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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전용창, 아들 전정기(사진_전용창) |
[수필] 아빠와 정기 - 장애아들과의 삶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입니다.
장애를 넘어선 돌봄의 기록이라기보다, 한 아버지가 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품으며 함께 웃고 기도하는 사랑의 연대기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평범한 아침의 손길과 찬양, 산책 장면들이 ‘보살핌’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기쁨’으로 다가와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편집자 주
"아빠와 정기"/수필가 전용창
나의 하루일과는 아들의 잠자리에서 시작된다. 살포시 이불을 걷고 아들 곁으로 들어간다. 오른팔로 아들 머리를 팔베개하고, 왼팔로는 쓰다듬어 준다. 47살이나 된 아들은 어린애처럼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겨드랑이를 문질러 준다. 젖가슴도 만져준다. 아들은 큰 소리로 웃는다. 이제는 등을 만져줄 차례다. 엎드리게 하여 등을 문질러준다. 엉덩이도 만져준다. 아들은 시원한 듯 방귀로 답한다. 방귀 소리는 아들이 건강하다는 증표이기에 교향곡으로 들린다.
이번에는 고추를 만져주려 하는데 그곳은 절대 손이 못 닿게 한다. 한 번도 만져본 적은 없지만, 거절하며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 항상 손을 올려본다. 이제 다시 자세를 바꿔 나도 아들도 편안히 눕는다. 두 팔과 두 다리를 들고 힘차게 흔들며 모관운동을 한다. 무릎을 세워서 좌우로 흔들며 척추도 바로 잡는다. 마지막으로, 일어서서 아들의 두 다리를 잡고 좌우로 흔든다. 아들은 기분이 좋은 듯 큰소리로 웃고 나도 덩달아 웃는다. 고요한 아침이 웃음으로 가득하다. 커튼을 올리고 창문도 열어 새 아침을 맞는다. 오월의 신록이 창문 안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올해 1월 11일은 뜻깊은 날이다. 아들과 나는 전체 교인이 10여 명 남짓한 아주 작은 개척교회에서 특별 찬양을 했다. 처음에는 내가 하모니카로 ‘주안에 있는 나에게’를 부르는 동안, 아들은 옆에서 율동했다. 그리고는 ‘내 영혼이 은총 입어’를 함께 찬양했다. 아들은 두 손을 얼굴 위로 올리고 좌우로 흔들며 영혼의 찬양을 불렀다. 가사는 모르나 피아노 반주에 따라
“아~~아, 아~~아, 아~~아, 아~~아” 하며 찬양했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아들은 손뼉을 치기도 하고 지휘를 하기도 하고, 간간이 아빠를 쳐다보았다. 정기는 아빠와 함께 있으면 그 어디나 천국으로 생각할까? 장애가 있음에도 앞에 나와서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교인 모두가 눈시울을 붉혔다고 했다. 해맑은 영혼의 찬양이 교인들을 감동하게 했나 보다.
교회 장로님은 우리의 찬양을 처음부터 동영상으로 남겨 유튜브에 올렸다. ‘아빠와 정기’를 검색하면 언제든지 그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교회에서는 아들의 찬양이 어느 부흥 집회보다 은혜받았다며 몇 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내가 끝 소절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를 부르는 동안 아들은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한편, 아들은 내가 신학교를 다닐 때 3년 동안 같이 다녔다. 내가 졸업한 뒤에는 아들을 전도사로 만들기 위해 다시 신학교를 등록하여 다녔다. 아들의 묘비에 ‘전정기 전도사(傳道師) 3글자를 넣고 싶었다. 2년을 다녀야 했는데, 1년을 다니고는 더는 강의실에 들어가지 않아 부득이 휴학하였다. 그런데 지난 3월에 전북노회로부터 전도사 인준을 받았다. 노 회장님은 유튜브를 타고 퍼져나간 정기의 찬양이 장애우에게 용기를 주었기에 전도사 자격이 있다고 했다. “전정기 전도사 축하해요.” 정기에게 전도사 고시 합격증을 건네주니 무척이나 기뻐했고, 나도 기뻤다.
아들과 나는 간간이 치명자산에 간다. 그곳은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다. 그곳에서 우리는 예수님 고난의 14처 길도 걷고, 옹기가마 경당에서 기도도 드린다. 대리석 조각물 어린양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아장아장 걷는 기러기에게 친구처럼 반갑게 다가가기도 한다. 나는 아들이 드린 기도 제목이 궁금했다. 저처럼 장애우를 위한 기도를 드렸을까? 아빠의 건강을 빌었을까? 하루 중 긴 시간을 TV 시청을 즐기는 아들은 중동 전쟁이 멈추기를 빌었지 싶고, 혼자서 시내버스라도 타고 여행할 수 있기를 빌었을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정기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환갑까지 살기를 바라며, 그때 내 나이가 90인데 그때까지 살아서 정기를 보살필 수 있기를 빌었다. 오늘따라 전주 천변 산책길에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아들과 나는 나무 꼭대기를 바라다보았다.
(지적장애 2급 아들 정기는 2026년 47세임)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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