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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 로고(사진_공장위) |
[기획칼럼]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시대적 요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은 ‘공정’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불공정’을 키운 제도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위 권한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 대목은, 전속고발권을 포함한 공정위 권한 구조 전반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신호다.
전속고발권은 왜 만들어졌나
전속고발권은 1980~90년대 한국의 산업화·재벌 중심 성장 구조 속에서 태어났다. 당시에는 담합·독점의 법리 판단이 고난도였고, 무분별한 형사고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되고 경제정책과 법집행의 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문 행정기관인 공정위가 형사고발의 ‘문지기’를 맡도록 설계됐다.
요지는 “전문가 집단이 선별적으로 고발하자”는 취지였다. 산업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전속고발권의 법적 근거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129조(고발) 이 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이는 형사절차상 특별규정으로, 일반 형사범죄와 달리 ‘친고죄 유사 구조’를 취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 논리가 유효한가
2020년대의 경제 현실은 당시와 다르다. 대기업·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더 강해졌고, 담합·갑질은 전국민의 생활비와 직결되는 사회범죄가 되었으며, 수사 역량도 검찰·경찰·특별수사조직 등으로 전문화·다원화됐다.
그럼에도 전속고발권은 여전히 공정위에 형사사법의 관문을 독점적으로 쥐여준다. 이 구조는 결과적으로 “고발되지 않으면 범죄가 되지 않는” 특혜를 낳았고, 대기업 담합 사건마다 과징금으로 종결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반복적으로 불러왔다. 전속고발권은 더 이상 ‘전문성 보호 장치’가 아니라, 처벌 회피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 규정이 유지되는 것은 그동안 헌법재판소의 위헌심사가 두 차례 있었으나 모두 합헌 결정이 난 바 있다. 1995. 12. 28. 선고, 헌재 92헌바43 등 합헌 결정과 2001. 6. 28. 선고, 헌재 99헌바76 등 재확인 합헌 결정으로 오늘까지 유지되고 있다.
완화장치의 한계: 검찰·중기부 고발요구권
현행법에는 전속고발권의 완충장치로 검찰의 고발요구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고발요구권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장치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고발요구는 정무적 부담이 크고, 관계부처 간 충돌·마찰을 꺼리는 관행, 기업·산업계 파장을 우려한 소극 행정때문에 ‘있으나 마나 한 권한’이 됐다. 결국 피해자인 국민·소상공인은 여전히 직접 고발할 권리조차 없는 틀에 꽉 묶여 있다.
피해자는 말할 권리가 있다 – 국민 고발권 회복
담합·독점·갑질은 개인 간 분쟁이 아니라 사회적 피해 범죄다. 전기료, 통신비, 유류비, 식료품 가격까지 연결되는 문제에서 피해자인 국민이 “고발할 수 없다”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 범죄처럼 피해자는 고소할 수 있고, 시민은 고발할 수 있으며, 수사·기소 여부는 사법기관이 판단하도록 하는 형식이 이제는 공정거래 범죄에도 적용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정위 권한이 너무 크다”는 발언은, 수사·고소·고발 구조를 일반 범죄와 동일한 원칙으로 환원하라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법인만이 아니라 ‘개인’도 함께 처벌해야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은 종종 법인 과징금 중심으로 끝난다. 그러나 담합·갑질은 구조적 범죄인 동시에 그걸 결정한 개인의 범죄다. 개정 방향은 분명하다. 법인 처벌과 담합·독점에 가담한 임원·실무 책임자 개인 동시 형사처벌 의무화하고, 반복 위반 시 임원 취업 제한·경영 관여 제한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회사 돈으로 과징금 내면 끝”이라는 도덕적 해이를 끊을 수 있다.
대안으로 폐지 또는 사실상 무력화 수준의 개편
▶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
· 공정위는 전문 수사보조·자료제공 기관으로 역할 전환
· 검찰·수사기관이 독립적으로 수사
▶ 중대 범죄 전속고발권 예외 확대
· 담합·시장지배 남용·대규모 소비자 피해는 자동 예외
· 피해자·시민 직접 고발 허용
▶ 법인·개인 동시처벌과 피해자 고발권 명문화
· 공정거래법에 “피해자 및 제3자의 고발권” 명시
· 임원 개인 형사책임 강화
시대는 바뀌었다. 전속고발권은 ‘재벌 보호와 산업 안정’이 국가 목표였던 시대의 산물이다. 지금은 공정한 경쟁, 소비자 보호, 중소상공인 생존이 이 더 중요한 시대다. 전속고발권은 전문성의 상징이 아니라 권한 집중의 상징이 됐다. 이제는 ‘공정위의 권한’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돌아가야 한다.
정리하자면, “전속고발권은 만들어질 때는 산업을 보호하는 제도였지만, 지금은 시장을 왜곡하는 제도가 됐다. 공정거래 범죄도 이제 일반 범죄와 똑같이 국민 누구나 고발하고, 개인까지 책임지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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