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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사진_굿모닝전북신문) |
[굿모닝전북신문=오운석기자] 국민연금(이사장 김성주)의 최근 움직임은 한마디로 말해, “배당만 받는 조용한 주주”에서 “지배구조와 주주가치에 실제로 개입하는 대형 기관주주”로 더 분명하게 이동하는 흐름이다.
그 배경에는 두 축이 있다. 하나는 국민연금법상 기금의 장기·안정적 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운용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수탁자책임 지침에 따라 ESG와 지배구조 문제를 투자판단과 의결권 행사에 반영하도록 한 제도화다.
국민연금은 공식적으로도 책임투자와 주주권 행사가 장기 수익 제고를 위한 수탁자책임 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26년 3월 정기주총 시즌은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12일 보도자료에서, 최근 상법 개정 취지를 반영해 정기주총부터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전자주주총회·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같은 제도 변화에 역행하거나 우회하는 안건에 더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의결권 행사 방향의 사전 공개 대상도 기존 “지분율 10% 이상 보유 기업 등”에서 “5% 이상 보유 기업 등”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최근 기업들에서 나타난 현상은 두 가지로 분륙된다. 첫째, 대표이사·사내이사 재선임 제동이다. '26년 3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신한금융의 진옥동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했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해 사실상 반대 효과를 냈다.
HS효성첨단소재 조현상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에도 반대했다. 반대 사유는 대체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 과도한 겸임, 또는 상법 취지를 약화시키는 구조라는 판단이다.
둘째, 이사회 구조 자체에 대한 견제다. 국민연금은 이사 정원 축소가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하려는 정관 변경이나 소각 회피에도 반대 기조를 보였다.
관련 법과 제도는 크게 네 갈래로 보면 이해가 쉽다. 첫째, 국민연금법 제102조는 기금 수익의 최대 증대를 요구하고,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장기·안정적 수익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관여를 정당화한다.
둘째,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과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은 책임투자, 의결권 행사, 비공개대화, 공개중점관리, 주주제안 등 단계별 수단을 규정한다.
셋째, 상법 개정이 최근 핵심 변수다. ‘26년 7월 시행분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공평 대우까지 넓혔고, 독립이사 비율 확대와 감사위원 선임의 3%룰 정비를 담았다. ’26년 9월 시행분은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 배제 금지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고 있다.
넷째, 자본시장법상의 5%룰은 대량보유 및 목적변경 공시의무를 부과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활동에 현실적 제약 또는 절차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국민연금의 실력행사는 사실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이미 수탁자책임 활동 보고서에서 국민연금은 반대 의결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한 기업들과 비공개대화를 해 왔고, 기업이 스스로 후보를 바꾸거나 겸임 수를 줄이거나 내부통제와 보상체계를 개편한 사례를 공개해 왔다.
‘23년에는 동일 사유로 2회 이상 반대한 기업 가운데 13개 기업과 대화를 수행했다고 보고했고, ’21년 통계 기준으로는 총 3,378건 중 83% 찬성, 상당수 반대가 이사·감사 보수 한도, 정관 변경, 이사 선임 안건에 집중됐다.
즉 최근의 강경 기조는 돌출행동이 아니라, 누적된 대화와 반대가 이제 더 공개적이고 더 구조적으로 강화되는 단계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앞으로 국민연금과 투자기업 사이에는 몇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연기금전문가그룹에서 내놓은 전망은 가장 먼저, 이사회 후보 검증이 훨씬 엄격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제재, 내부통제 실패, 사익편취 논란, 과도한 겸임, 주주권 침해 이력은 이제 단순한 평판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선임 표결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굳어질 수 있고, 다음으로 기업들은 정관 개정, 자사주 운용, 감사위원 선임, 이사 정원 조정 같은 안건을 낼 때 “법적으로 가능한가”만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다른 기관투자자가 어떻게 볼 것인가”를 먼저 계산하게 될 것이다. 또 배당정책, 보수체계, 내부통제, ESG 공시를 사전에 정비해 주총 충돌을 피하려는 문화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상장사의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바꾸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긍정적 영향은 첫째 총주주 이익과 소수주주 보호가 강화될 수 있고, 이사 선임, 자사주 처리, 감사위원 선출에서 최대주주 중심 구조를 견제하면 “회사=지배주주”라는 오래된 관행에 균열이 생긴다고 봤다.
둘째,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통제의 실질화가 기대되고, 국민연금이 단순 구호가 아니라 재선임 반대와 보수 반대로 연결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준법·리스크·감사 기능을 보여주기식으로 둘 수 없게 돼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봤다.
