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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련꽃(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추모사] 목련꽃도 슬피 우네 / 전용창
Ⅰ. 목련꽃도 슬피 우네
하늘도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지,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목련꽃도 슬피 울며 뚝뚝 떨어진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게 아니고 본인이라고요?" 어느 시인이 나에게 반문한다. “저도 처음에는 어머님인 줄 알았어요. 너무도 슬프고 애통해요.”
68세면 요즘 세상에는 젊은 나이인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다니. 하늘이 무너진 듯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마쳤다. 임이 떠난 숲에서는 산새들이 구슬피 울고, 진달래 꽃 진 자리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시가 좋아 시인이 되었고, 숲이 좋아 숲해설가로 다시 태어난 임이시여, 초롱초롱한 아들과 딸(승현, 초현)을 두고 어찌 그리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까?
Ⅱ. 추모의 글
‘우리 땅 걷기’ 신정일 선생님(문화 사학가, 도보 여행가)은 그의 명복을 빌며 이렇게 기고했다. ‘봄의 한복판에서 한 사람이 또 갔다. 아들딸 결혼도 안 했다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오래 살아야 할 사람은 빨리 죽고, 빨리 죽어야 할 사람은 오래 산다“ 는 ‘니체’의 말이 이렇게 비통한 죽음을 빗대서 한 말일 끼.
정읍 학산고등학교 제자들과 동료 교사의 조문이 보였다. ‘함께 웃고 가르치던 소중한 벗 당신의 따뜻함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회문산 휴양림 숲해설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동문의 조문도 있었다. 나는 고인이 안장된 뒤 詩를 한 수 지어 추모했다.
목련꽃도 슬피 우네 / 전용창
- 芝堂 유혜경 님을 추모하며
목련꽃도 슬피 울고 산새들도 슬피 우네
내장산의 단풍나무 회문산의 굴참나무
어깨 비벼 울어대네 가랑비도 눈물인 양
임 그리워 몸부림쳐 하염없이 떨어지네
시가 좋아 시조 시인 숲이 좋아 숲해설가
내장산의 가을풍경 시조 비에 새겨두고
금구 편백 육모정에 두루마기 망건 쓰고
도포 자락 펄럭이며 덩실덩실 춤을 추며
상춘곡을 낭송하던 님의 모습 어디 가고
목련꽃만 눈물처럼 밤새도록 떨어지네
어찌 살꼬 어찌 살꼬 보고 싶어 어찌 살꼬
어린 자식 어찌 살라 그 먼 길을 떠나갔냐
내 어떻게 키웠는데 보고 싶어 어찌 살꼬
노모님의 통곡 소리 황방산이 떠나가네
님의 친구 지초 난초 앞마당에 가득심고
목련꽃이 다시 피면 님 오신줄 알아채고
사립문을 활짝 열고 마중 나가 반기리라
청풍명월 사월 오면 목련 꽃잎 다시피네
(2026. 4. 8.)
Ⅲ. 고인의 작품세계
지초(芝草)가 가득한 집을 꿈꾸며 지당(芝堂)이란 아호를 지으셨을까?
하늘나라에서는 지초와 난초, 마당에 가득 심어 놓고 시심(詩心)에 젖어 행복을 누리소서.
| 고 유혜경 시조시인(사진_자료) |
내장산의 가을 / 지당 유혜경
내장골 찬 서리에 붉은빛 적셔오네
단풍은 계곡 따라 날개를 부양하고
발밑에 바스락 수다 아득아득 담겠네
낙엽 진 백련암의 차(茶)향은 푸르른데
확독의 애기 단풍 별처럼 수놓으니
붉나무 오매자마저 화폭으로 덮치네
산사에 수런수런 물감을 풀었는가
은행잎 물뿌리며 바스락 바람 불면
분분한 가을 연정을 어느 품에 뉘일까
(시조 문학 작가상 수상 작품, 내장산에 시비로 세워짐)
황새와 참새 / 지당 유혜경
황새는 물속의 햇볕을 쪼아먹고
참새는 마당의 햇볕을 쪼아 먹는다
황새도 참새도 입 하나로 하늘을 먹고
콧구멍 둘로 하늘을 숨 쉰다
※ <황새와 참새>는 2024. 5. 10. ‘유연 문학회’ 봄소풍에서 발표한 시.
Ⅳ. 고인의 경력
부안이 고향이신 유혜경 시인은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오시고, ‘시조 문학 작가상’과 《별빛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국보문학》 시조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주문인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었으며, ‘(사)한국시조협회 전북지부’, ‘전라시조문학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교원문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셨다.
Ⅴ. 추모관 봉안(奉安)
승화원 가는 길은 오래된 벚나무 가로수가 하얀 벚꽃을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도 슬퍼서 차마 승화원에는 갈 수가 없어 봉안실이 있는 효자추모관으로 갔다. 추모관 좌측에는 폭포수가 흐르고, 우측 분수대에서는 반달 같은 물을 뿜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영구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아드님이 고인의 유골함을 모시고 3층 봉안실로 갔다.
”혜경아, 나는 어떡하라고 가냐?“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한마디 말도 없이 가냐?“
”어린 자식들은 어떻게 살라고 떠나가 버리냐?“
노모님의 오열과 통곡 속에 추모관 3층이 진동했다. 금쪽같이 키운 효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으니 그 슬픔이 오죽하랴!
목사님께서 노모님을 위로하시고 유족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친 뒤, 나는 하모니카로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하늘가는 밝은 길이> → <천국에서 만나보자>와 <오빠 생각>, <고향 땅>을 연주하였다. 노모님께서는 연주를 하는 동안 울음을 멈추시고, 나에게 어디에 사시느냐고 물으시며 감사하다고 했다.
Ⅵ. 고별사
芝堂 선생님!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질병과 고통 없이 행복하세요. 사랑하는 어머님 장수하시고, 사랑하는 아드님과 따님 훌륭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벚꽃들은 쓸쓸해 보였다. 목련꽃 다시 피면, 님 오신줄 알아채고 사립문 활짝 열고 마중 나가 반기리라.
수필가 전용창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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