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덕 공학박사 칼럼] 세종–전북 통합 구상!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마지막 실험이 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은 오랫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수차례의 국가 계획과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은 오히려 더 공고해졌고, 지방은 소멸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세종특별자치시와 전북특별자치도가 통합한다면”이라는 가정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 논의를 넘어선다. 이는 대한민국이 지방을 어떤 방식으로 재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서로 다른 결핍, 그러나 같은 구조적 한계
세종시는 행정수도의 간판을 달고 출범했지만, 여전히 미완의 수도다. 국회와 대통령 집무 기능은 온전히 이전되지 않았고, 정책 결정의 핵심 권력은 서울에 잔존해 있다. 행정기관은 집적됐지만 자족 산업 기반은 취약하고, 도시는 성장했으되 정체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전북은 반대편에 서 있다. 정치·행정의 중심에서 멀어지며 국가 의사결정 구조에서 영향력을 잃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구조적 고착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넓은 국토, 농생명 산업, 재생에너지, 식량·기후 대응 역량은 여전히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두 지역은 서로 다른 결핍을 안고 있지만, 공통의 한계를 공유한다. 중앙정부 의존 구조 속에서 스스로의 성장 전략을 완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통합은 ‘확장’이 아니라 ‘기능의 완성’이다
세종–전북 통합 논의의 핵심은 면적 확대나 단순한 행정 효율성에 있지 않다. 본질은 기능의 결합과 국가 전략의 재설계다.
세종이 정책을 설계하는 ‘두뇌’라면, 전북은 정책을 실험하고 구현하는 ‘현장’이 될 수 있다. 행정과 입법, 정책 기획은 세종에 집중하고, 실증·산업화·농생명·에너지 전환은 전북에서 수행하는 구조다. 이는 수도권이 구조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조합이며, 대한민국만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 전략이다.
‘행정수도 + 국가 실험지’라는 단일 메가 전략
통합된 세종–전북은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를 넘어, 국가 운영 방식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 식량안보, 탄소중립 실증, 농생명 산업 고도화, 공공주택과 도시재생 모델, 균형발전 정책까지—그동안 책상 위에서 설계되고 현장과 분리돼 시행되던 정책을 하나의 공간 안에서 설계·실행·검증하는 체계다. 정책의 실패 비용을 줄이고, 성공 모델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국가 플랫폼. 이것이 통합 논의가 지닌 전략적 의미다.
청년 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이 구상의 실질적 수혜자는 청년 세대다. 세종은 안정적인 공공·연구·행정 일자리를, 전북은 산업 실험과 창업, 현장 기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청년은 더 이상 서울 하나에 삶의 모든 가능성을 걸 필요가 없다. 이는 단순한 인구 유입 정책이 아니다. 교육–일자리–주거–생활이 연결된 새로운 삶의 경로를 제시하는 구조 개편이다.
반대와 의문,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질문
물론 정치적 반발과 현실적 난관은 불가피하다. 지역 정체성 훼손, 행정 비효율, 실현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타당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지금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세종과 전북의 미래는 과연 달라질 것인가. 현상 유지는 가장 안전해 보이지만, 지방에게는 언제나 가장 위험한 선택이었다.
결론 대신, 질문을 남긴다
세종–전북 통합은 반드시 실현돼야 할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한 번은 국가 차원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질문이다. 이 질문을 던질 발칙한 상상력과 용기조차 없다면,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은 정책이 아니라 수사에 머물 것이다.
미래 세대는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어른들은, 기성세대는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왜 다른 길을 상상하지 않았느냐? 프론티어 정신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문제 제기다. 세종과 전북이 함께 그릴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프로필]
도시정비 공학박사
칼럼니스트
(사)국민통합 이사장
(주)UBSD 대표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AI시대를 선도하는 굿모닝전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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