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전북도지사 선거, 왜 ‘이원택 대 김관영’ 사이에 '정청래 그림자'가 어른거리나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의 가장 기이한 장면은 정작 민주당 후보인 이원택 후보가 전면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의 공식 구도는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의 대결이다. 그러나 실제 유권자들의 눈에 비친 전장은 어느새 김관영 대 정청래, 나아가 김관영 대 민주당 중앙당 지도부의 싸움처럼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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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사진_선대위) |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가. 선거판을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이원택 후보의 출마 명분이 처음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전북도당위원장직을 맡을 당시 도지사 선거에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이 있었다면, 불과 몇 달 뒤 출마로 방향을 튼 과정은 유권자에게 설명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설명이 “당대표가 나가라 했다”는 식으로 비쳤다면, 이는 스스로의 정치적 결단이라기보다 중앙당의 호출에 따른 출마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도민 입장에서는 전북의 도지사를 뽑는 선거인지, 중앙당의 전략 후보를 승인하는 절차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둘째, 김관영 후보를 향한 ‘12·3 내란 동조’ 프레임은 너무 강했고, 결과적으로 역풍의 씨앗이 됐다.
공직자의 계엄 당시 대응은 당연히 검증 대상이다. 그러나 검증과 낙인은 다르다. 의혹 제기가 반복되고, 정치생명까지 거론될 정도로 공세 수위가 높아졌다면 그 결론에 대해서도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특검의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정치적·도의적 책임론으로 논점을 옮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최초의 공세가 과도했다는 비판까지 지울 수는 없다.
셋째, 김관영 후보의 대리비 지급 논란에 대한 민주당의 처분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불렀다. 선거에서 금품 논란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징계를 하려면 더 엄격한 절차, 더 충분한 조사, 더 균형 잡힌 소명 기회가 필요하다.
제명은 정당 안에서 사실상 정치적 사형에 가까운 조치다. 그런 처분이 신속함을 넘어 성급함으로 비쳤다면, 유권자는 징계의 내용보다 징계의 방식에 먼저 의문을 품게 된다.
넷째, 이원택 후보 측 의혹 처리와의 형평성 문제가 결정적이란 평가가 많다. 김관영 후보에게는 엄격하고 빠른 칼날이 작동했는데, 이원택 후보 관련 의혹에는 같은 강도의 잣대가 적용됐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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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사진_선대위) |
이 질문에 민주당이 설득력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선거는 후보 검증의 장이 아니라 중앙당의 선택적 감찰 논란으로 빨려 들어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선거의 주인공은 이원택 후보가 아니라 정청래 대표가 되어버렸다.
더 역설적인 것은 김관영 후보 역시 친명계와 완전히 대립적 위치에 있던 인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영입한 인재라는 상징성, 당대표 선거 국면에서의 행보 등을 고려하면 김관영 후보를 반명 인사로 단순 규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번 충돌은 친명 대 비명이라는 익숙한 구도가 아니라, 중앙당 권력의 공천·감찰 운영 방식과 지역 민심의 자존심이 충돌한 사건으로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과오는 여기서 드러난다. 전북은 민주당의 텃밭이지만, 텃밭이라는 말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당연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 지지해준 지역일수록 더 조심스럽고 더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당이 특정 후보를 지키기 위해 전북 민심을 설득하기보다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면, 도민은 자연스럽게 반발한다. “민주당을 찍어야 전북이 산다”는 논리는 “민주당 말고는 선택하지 말라”는 명령처럼 들릴 수 있다.
결국 이번 전북도지사 선거는 한 후보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넘어, 민주당 일당 우위 지역에서 중앙정치가 지역민심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묻는 시험대가 된 것이다.
이원택 후보가 보이지 않고 정청래 대표가 보이는 선거가 되었다면 민주당은 이미 전략상 손해를 본 것이다. 후보의 비전과 정책이 전면에 서야 할 자리에 징계, 감찰, 낙인, 중앙당 총동원전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김관영 후보에게도 검증은 필요하다. 현직 지사로서 도정 성과와 한계, 논란에 대한 책임 있는 설명은 피할 수 없다. 역시 대리비 지급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 역시 자문해봐야 한다. 전북도민에게 민주당의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하기 전에, 왜 이 선거를 도민의 선택이 아니라 중앙당의 체면전으로 만들어버렸는지부터 답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김관영 개인의 생환 여부만이 아니다. 그것은 전북 유권자가 여전히 당의 깃발만 보고 움직이는가, 아니면 절차와 공정성, 지역 자존심까지 함께 판단하는가의 문제다. 만약 민주당이 이 점을 가볍게 본다면, 전북의 민심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돌아 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텃밭도 민심도 관리 대상이 아니다. 전북은 유권자들이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선택하는 주권자들의 땅임을 알자.
제천 오운석, 굿모닝전북신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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