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부안군, 이음지역아동센터 이전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권익현 부안군수(부안군 제공) |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줄포면에 위치한 ‘이음지역아동센터’가 지난 24일, 옛 줄포문화의집으로 이전하며 새 보금자리 개소식을 성대히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권익현 부안군수, 박병래 부안군의회 의장, 김정기·김슬지 전북특별자치도의원, 지역주민 및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지역 아동 복지의 새 이정표를 함께 축하했다.
이음지역아동센터는 줄포·보안면 일대에서 그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지역 아동을 위한 방과후 돌봄, 학습 지원, 정서적 케어, 문화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낡은 시설, 협소한 공간, 위생 및 안전 문제는 늘 센터의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번 이전은 단순한 장소 변경이 아닌 ‘아동 복지 인프라의 도약’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가 크게 주목하고 있다.
12년간 ‘공간 부족’ 겪던 줄포 지역아동센터… 마침내 해결됐다.
줄포·보안면은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농촌형 복지사각지대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지역이다. 도심에 비해 교육, 문화, 복지 인프라가 빈약한 데다, 저소득·맞벌이 가정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상 방과후 아동 돌봄 수요가 꾸준히 존재해왔다.
이음지역아동센터는 2011년 설립된 이래, 10평 남짓의 협소한 공간에서 20여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책상 하나 제대로 펼치기 어려운 공간, 여름엔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겨울엔 전기장판으로 견디던 센터의 일상은 열정만으로 운영되던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이전을 통해 센터는 150㎡(약 45평) 규모의 쾌적한 공간, 독립된 학습실과 놀이방, 조리실, 심리상담 공간 등을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아동 3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거실과 놀이 공간은 그 자체로도 아동 정서 발달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권익현 군수 “지역이 함께 키우는 아이들… 복지예산 아끼지 않겠다”
이날 행사에서 권익현 부안군수는 “단순한 건물 이전을 넘어, 아이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상징적 계기”라며 “군 차원에서도 센터의 운영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복지·행정·인적자원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아동은 가정이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공동체적 철학 아래, 부안군이 아동 돌봄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라며 “2026년까지 모든 읍·면 단위 지역아동센터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군에 따르면, 현재 부안군은 총 6개 지역아동센터(206명 수용 규모)를 운영 중이며, 이번 줄포 센터의 재정비는 ‘복지 사각지대 제로화’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아이들에게 집 같은 곳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현장 관계자의 절절한 호소
이음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이전으로 ‘비로소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며 “센터가 단순한 돌봄시설이 아닌,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제2의 집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센터를 이용하는 아동 중 절반가량은 한부모·조손가정 또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라며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 마음을 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 한 명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인건비와 운영비 부족, 체험활동비 확보 등 어려움이 많지만, 군과 도의회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 “이음센터, 줄포의 보석 같은 존재”
이번 이전은 행정적 지원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더해진 ‘공동체 복지’의 모범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줄포 지역 자원봉사자 모임 ‘참사람들’의 이모 씨(64)는 “센터는 줄포에서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지켜주는 공간”이라며 “작은 도움이라도 보태기 위해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소식 행사도 줄포초등학교 학부모회, 주민자치위원회, 줄포면 이장협의회 등 다양한 지역단체가 함께 준비해 ‘지역의 품 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했다.
사진 - 부안군, 이음지역아동센터 이전 개소식에 참석자들이 케익 커팅을 하고 있다(부안군 제공) |
김정기·김슬지 도의원 “전북특별자치도형 아동돌봄 정책 적극 뒷받침할 것”
개소식에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정기·김슬지 의원도 아동복지 확대 필요성에 강하게 공감했다.
김정기 의원은 “도에서는 ‘전북형 아이돌봄 모델’ 확산을 추진 중이며,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한 생활밀착형 복지 인프라 강화를 논의 중”이라며 “예산 및 조례 지원을 통해 이음센터와 같은 지역 기반 돌봄이 안정화되도록 의회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슬지 의원은 “복지정책은 지역균형을 이뤄야 실효성이 있다”며 “전북 동부권·서남권 등 농촌지역의 복지 인프라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제3의 돌봄 체계’로 주목… 전국적 확대 필요
지역아동센터는 단순한 보육시설이 아니다. 돌봄 공백을 채우는 사회적 대안이자, 학교-가정 사이의 정서적·교육적 완충지대다. 특히 핵가족화와 여성 경제활동 증가로 인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아동센터는 ‘제3의 돌봄 체계’로 자리잡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4,100여 개 센터가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이 열악한 재정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운영비 지원은 월 1,900만 원가량에 불과하며, 최소 23인의 전담 인력으로 2030명의 아동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도심권을 제외한 군 단위 지역의 경우, 센터 수급 불균형과 운영 불안정성이 구조적 과제로 지적된다.
“아이들의 권리는 양보할 수 없는 공공의 책임”
부안 이음지역아동센터의 이번 이전은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아동 권리에 대한 지역사회의 응답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줄포라는 작은 마을이 아이들을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아이들이 센터에서 눈치 보며 간식을 먹지 않도록, 더 이상 돌봄교사가 휴게시간도 없이 일하지 않도록, ‘공공의 책임’이라는 원칙 아래 행정과 정치, 지역과 시민이 함께 가야 할 때다.
누군가의 딸, 아들이 오늘 이음센터의 넓은 거실에서 웃으며 자라고 있다. 그 웃음이 꺼지지 않도록,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차례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따뜻한 뉴스 행복한 만남 굿모닝 전북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