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세상] 권력 앞에 흐릿해진 양심… 식비 대납 논란이 드러낸 전북 정치의 민낯
“一葉障目 不見泰山, 兩豆塞耳 不聞雷霆
(일엽장목 불견태산, 양두색이 불문뇌정).”
가랑잎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을 보지 못하고, 콩 두 알이 귀를 막으면 천둥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국 고전 갈관자(鶡冠子)에 등장하는 이 말은 사소한 것에 눈이 가려 본질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경구로 전해진다.
지금 전북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면, 이 고사가 결코 먼 옛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중앙당 최고위의 “무혐의” 결정에도 사라지지 않는 의문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경선이 막판에 ‘식비 대납 의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당 지도부는 윤리감찰 결과 이원택 후보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리고 예정된 경선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들조차 비공개 회의에서 경선 연기와 추가 감찰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내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최근 김관영 지사에 대해선 비교적 신속하고 강도 높은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번 사안에서는 “왜 이렇게 관대하냐, 뵈주기식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계보 정치 논란까지 흘러나온다. 친명계 일부 인사들은 “친정청래계 인사 봐주기 아니냐”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정치적 해석을 떠나서라도, 문제의 핵심은 하나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해명과 증언이 충돌하는 지점
의회신문 이익준 대표의 주장을 보면,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단순히 이후보가 식사비 15만 원을 직접 지불했다 때문만이 아니다.
이원택 후보의 해명 과정에서 여러 진술이 서로 엇갈린다는 점 때문이다.
첫째, 이 후보 측은 자신이 5만 원권 세 장을 식당에 직접 지급했고 잔돈까지 받았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식당 주인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둘째, 이 후보는 식사 도중 먼저 나와 이후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석자 중 한 사람은 식사 후 단체 기념촬영을 했다는 사진을 제시하며 이 설명과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셋째, 전북도의회 김슬지 의원이 이후 식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이 후보가 냈다는 15만 원을 환수했다는 설명 역시 식당 주인의 증언과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사실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해명의 신뢰성이 흔들리면 정치적 책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는 점이다.
중국 고전 회남자(淮南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逐鹿者 不見山 (축록자 불견산)
사슴을 쫓는 사람은 태산을 보지 못한다. 즉, 권력과 자신의 이익만을 쫒는자는 도덕성, 양심을 모두 잃는다는 뜻이다.
攫金者 不見人 (확금자 불견인)
금을 움켜쥐려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 황금과 권력을 탐하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즉, 권력, 이익, 명예에 마음을 빼앗기면 사람은 주변도, 원칙도, 심지어 양심까지도 보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전북지사 경선이 바로 그런 상황으로 흐르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경선은 정책 경쟁이 아니라 위법 논란과 해명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비전과 정책 토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정치가 사슴만 쫓다가 산 전체를 잃어버리는 모습과 닮아간다.
이러한 상황을 도민들은 다 보고 있음에도 정치권에서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선거만 이기면 된다.” 그러나 그런 확신은 정치의 본질을 삼켜버린다.
선거는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도민에게 책임을 위임받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만약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면 문제는 단순한 식비에서 그칠 사안이 아니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거짓 해명이라면 도지사 선거가 산적 두목을 뽑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거친 표현이지만,그만큼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깊다는 의미로 들린다.
옛사람들은 “유종의 미(有終之美)”를 말한다. 마무리가 아름다워야 진정한 삶의 가치가 완성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권력의 문턱 앞에 서면 많은 정치인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철학을 쉽게 내려놓는다.
그래서 고전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가랑잎 하나에 눈이 가려 태산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콩 두 알에 귀가 막혀 천둥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전북 정치권과 모든 후보들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도민의 눈과 귀는 이미 열려 있다.
정치만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제천 오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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