가 "그들이 누구인가" 묻자 그는 이름 대신 이렇게 답했다.

“군수가 된다면 그런 기득권과 절연하겠습니다. 군민이 주인 되는 진안을 만들겠습니다.”엿다. 단호한 목소리, 군민의 편에 선 자만의 목소리로 들렸다.  

인터뷰 내내 고 후보가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정치 그 자체보다 '진안의 현실'이었다.
'청년들은 고향을 떠나고, 인구는 줄어든다. 경쟁력 있는 기업과 산업 기반은 충분하지 못하고, 지역경제는 점점 활력을 잃는다. 군민 삶의 기반이 약해질수록 지방소멸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는 것이었다. 고 후보는 이 현실과 정치 구조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다시 질문을 던진다.


“31년 동안 진안군은 누구를 위해 운영되어 왔습니까?” 
이 질문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군민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성찰 요청처럼 들리기도 한다. 우리가 선택해 온 정치가 과연 군민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지, 지방자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는 물음이다.

고 후보의 이 물음 속엔 결국 '군민자치 민주주의'가 있었다. 미국의 윌슨 대통령과 맛닿은 '군민자결주의 정신'이다.
그는 “진안은 특정인의 왕국도, 특정 정치세력의 소유물도 아니라 군민 모두의 것”이라고 말했다. "군수의 권한이 예산과 사업을 나누는 통치 수단이 아니라, 군민 삶을 돌보는 공적 책임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자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그의 단식이 성공할지, 군민의 마음을 움직일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한 사람이 자신의 몸을 내 던져 던진 질문 앞에서, 진안군민들은 이제 대답해야 할 시간이 왔다'는 사실이다.

오래된 정치의 반복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견제와 경쟁의 길을 열 것인가?
결국 답은 정치인이 아니라 군민의 손에 있다. 그리고 진안을 가장 오래 지켜본 산과 물, 흙은 아마 그 선택을 조용히 기억할 것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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