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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농산물분석_복분자 안전성 검사(고창군 제공) |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세척 없이 바로 먹는 과일, 복분자. 여름철 면역력 강화와 피부미용, 성인병 예방에 좋아 인기 높은 고창 복분자가 ‘국가급 식품안전기준’을 넘어서는 잔류농약 관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국적으로 농산물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고창 복분자는 그야말로 ‘믿고 먹는 농산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고창군농업기술센터는 최근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지역 내 5개 농협(고창, 고수, 성송, 해리, 공음)에서 수매 중인 복분자 78건을 무작위로 수거해 총 463종의 잔류농약 성분을 분석한 결과, 전량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한 건의 부적합 사례 없이 전 항목 ‘무사통과’라는 뜻으로, 일반적인 과일류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청정 안전성’ 지표다.
씻지 않고 먹는 과일…“사전 검사 없인 출하 불가”
복분자는 딸기, 블루베리처럼 세척 없이 섭취하는 과일이다. 이 때문에 재배 과정에서 농약이나 오염물질이 남아 있다면 그대로 인체에 들어올 수 있어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고창군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고창군 관계자는 “2022년부터 매년 수매 복분자 전수에 대해 정밀 안전성 검사를 시행해오고 있으며, 단 한 건의 부적합 사례 없이 모든 검체가 허용 기준 이내 또는 불검출로 확인됐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농가 지도 덕분에 ‘고창 복분자는 안심 농산물’이라는 공식이 소비자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철저한 검사 시스템은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고창군은 농약허용기준강화제도(PLS, Positive List System) 도입에 맞춰 선제적으로 검사 시스템을 강화했고, 이를 위해 전국 최고 수준의 첨단 분석 장비도 확보했다.
농약 성분 463종 검사…단순한 ‘표본조사’ 수준 넘어서
고창군농업기술센터가 사용 중인 분석장비는 총 45종, 이 중 잔류농약 성분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기기만 해도 4대다. 이를 활용해 2024년 한 해 동안 고창군은 무려 773건의 안전성 검사를 수행했다. 검사 항목 수(463종)는 국내 대부분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농산물 표본검사(100~200종)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농산물 검사는 시·군 단위에서 50~100건 내외, 항목도 제한적이다. 반면 고창군은 품목별 출하시기, 재배 농가, 토양 조건 등을 고려해 ‘가장 민감한 시기’를 중심으로 검사 일정을 짜고, 시료 또한 생산 농가별로 무작위 수거해 전수 조사를 진행한다.
오성동 고창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우리 군의 농산물 안전성 검사는 단순한 서류용 절차가 아니다”라며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형식적’ 검사와는 달리, 실제 소비자가 먹기 직전 상태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군민은 물론 도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고창 농산물은 믿을 수 있다’는 평판이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비 무료”…농가 부담도 ‘제로’
더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정이 ‘무료’라는 사실이다. 일반 농가가 민간 분석기관에 의뢰할 경우 1건당 15만~3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고창군은 모든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고창군은 “복분자를 포함한 농산물의 출하 전 안전성 검사를 희망하는 농업인은 수확 12주 전에 0.5kg의 시료만 가져오면 된다”며 “분석실에서 시료 접수 후 평균 714일 내로 검사 결과를 농가에 통보해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출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농가도 소비자도 모두 안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시 ‘잔류농약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전 안전성 검사는 농가의 실질적 소득 향상과 직결되고 있다.
“복분자=고창”…브랜드 신뢰도 견인
고창 복분자는 이미 전국적으로 인지도 높은 농산물이다. ‘고창 복분자주’로 알려진 지역 특산주와 더불어, 고창의 자연환경에서 재배되는 복분자는 타 지역에 비해 당도와 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잔류농약 불검출’이라는 객관적 수치까지 더해지며 고창 복분자의 브랜드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복분자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라, 고창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상징”이라며 “청정 자연과 유기농업의 중심지로서 고창이 가진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안전성 검사와 품질 관리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로 복분자 GAP 인증 확대 추진할 것”
고창군은 이번 검사 결과에 그치지 않고, 복분자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확대와 친환경 인증 확대도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GAP 인증의 경우 향후 전국 단위 유통망 확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지역 농가들과의 협력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오성동 소장은 “지금까지는 단순히 ‘안전성 확인’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GAP 인증과 연계한 ‘브랜드 보호’, ‘유통 경쟁력 확보’, ‘국내외 수출 확대’까지 염두에 둔 종합 전략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분자 외 지역 농산물 전반으로 확대 전망
복분자 외에도 고창군은 수박, 고추, 벼, 잡곡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해서도 단계별로 안전성 검사를 확대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급식 납품용 농산물에 대해 출하 전 전수검사를 의무화하면서, 지역민뿐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 전체 소비자들의 신뢰도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고창 복분자, 세계에 내놓을 K-농산물 될 것”
지방소멸과 농촌 인구 감소, 소비자 불신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고창 복분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농업혁신’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복분자 먹고 힘내세요”라는 단순한 홍보 문구 뒤에는 농민과 행정, 전문가의 집요한 품질관리 노력과 투자가 뒷받침되어 있다.
오성동 소장은 “복분자를 통해 고창 농산물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앞으로도 사전 검사, 농가 교육, 소비자 투명성 강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선도 지자체의 위상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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