셋째, 중장기 수익성 중심 문화가 강화될 수 있고, 단기 실적이나 총수 의중보다 자본배분, 보상체계, 감사 독립성 같은 구조적 문제를 보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대로 부정적 영향은 첫째, 국민연금이 워낙 큰 주주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준규제자’로 비칠 위험이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법원이나 감독당국이 아니라 연기금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기준이 정교하지 않으면 정치적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어떤 기업엔 엄격하고 어떤 기업엔 느슨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시장은 “수탁자책임”보다 “정책적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이사회가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변하면 신규 투자, 인수합병, 과감한 구조개편 같은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도 있다. 결국 국민연금의 힘이 커질수록 일관성, 예측가능성, 정치적 독립성이 더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외국의 대형 연기금들과 비교하면, 국민연금은 지금 “일본 GPIF보다 직접적이고, 노르웨이 NBIM보다 덜 체계적이며, 미국 CalPERS보다는 아직 공세성이 약한 중간지대”에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GPIF는 매우 큰 연기금이지만, 직접 전면에 나서기보다 외부 운용사를 통해 스튜어드십을 수행하는 성격이 강하다. GPIF는 운용사들이 장기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의결권 정책을 공개하고, 개별 회사·개별 안건별 투표기록까지 공개하며, 소수주주 이익 훼손 안건에 신중할 것을 요구한다. 다만 GPIF의 문화는 한국처럼 전면적인 공개 충돌보다는 운용사 중심의 분산형·원칙형·대화형 문화에 가깝다.
노르웨이 NBIM(정부연기금 글로벌)은 가장 체계적이고 글로벌 표준화된 모델에 가깝습니다. '25년 전체 의안의 94%에서 이사회 권고에 맞춰 투표했다고 공개하면서도, CEO 보수·이사회 독립성·CEO와 이사회 의장 겸임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해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포지션 페이퍼를 가지고 움직인다.
즉 기본 태도는 “이사회를 원칙적으로 지지하되, 원칙 위반에는 정교하게 반대”한다. 충돌의 강도보다 기준의 명료성, 사전 공개, 글로벌 일관성이 특징이다.
미국 CalPERS는 가장 적극적인 행동주의에 가깝다. CalPERS의 가이드라인은 이사회 의장은 독립이사가 맡아야 하고 CEO와 의장 겸임은 매우 제한적이어야 하며, 보수위원회와 감사·지명 관련 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하게 요구한다. 또 보수 체계, 기후 리스크,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명시적으로 표결 기준에 반영한다. 문화적으로 보면 CalPERS는 “연기금도 기업지배구조를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미국식 주주행동주의 색채가 짙다.
이 세 곳과 비교했을 때 국민연금의 특징은 GPIF처럼 장기수익과 원칙을 말하지만, 최근엔 CalPERS식 실전 표결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으며, 아직 NBIM 수준의 글로벌 표준화·예측가능성은 더 보완해야 하는 단계이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은 이제 “반대도 하는 연기금”이 아니라 “시장 규율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연기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만 그 힘이 커질수록,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세부 기준과 사전 설명, 사후 공시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향후 전망을 정리하면, 한국 기업문화는 두 방향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쪽으로는 총수·대표이사 중심의 폐쇄적 의사결정이 약해지고, 독립이사·감사위원·보상체계·자본배분의 투명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나쁜 쪽으로는 “연기금 눈치 보기” 문화, 형식적 지배구조 포장,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과도한 방어 경영이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성공 여부는 국민연금이 얼마나 일관된 기준으로,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장기수익이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점만 지켜진다면, 이번 흐름은 단순한 표 대결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대주주 중심 문화에서 전체 주주 중심 문화로의 이동”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자료: 출처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사례
사례1) 정관으로 이사의 수 상한을 신설하거나 축소하는 안건의 경우, 일반주주의 주주제안 및 집중투표제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반면, 정관변경을 하지 않아도 적정 이사회 규모로 운영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사례2) 정관으로 감사 정원을 신설하거나 축소하는 안건의 경우에도, 일반 주주의 주주제안 가능성을 약화시킬 우려로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사례3) 이사의 임기를 유연화하는 안건(예: 이사 임기를 3년으로 한다 →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한다)의 경우, 사실상 시차임기제로 활용될 수 있는 우려를 감안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반대한다.
사례4) 정관으로 전자주주총회를 배제하는 안건의 경우, 이사회 결의로 전자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되어 일반주주의 주주총회 참여 용이성을 낮추는 점을 고려하여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사례5) 경영상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 처분하는 근거 규정을 정관에 마련하는 안건의 경우, ▲기업의 지분구조상 최대주주 등의 찬성만으로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이 주주총회에서 승인될 수 있는지, ▲기타 일반주주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지를 검토하여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는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 주주총회 출석률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상장회사 다수가 최대주주 등 단독으로 주주총회 승인이 가능한 점을 감안한 것이다.
< 일반주주의 의견 반영 방안 예시 >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에 대해, ▲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심의, ▲최대주주 등을 제외한 일반주주의 의견을 수렴, ▲주주총회 가결요건을 특별결의로 강화 등의 장치를 정관에 함께 규정함으로써, 총주주 이익 보호 및 전체주주 이익 공평 대우 취지가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함
사례6)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 승인 안건의 경우, 자기주식 취득당시에 공시한 목적과의 일관성,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의 구체성 및 합리성 등을 고려하여,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는지 사안별로 판단할 것이다.
오운석 기자 info11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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