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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빛원전 범대위, 산업통상자원부 피켓시위(고창군 제공) |
[굿모닝전북신문=최진수기자]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또다시 들고일어났다. 한빛원전 인근 지역으로서 30년 넘게 위험은 공유하되 보상과 권리는 소외돼 왔던 고창군민들이 마침내 “그만 참겠다”는 결연한 뜻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창군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원회(위원장 조규철, 이하 범대위)는 지난 8월 4일 오전,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30여 명의 주민과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 7월 24일 한빛원전 앞에서 열린 궐기대회에 이은 2차 행동으로, 이날 범대위는 산업부를 향해 현재 입법예고 중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의 전면 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5km는 너무 좁다… 30km까지가 진짜 영향권”
이번 시위에서 범대위는 크게 세 가지 요구사항을 분명히 밝혔다.
첫째,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 시 ‘주민수용성과 동의권’ 보장. 둘째, ‘주변지역’의 범위를 기존 5km에서 30km까지로 확대. 셋째, 중간저장시설 및 처분시설의 지연 가능성에 대비한 구체적 보완절차 마련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요구가 아니라, 고창군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현실적인 문제다. 고창군은 법적으로 원전이 소재한 지역이 아님에도, 한빛원전과 반경 5km 이내에 위치하고 있어 원전 사고 시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하는 대표적인 ‘그림자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창군은 1990년대 제정된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 ▲지역자원시설세법 등 기존 법체계에서 지속적으로 보상과 지원에서 배제돼 왔다. 금번 시행령(안) 또한 이러한 구조적 소외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범대위는 더욱 분노하고 있다.
“고창군민은 방폐장의 주변이자 피해당사자다”
범대위 조규철 위원장은 이날 현장에서 단호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시행령이 현행대로 확정될 경우,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은 원전으로부터 위험과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아무런 동의권도 보상도 없이 방치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는 더 이상 기술자와 행정가들의 탁상논의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주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실질적인 주민수용성과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행령(안)은 반드시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
실제로 현행 시행령(안)은 방폐물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와 관련하여 해당 지자체의 동의나 주민투표 등의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주변지역의 범위 또한 5km 이내로만 설정되어 있어, 고창과 같은 ‘사각지대 주민들’의 권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다.
“고창군 설명회는 요식행위 아닌가… 정부 진정성 시험대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시위 직후, 범대위 측에 “지역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오는 8월 6일 수요일, 고창군청소년수련관에서 개최 예정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설명회’를 성실히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범대위는 이를 형식적 청취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설명회는 쇼가 아니다. 주민 의견을 반영한 실질적 개정이 없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한 집단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범대위 관계자 인터뷰
고창군의 외침은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고창군은 원전이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원전 반경 30km 내에서 동일한 위험을 감내하고 있는 주민들이다. 고창군의 요구는 특정 지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함이 아닌, ‘원전 영향권에 있는 모든 주민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최소한의 외침이다.
지금의 시행령(안)은 기술과 효율 중심의 일방적 구조로,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고창군의 피켓시위는 단순한 반발이 아닌, 입법과 행정 시스템에 대한 실질적 경고다. 고준위방폐물 문제는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한 ‘핵심 정책 난제’로, 주민의 신뢰 없이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고창군민의 외침이 ‘지속가능한 원전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오는 8월 6일 설명회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과연 이번에는 ‘듣는 척’이 아닌, ‘진짜로 듣고 고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전국의 눈이 고창에 쏠리고 있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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